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왕진화 기자
  • 입력 2019.11.30 06:45

노래와 함께할 때 더욱 뜻깊은 겨울 국내여행지 6곳 소개

[뉴스웍스=왕진화 기자] 벌써 2019년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직장인들은 연차를 소진하기 위해서, 학생들은 겨울방학을 맞아 국내 여행을 계획 중일 것이다. 아직 여행지를 정하지 못했다면, 노래로 나에게 맞는 곳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한국관광공사는 마음 따뜻한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노래와 함께 떠나는 여행'을 테마로 12월 가볼만한 곳 6곳을 선정했다. 

6곳은 특히 노래와 함께할 때 깊은 뜻을 구석구석 찾을 수 있다. 최근 식을 줄 모르는 레트로 열기를 따라 1980~90년대 초창기 트로트와 대중가요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 떠나보면, 어느새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광화문 연가'의 선율과 추억에 흠뻑 빠지는 정동길(서울 중구), 떠나간 마왕의 자취를 더듬어보는 신해철거리(경기도 성남시), 여행길이 곧 노래 제목이 되는 경춘선과 소양강(강원 춘천시), 명곡 '울고 넘는 박달재'의 감회를 새로이 느낄 수 있는 박달재(충북 제천시), 우리 민족의 애환이 서린 트로트의 발전사를 따라 걷는 여행(전남 목포·영암), 노래 가사를 따라 찾아가는 삼포마을(경남 창원시)을 미리 둘러보자.

(사진촬영=서영진,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덕수궁과 덕수궁 돌담. (사진촬영=서영진,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 돌담에 새겨진 선율과 추억, '광화문 연가' - 정동길

이문세가 부른 '광화문 연가'에는 정동길, 교회당, 덕수궁 돌담길이 등장한다. 광화문네거리에서 정동교회까지 연인과 거닐던 흔적에 대한 향수가 담겨 있다. '광화문 연가'는 작곡가 이영훈이 1988년 작사·작곡한 노래로 '광화문 연가'에 나오는 눈 덮인 예배당이 바로 정동제일교회다. 교회 건너편에는 이영훈의 노래비가 있으며, 낙엽 떨군 가로수와 옛 러시아 공사관, 아담한 찻집 등은 정동길에서 만나는 회상의 오브제다.

'광화문 연가'의 길은 세월을 따라 많이 변했다. 영국대사관 옆으로 덕수궁 돌담 내부길이 개방됐고,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개관했으며, 구세군중앙회관은 정동1928아트센터로 다시 태어났다.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13층 정동전망대에 오르면 덕수궁과 정동길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정동길과 연결된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옛 새문안동네에서 도시 재생을 통해 전시와 체험을 덧씌운 골목으로 변모한 곳이다. 인문학 책방과 뮤지엄 콘서트홀을 갖춘 인문 예술 공간 '순화동천', 우리나라에서 서양식 벽돌로 세운 최초 건물인 약현성당, 고가도로에서 공중 산책로와 도심 야경 명소로 바뀐 '서울로1017' 등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생전 신해철이 만든 앨범들. (사진촬영=최갑수,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생전 故신해철이 만든 앨범들. (사진촬영=최갑수,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신해철 거리에 놓인 그의 동상과 사진. (사진촬영=최갑수,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신해철 거리에 놓인 그의 동상과 사진. (사진촬영=최갑수,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 한국 음악계를 호령한 '마왕'을 만나는 곳 - 성남 신해철거리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가수 신해철 작업실 주변으로 신해철거리가 조성됐다. 성남시와 팬들이 그를 추억할 수 있는 흔적과 마음을 모아 만든 곳으로, 신해철이 마이크를 잡고 앉은 동상을 중심으로 160m 정도 이어진다. 가수 인순이("신해철, 그리운 이여. 무대 위에서 포효하는 당신의 모습을 기억하며 그리운 마음 가슴에 담아두겠네. 음악으로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 있을 친구여…")를 비롯해 각계각층 사람들이 생전의 그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글이 거리 바닥에 있고, 그가 쓴 노랫말도 나무 푯말에 새겨져 있다. 그가 곡을 만든 '신해철 스튜디오'에서도 생전 그의 모습이 그대로 느껴진다.

신해철거리와 가까운 율동공원은 호수를 따라가는 산책로가 운치 있다. 공원 내에 자리한 책 테마파크는 책을 읽으며 알찬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국내외 유망 작가를 소개하는 성남큐브미술관, 국내 최초로 책을 주제로 꾸민 현대어린이책미술관도 놓치기 아쉬운 문화 공간이다.

소양강처녀상과 스카이워크 풍경. (사진촬영=문일식,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춘천 소양강처녀상과 소양강스카이워크 풍경. (사진촬영=문일식,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 '춘천 가는 기차' 타고 '소양강 처녀' 만나다 - 경춘선과 소양강

여행을 하다 보면 그 지역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강원도 춘천을 대표하는 곡에는 '소양강 처녀'와 '춘천 가는 기차'가 있다. 북한강을 따라 경춘선이 달릴 때 '춘천 가는 기차'가 불렸고, '소양강 처녀'는 소양강댐이 생기기 직전에 만들어진 노래다. 지금은 모두 추억이고 옛 풍경이 됐지만, 춘천과 낭만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노래로 남아 있다. 경춘선 종착역인 춘천역에 닿으면 매일 출발하는 시티투어버스가 춘천의 명소로 데려다주고, 춘천역에서 가까운 소양강 처녀상은 '소양강 처녀'를 추억하게 한다. 이웃한 소양강스카이워크는 춘천의 랜드마크가 된 지 오래다.

