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만수 기자
  • 입력 2019.12.03 18:00

팀 KLPGA 역대 최다 승점 차로 2년 만에 챔피언스트로피 탈환
팀별 MVP 김아림, 이정은6, '깜찍 댄스' 박민지 베스트 퍼포먼스상

KLPGA 선수들이 우승 메달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브라보앤뉴)
KLPGA 선수들이 우승 메달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브라보앤뉴)

[뉴스웍스=최만수 기자] 지난 1일 경주 블루원 디아너스CC에서 막 내린 오렌지라이프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인비테이셔널(이하 ‘챔피언스트로피')이 세계 최강 골프 여제들의 샷 대결로 초겨울 그린을 후끈 달궜다.

올해로 5회째, 경주에서 세 번째 개최된 이 대회에서 팀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가 역대 최다 점수차(6점)로 승리해 매서운 토종 골프실력을 뽐냈다.

팀 KLPGA는 사흘 내내 팀 LPGA(미국여자프로골프)를 압도하며 2년 만에 우승컵을 탈환하며 역대 전적에서도 2승3패로 격차를 줄였다.

첫날 포볼매치부터 3.5-2.5로 앞서 나간 팀 KLPGA는 이틀째 포섬매치(4-2)와 마지막날 싱글매치(7.5-4.5)에서도 시종일관 리드를 지키며 합계 15-9로 여유 있게 승리했다.

LPGA는 장거리 비행 이동에 따른 시차 적응의 핸디캡을 안고 대회에 출전해 이틀째까지 3점 차로 끌려갔고 12명이 맞붙는 마지막날 싱글매치에서 역전을 노렸지만 KLPGA의 기세에 눌려 완패했다.

각 팀별로 가장 많은 승점을 획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MVP는 김아림(KLPGA)과 이정은6(LPGA)가 차지했다.

챔피언스트로피는 매년 시즌을 마치고 LPGA와 KLPGA에서 맹활약한 한국(계) 선수들을 초청해 벌이는 매치플레이 대회다.

특히 이 대회가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한국만의 특급 골프 이벤트인 만큼 심술 맞은 겨울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1만1400여명의 골프 팬들이 태극 낭자들의 환상의 샷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렸다.

LPGA, KLPGA 양대 투어 상금랭킹 상위권 선수들이 총출동한 이 대회는 미국과 유럽 여자프로골프 대항전인 솔하임컵 보다 선수 면면이 더 화려하다. 세계랭킹 상위에 한국계 선수들이 줄줄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LPGA 상금랭킹 톱10에 고진영(1위), 김세영(2위), 이정은6(3위), 박성현(7위), 이민지(8위), 다니엘강(9위), 김효주(10위) 등 7명의 한국(계) 선수가 올라 있다. 가히 코리안 시스터즈의 독무대라 할 수 있다.

JLPGA(일본여자프로골프)의 전미정, 신지애, 이보미, 안선주, 김하늘 등을 포함하면 세계 여자골프는 한국이 점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JLPGA로 범위를 넓혀 한국, 미국, 일본 투어의 강자들이 총출동하는 새로운 여자골프 메가 이벤트 창설도 시도할 만하다. 

이 대회는 유일하게 LPGA와 자국 투어에서 26명을 선발할 수 있는 대한민국 여자골프의 위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회로서 세계 유일의 '골든커리어그랜드슬램'에 빛나는 박인비의 초청 대회란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대회 MVP에 선정된 김아림(왼쪽), 이정은6. (사진제공=브라보앤뉴)
대회 MVP에 선정된 김아림(왼쪽), 이정은6. (사진제공=브라보앤뉴)

양대 투어의 자존심을 건 선의의 경쟁이란 측면도 있지만 1년 동안 이어지는 투어의 압박감에서 벗어나 모처럼 선후배간 우의를 다지는 축제의 의미가 깊다. 2017년 대회땐 '포항지진' 의연금을 단체 및 개인이 기탁해 스포츠 스타로서의 사회적 책임도 다했다.

투어에서 함께 활동하지만 이동거리가 길고 경기일정이 달라서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5일 동안의 시간은 특별하다. 5년 연속으로 출전한 신지은은 “여기서 쌓은 친분이 일년 내내 지속된다”고 했다.

1번 홀 등장 퍼포먼스는 갤러리들의 시선을 끌며 대회의 상징이 됐다. 올해 처음 출전한 박민지는 깜찍한 춤을 선보여 베스트 퍼포먼스 상을 차지했다. '막춤'으로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박민지의 프로 정신이 돋보였다. 댄스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신지은과 장하나, 다니엘강 등도 독특한 팬서비스로 팬들의 인기를 끌었다.

재치 있는 말솜씨를 자랑하는 팀 LPGA 주장 유소연은 “LPGA와 KLPGA는 공존하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LPGA에서 한국선수들이 잘하고 있기 때문에 KLPGA가 성장할 수 있고, 또 KLPGA가 좋은 선수들을 배출함으로써 LPGA에서도 한국선수들이 국위를 선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 같다”며, “한국여자골프를 사랑해 주시는 많은 스폰서, 팬, 방송사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호스트' 박인비는 “실력 있는 후배들이 너무 많아서 한국여자골프가 자랑스럽고 든든했다”며 “평생 기억에 남을 일주일이었고, 이 대회가 계속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챔피언스트로피는 오렌지라이프가 신한금융그룹(회장 조용병)으로 편입된 이후에도 타이틀스폰서로 참여해 대회 위상이 유지되고 있다.

다만 '옥에 티'를 꼽자면 기자회견 장소 및 진행방식이다.

세계 최고 선수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정작 그들의 얘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적어서 아쉬웠다. 기자회견 장소가 좁은 데다 26명의 선수들이 단상에 앉아 있는 딱딱한 형식이어서 취재진들이 자유롭게 질문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내년부터는 기자회견장을 보다 넓은 장소로 옮기고, 원형 테이블에서 3, 4명 선수들이 취재진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경했으면 한다. 풍성한 기사거리가 쏟아지면 팬들의 관심이 더욱 쏠리고 대회 홍보나 갤러리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LPGA와 KLPGA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브라보앤뉴)
LPGA와 KLPGA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브라보앤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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