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19.12.04 11:57

"노동경직성, 일자리 절벽 초래 우려…프랑스, 노동개혁으로 유연성 제고"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사진제공=전경련)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사진제공=전경련)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세계경제포럼(WEF)의 2019년 국가경쟁력 평가를 조사한 결과 OECD 36개국 중 한국의 전반적인 국가경쟁력 순위는 10위였지만, 노동시장 순위는 27위에 그쳐 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동시장 평가를 구성하는 두 개의 축인 '유연성'과 '능력주의' 중 유연성 항목이 OECD 34위로 꼴찌 수준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세계경제포럼에서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국가경쟁력 종합순위는 2018년 15위(전체 140개국)에서 2019년 13위(141개국)로 2계단 올랐으나, 노동시장 순위는 48위에서 51위로 3계단 하락했다.

이는 OECD국가들과 비교하면 종합순위는 36개국 중 10위에 해당하지만, 노동시장은 27위로 하위 2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한경연은 최근 노동우호적인 정책들이 급격히 추진되면서 노동시장 경직성을 심화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료제공=한경연)
(자료제공=한경연)

◆ 노동 '유연성' 141개국 중 97위, OECD 36개국 중 34위

WEF 노동시장 평가는 크게 '유연성'과 '능력주의 및 보상'으로 구성된다. 그중 '유연성'은 노동시장이 얼마나 유연한지와 관련된 8개 세부 항목의 평균치인데, 한국은 OECD 평균(63.4점)보다 낮은 54.1점을 받았다.

이는 WEF 조사대상 141개국 중 97위, OECD 36개국 중에서는 34위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한국보다 노동 유연성이 낮은 OECD국가는 터키(99위), 그리스(133위)뿐이었다.

전체 141개국 중 한국과 노동 유연성이 비슷한 곳은 파키스탄(96위), 이집트(98위) 등으로 나타났다.

◆ 노사협력, 정리해고 비용, 고용‧해고 관행 100위 넘어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이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은 세부항목 중 특히 '노사협력'(130위), '정리해고 비용'(116위), '고용·해고 관행'(102위)에서 순위가 100위를 넘어간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OECD 국가와 비교하면 '노사협력'은 36개국 중 36위로 꼴찌이고, '정리해고 비용'은 33위로 최하위권, '고용·해고 관행'은 25위로 하위권이었다.

한경연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 세 가지 항목의 순위가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노동시장을 경직시키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사협력'은 2008년을 기점으로 순위가 떨어진 후 현재까지 120∼140위 사이의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고 '정리해고 비용'도 줄곧 100위권 밖으로 나타났다. '고용·해고 관행'은 최근 순위가 100위 안으로 상승했으나, 2019년에 전년 대비 15계단 하락하면서 다시 102위로 하락했다.

'유연성' 세부 항목 중 임금과 관련된 '임금 결정의 유연성'은 2009년 이후로 순위가 하락세를 보이다가 2019년에는 전년(63위)에 비해 21계단 떨어지면서 최근 11년간 최저치인 84위를 기록했다.

◆ '능력주의 및 보상' 141개국 중 25위, OECD 36개국 중 18위

능력우대 및 성과보상과 관련된 4개 세부 항목의 평균치인 '능력주의 및 보상'에서도 한국은 OECD평균(72.0점)과 유사한 71.7점을 받았다.

이는 WEF 조사대상 141개국 중 25위로 '유연성'(97위) 항목보다는 순위가 높은 편이지만, 국가경쟁력이 13위인 것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OECD 36개국 중에서는 18위로 나타났다.

'능력주의 및 보상' 세부항목을 보면 '임금 및 생산성'은 2019년 14위로 비교적 상위권이나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과(14위)과 동일한 순위에 머물러 있고, '전문경영인 신뢰도'는 30위권에 들었다가 2018년 61위로 크게 하락했다.

다만 2019년에는 7계단 오른 54위를 기록했다. OECD 36개국과 비교하면 '임금 및 생산성'은 6위, '전문경영인 신뢰도'는 28위에 해당했다.

◆ 프랑스, 노동개혁으로 노동시장 순위 상승

프랑스는 노동시장 순위가 2018년 53위로 한국(48위)보다 낮았으나, 2019년에는 50위로 오르면서 한국(51위)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고 규제를 완화하고 근로조건에 대한 개별기업의 재량권을 확장하는 등 노동개혁을 통해 유연성을 제고했기 때문이다.

마크롱 정부는 경영상 해고의 판단요건을 완화하고 부당해고 제소기간을 축소했으며, 전통적으로 강력했던 산별 노조의 협상 권한을 축소했다.

그 결과 노동 유연성 세부항목 중 '고용·해고 관행'이 마크롱 정부가 취임한 2017년 133위에서 2019년 90위로 큰 폭(43계단) 상승했고, '노사협력' 순위도 마크롱 취임(2017년, 109위) 이후 17계단 상승한 92위를 기록했다.

'고용·해고 관행', '노사협력'이 100위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노동시장 경쟁력이 상승한 프랑스와 달리, 한국은 '고용·해고 관행' 순위가 하락하고 '노사협력'은 하위권에 머물러 2019년 100위권 밖을 기록하면서 노동시장 순위도 하락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WEF뿐만 아니라 IMD, 프레이저 연구소 등 다른 국제평가기관에서도 한국의 노동시장을 비효율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 공통된 평가"라며 "국내외 불확실한 경기여건으로 1%대 저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노동경직성이 일자리 절벽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의 노동개혁을 참고해 노동시장을 경직시키는 정책의 속도조절과 성숙한 노사관계, 해고 완화 등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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