국립춘천박물관은 강원도를 대표하는 박물관이다. 현묘의 정원과 기억의 정원에서 즐기는 산책길은 문화유산을 조금 더 가까이 느끼게 해준다. 춘천역 남쪽 공지천 변에 있는 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을 둘러보고, 가까이 위치한 카페 '이디오피아벳’에서는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셔보는 건 어떨까. 애니메이션박물관과 토이로봇관은 겨울철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좋다.

단풍이 곱게 물든 '울고 넘는 박달재' (사진촬영=구완회,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단풍이 곱게 물든 '울고 넘는 박달재'. (사진촬영=구완회,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 노래가 만든 전설 - 제천 박달재

충북 제천과 충주를 잇는 박달재는 예부터 교통의 요지이자, 전략적 요충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박달재란 이름을 전 국민이 안 것은 1948년 발표된 노래 '울고 넘는 박달재' 덕분이다.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1절)"로 시작해 "한사코 우는구나 박달재의 금봉이야(2절)"로 끝나는 이 노래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영화와 악극으로도 만들어졌다. 노랫말에 나오는 금봉은 박달재 전설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조선 중엽 박달재 아랫마을에 살던 금봉과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선비 박달의 사랑 이야기에서 박달재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내용이다. 현재 박달재에는 금봉과 박달의 전설을 형상화한 조각공원과 목각공원이 조성됐다.

제천은 약초의 고장이기도 하다. 2010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가 열린 제천한방엑스포공원은 한의학의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체험하는 공간이다. 올 봄 개통한 청풍호반케이블카를 타면 '내륙의 바다' 청풍호를 하늘에서 감상할 수 있다. '청풍호반의 작은 민속촌'이라 할 청풍문화재단지, 솟대 테마 미술관인 능강솟대문화공간 등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사진촬영=진우석,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한국트로트가요센터 속 트로트 역사관. (사진촬영=진우석,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 민족의 애환이 서린 트로트를 찾아서 - 이난영공원, 한국트로트가요센터

혜성처럼 등장한 가수 송가인 덕분에 대한민국은 트로트 열풍이 거세다. 트로트는 1930년 전후부터 국내 창작이 본격화됐고, 1935년 '목포의 눈물'에 이르러 그 형태가 정착됐다고 한다. 트로트를 찾아 목포와 영암으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목포는 이난영이 부른 '목포의 눈물'의 현장이다. 이난영이 잠든 삼학도 이난영공원, 이난영이 태어난 양동 42번지 생가 터, 유달산 허리에 자리한 '목포의 눈물' 노래비 등을 보면 목포 구석구석에 '목포의 눈물'이 스며들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9월에 개통된 목포해상케이블카도 타보길 제안한다. 유달산과 바다, 영산강이 어우러지는 항구도시 목포의 역동적인 풍광이 그만이다.

지난 10월 29일, 영암 월출산기찬랜드에 한국트로트가요센터가 문을 열었다. 국내 트로트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살펴보고, 하춘화의 50여 년 가수 인생을 만날 수 있다. 한국트로트가요센터 옆에는 가야금산조테마공원이 자리한다. 공원 내 가야금산조전시관에는 가야금 관련 유물과 자료가 전시돼 초보자도 쉽게 접하고 체험할 수 있다.

(사진촬영=박상준,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삼포마을 동쪽 방파제에서 본 마을 전경. (사진촬영=박상준,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 바람 부는 저 들길 끝 - 삼포로 가는 길

강은철이 부른 '삼포로 가는 길'은 1983년에 나온 노래다. 배따라기의 이혜민이 작사·작곡했으며,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많은 이들이 삼포를 이상향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마을이다. 이혜민이 삼포마을에 여행을 왔다가 반해 노랫말을 썼다. 지난 2008년 마을 초입에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가 세워졌다. 앞면에 '삼포로 가는 길' 노랫말이, 뒷면에 이혜민이 쓴 수필 '내 마음의 고향 삼포' 일부가 적혔다. 노래비 아래 버튼을 누르면 '삼포로 가는 길'을 비롯해 그 시절 가요가 흘러나온다. 이곳을 누가 찾을까 싶지만 옛 노래를 그리워해 찾는 이가 생각보다 많다. '삼포로 가는 길'이 낯선 세대라면 삼포마을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도 좋다. 한적한 포구에 카페가 몇 군데 있어 커피 한 잔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삼포마을 서쪽 약 2㎞ 지점에는 진해해양공원이 자리한다. 공원 내에 지난 10월 창원짚트랙이 개장, 짚트랙과 에지워크를 즐길 수 있어 사람들이 제법 붐빈다. 소사동마을과 진해군항마을 역사길은 타임머신을 타고 옛 시절로 돌아간 듯, 뉴트로 거리 여행에 제격이다. 진해보타닉뮤지엄은 조용하게 머물기 좋은 수목원으로, 진해만이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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