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9.11.29 19:09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이재무 시인의 산문집 '쉼표처럼 살고 싶다'가 출간됐다.

시인은 충남 부여 출생으로 1983년 '삶의 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 동안 '섣달그믐'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시간의 그물' '슬픔은 어깨로 운다' 등 시집 11권, '생의 변방에서' '집착으로부터의 도피' 등 산문집 3권, 이 밖에도 연시집 '누군가 나를 울고 있다면', 시선집 '길 위의 식사' '얼굴', 시평집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등을 저술한 바 있다.

문단으로부터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아 윤동주문학대상, 소월시문학상, 난고문학상, 편운문학상, 풀꽃문학상, 송수권시문학상, 유심작품상 등을 수상하면서 한국의 대표 서정 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재무 시인은 지금까지 한국 서정시의 중심에 서서 일상의 경험적 진실성을 서정의 세계로 끌어올린 시인으로서 간결한 문체로 삶의 진솔한 모습과 세계에 대한 근원적 이치를 꿰뚫는 통찰력을 보여 왔다.

그는 시와 산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성찰적 자기 고백의 형식을 통해 생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맑고 투명한 언어로 드러냄으로써 미학적 가치를 획득하고 나아가 우리로 하여금 근원적 존재에 대한 성찰을 수행하게끔 했다.

이번 산문집은 크게 시인의 산문과 아포리즘으로 구성돼 있으며 여기에는 사물과 언어를 바라보고 결속해 가는 잔잔한 성찰의 지혜가 빼곡하게 담겨 있다.

해설을 쓴 유성호 문학평론가의 말을 빌리면 이번 산문집은 “자연과 인간이 하나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면서, 삶과 시의 세목에서 그러한 순간을 발견하는 지혜를 깊이 새겨가”는 언어들로 가득하다.

더불어 서정시의 극지를 지나 산문의 심해로 나아가는 시인의 발걸음은 청춘의 뜨거움과 중년 이후의 허허로움이 교차하는 것과 같이 젊음과 원숙함이 공존한다.

여기에 더해 번뜩이는 순간적 통찰로 타오르는 언어의 불꽃은 우리의 정신을 맑게 하며 마음을 환하게 비춘다.

이번 산문집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시인이 '살아오면서 저지른 실수의 파고'가 누군가의 삶을 '푸르게 일렁'인다는 반성적 자기 치유 과정에 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자꾸 엎지르고 싶은 충동을 짧은 언어로 발화하는 그의 아포리즘은 성찰적 자기 고백의 극치를 보여 주며 ‘자연인 이재무’를 가장 명료하게 보여 주는 ‘문학적 창’으로 기능한다.

시인이 자서를 통해 밝혔듯이 “마침표처럼 확신에 차 단정 짓지 않고 쉼표처럼 망설이고 주저하며 살고 싶다”거나 “쉼표처럼 가쁜 숨결 쉬게 하고 가만, 가만히 세계를 음미하며 살고 싶다”는 생활인이자 시인으로서의 소망은 그의 문학적 여정의 변곡점을 나타내는 하나의 징후로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추천의 말처럼 '나이 들어갈수록 더욱 진솔해지는' 시인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가장 깊은 호수가 오히려 맑고 투명하다는 역리에 어느새 도착'하는 문학적 환희의 순간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