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상근기자
  • 입력 2016.03.11 16:05

유럽중앙은행(ECB)이 예치금리에 대해서는 -0.4%, 기준금리는 '제로'로 낮추는  고육책을 단행했다. 사진은 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

유럽중앙은행(ECB)이 처음으로 제로금리(기준금리)를  선택한 가운데 이미 시장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ECB는 예치금리에 대해서는 -0.3%에서 -0.4%로 그 폭을 확대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추가 금리인하가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한데에 대해 앞으로 던질 수 있는 카드를 모두 소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화정책의 한계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실패와 성공, 현재로선 장담불가한 파격

마이너스 금리 시행은 경기 진작 및 디플레이션 방어, 통화 약세 등을 노리는 파격이지만 정책수단으로써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상당한 상황이다. 특히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 우려는 금융시장 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에까지 연쇄 파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마이너스 금리를 처음 도입한 나라는 스웨덴이다. 2009년 7월에 중앙은행 예치금리를 -0.25%로. 정책(기준)금리는 -0.10%로 낮췄다. 이어 덴마크가 2012년 7월에 일부 중앙은행 예치금리에서 -0.20%를 채택했고 2014년 6월에는 ECB도 중앙은행 예치금에 대해 도입했다.

금리를 올렸던 스웨덴과 덴마크는 ECB의 2014년 조치 이후 7월과 9월에 다시 마이너스금리를 택했다. 현재는 스웨덴이 예치금리 -1.10%, 기준금리 -0.5%를 덴마크는 예치금리를 -0.65%로 적용하고 있다. 2014년 12월 스위스도 마이너스금리를 적용하기 시작해 현재는 예치금리 -0.75%와 정책금리 -1.25~ -0.2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2016년 1월말 일본도 경기부양 목적의 마이너스 금리를 택했다.

일본과 스위스는 부작용을 예상해 일정 면제한도를 초과한 중앙은행 예치금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3개의 복수금리를 적용하면서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받는 금액은 중앙은행 예치계좌 잔액의 5%미만이다. 예치금 213조엔중 약 10조엔만 해당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덴마크는 초과 지급준비금중 630억 크로네(약 8조8600억원)까지 예치수수료를 면제하고 있고 스웨덴은 준비금 전액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경기부양 목적과 달리 자산버블 부작용

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낮추는 이유는 장기 시장금리를 하락시켜 실물부문 투자 및 소비 활성화하고 금융자산의 투자유인 축소를 통해 실물자산으로의 자금흐름을 촉진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의도와는 달리 적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스웨덴, 덴마크의 경우 장기간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주택시장 과열 등 상당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주택가격이 17%올랐고 덴마크는 수도 코펜하겐 일부지역 아파트의 경우 2012년 중반 이후 가격이 40~60% 폭등하는 등 전체적으로 10% 상승했다.

또 시중은행들의 경우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로 현실화하지 못해 수익성 악화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일부 유럽 은행은 개인자금 이탈을 우려해 단기 예금금리의 비용을 떠안고 있다. 덴마크 단스크은행은 예대마진 감소에 따른 비용이 지난해 3650억원에 달했다.

또 은행들이 상대적 위험자산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아져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조달비용을 높이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S&P는 최근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일본 주요은행의 자산운용수익이 연간 약 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통화정책 의도와 달리 경기부양 및 디플레이션 방어에 실패할 경우 총수요 부족에 따른 경제의 취약성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덴마크는 자산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지만 일단 환율방어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ECB와 스웨덴의 경우 대출촉진, 경기부양 효과는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보험사 및 자산운용사의 운용수익 감소에 따라 소비 및 투자위축 현상을 낳고 있다. 특히 주식리스크 프리미엄이 커져 은행의 신용창출 능력을 제한하는 역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머니마켓펀드(MMF)의 자금 공급여력이 급격히 위축돼 단기자금시장의 유동성 고갈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금융센터 김효진 연구위원은 “마이너스 금리의 성패를 판단하기는 시기상조이지만 현재 금융시장의 심리가 크게 취약한 상황이어서 시장불안감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향후 중앙은행의 가용정책 수단 부족에 대한 우려가 당장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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