기자명 차상근기자
  • 입력 2015.09.21 10:42

군사행동 명분, 범위 확 열어... 미.일, 대중 압박시 한국은

일본이 지난 17일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안보법률 제.개정을 완료함에 따라 동북아 군사.외교적 역학관계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일본의 새 안보법안은 한반도 안보에도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정부 당국자 등에 따르면 일본이 이번에 제.개정한 11개의 집단자위권법률 중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권리가 뒤집힐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를 '존립위기 사태'로 규정한 무력공격 사태법은 자위대가 무력행사를 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방치할 경우 일본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영향 사태'를 규정한 법률은 자위대 활동 무대를 일본 인근의 미군 후방지원으로 한정한 기존 '주변 사태법'에서 타국에 대한 후방지원까지로 확장해 놓았다.

이들 법률은 일본이 적용범위를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자위대의 파병범위를 무제한으로 설정하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중 무력공격사태법의 경우 해당국의 요청이나 동의규정이 없다는 점에서 일본의 최인접국인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으로서는 급변사태시 어떤 상황전개를 예측하기 힘들게 할 전망이다.  

특히 수시로 첨예한 긴장국면이 벌어지고 있는 한반도에서 한국군의 작전권이 미군에 넘어가는 데프콘 3단계가 되면 상황은 심각해질 수 있다. 일본의 자의적 판단과 미일 군사공조에 의한 자위대 개입문제를 한국이 어떻게 차단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외교부에서는 일본의 안보법 제.개정을 전후해 여러차례 '미일동맹군이라 하더라도 우리 정부의 동의없는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한반도에서의 극단적 상황을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 지적이다.

아울러 북한의 미사일 및 장거리탄두미사일 발사때에 목격했듯이 북이 미국을 위협하는 군사적 행동시 일본이 자국에 대한 공동위협으로 간주하고 미국과 연합해 공격한다면 우리 정부가 사전 동의와 관련,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 하는 점도 의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한국전 이후 최고조로 격화되고 있는 점도 일본 안보법은 동북아 군사정치적 긴장의 중요한 요인이 될 전망이다. 동아시아 장악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에 대응해 미국과 일본은 안보법을 계기로 동맹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미.일 동맹과 중국의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전망이다. 

 미국은 안보법안 통과 직후 “일본이 아시아 지역과 국제사회 안보를 위해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려는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면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정부의 이번 결정은 평화와 발전, 협력 등 시대적 조류와 상반되는 움직임”이라고 비판했다.

주변 3강의 갈등이 한단계 더 고조된다면 군사와 경제에서 미, 중과 투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어느 순간 양자 택일을 강요당할 수 있는 상황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외교적으로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리스크를 안아야 할 전망이다.

한편 20일 NHK는 일본 방위성이 아프리카 남수단에 파견한 자위대의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임무에 ‘출동 경호’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이미 자국에 편리한 방향으로의 안보법 추가 개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대목이다.

출동 경호는 긴급사태가 발생한 지역으로 출동해 무력을 사용해 다른 나라 군대를 경호하는 것을 뜻한다. 기존에는 자위대가 다른 나라 군대나 민간단체를 경호하기 위해 현장으로 출동하는 일이 금지됐다.

한편 아베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9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안보법안을 설명하는 연설을 준비하고 있다. 전 세계에 일본의 평화 의지를 피력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아베 총리가 내년 참의원 선거 승리 후 헌법 9조 개정까지 노리고 있는 만큼 일본의 움직임을 둘러싼 동아시아의 긴장은 당분간 해소되기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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