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정은 기자
  • 입력 2019.11.29 15:43

1983년 日 총리 최초로 한국 방문...전두환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

(사진=ANN News 유튜브 캡처)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의 지난 2015년 생전 모습. (사진=ANN News 유튜브 캡처)

[뉴스웍스=박명수·이정은 기자] 일본 현대 정치사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일본 총리가 별세했다. 향년 101세.

29일 교도통신은 이날 오전 7시께 도쿄 시내의 한 병원에서 나카소네 전 총리가 노환으로 타계했다고 보도했다.

1918년 군마(群馬)현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1년 도쿄제국대학(현 도쿄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내무성 관료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태평양전쟁 발발에 앞서 해군에 지원해 1945년 일본 패전 때까지 주계장교(행정·경리 등을 담당하는 장교)로 복무했다.

전후 소령으로 전역한 나카소네는 내무성으로 복귀했다가 종전 직후인 1947년 28세 때 중의원에 처음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 내리 20선을 했다. 일본 중의원 의원으로 56년간을 지낸 것이다. 이는 일본 현대 정치사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그는 1959년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내각에서 과학기술청 장관으로 발탁된 것으로 시작으로 운수상·방위장관·통상산업상·행정관리청 장관 등을 역임했다. 1982년부터 5년 간 일본의 제71~73대 총리를 지냈다. '전후 정치의 총결산'을 내건 고인의 총리 재임 기간은 1806일로 아베(安倍), 사토(佐藤), 요시다(吉田), 고이즈미(小泉) 내각에 이어 전후 5번째 장기 정권(4년 11개월)을 이끌었다.

특히 그는 1960년대 초반 한일 양국의 국교 정상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 1983년 1월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전두환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경제협력자금 지원을 결정하는 등 한일 우호증진에도 기여했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1985년 8월 15일 태평양전쟁을 이끈 A급 전범들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일본 총리로는 최초로 공식 참배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는 일본 정치인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아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그는 이후로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중단했다. 하지만 고인은 50여년간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일관되게 전후 정치 총결산을 내걸고 평화헌법 개정 등 일본의 우경화를 앞장서 주창해 왔다.

고인은 정계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새로운 헌법의 제정을 목표로 초당파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단체의 회장을 맡는 등 일본 내정과 외교를 놓고 적극적인 발언을 계속해 왔다. 여성 관료 5명을 기용해 내각을 꾸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를 향해서는 "쇼윈도 내각"이라고 평가했으며, 지난 2014년에는 아베 신조 현 총리 정권을 향해 "집단적 자위권은 현재 정세를 봤을때 필요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1983년 1월 일본 총리 중 처음으로 방한한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가 전두환 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출처=국가기록원)
1983년 1월 일본 총리 중 처음으로 방한한 나카소네 야스히로(왼쪽) 전 일본 총리가 청와대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국가기록원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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