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19.12.05 15:18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국내 상장사 19개…2대주주는 무려 150개"
"정부의 자본시장법·상법 시행령 통과 시 경영 개입 가능성 높아질 우려"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사진제공=전경련)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한 상황에서 최근 정부의 자본시장법·상법 시행령 개정까지 이뤄질 경우 공적연금을 통한 기업 지배가 더욱 수월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주식 의결권을 보유한 716개 국내 상장사를 조사한 결과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은 19개사, 2대 주주는 무려 150개사에 달했다고 5일 밝혔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국내 상장사 10곳 약 4곳에서 국민연금이 5대주주 이상의 지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국내 상장사 19개, 2대주주는 150개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19개 국내 상장사의 최대주주고 2대주주 150개사, 3대주주 59개사, 4대주주 24개사, 5대주주 14개사 등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최대주주가 되는 부담을 피해 2대 주주로 있는 경우가 월등히 많았는데, 이런 패턴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 비중이 시총의 7%로 가장 높았던 2017년에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국민연금처럼 공적연금이 19개 상장사의 최대주주로 있는 경우는 해외에서도 매우 드문 사례다.

공적연기금으로 국내주식에 투자하는 OECD 14개 회원국 중, 공적연기금이 최대주주인 경우는 뉴질랜드 1건, 덴마크 6건 정도였다.

핀란드나 네덜란드는 공적연금이 아닌 공적연금의 지급·운용 등을 담당하는 민간보험사나 운용기관이 최대주주인 경우로서 국민연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국내 증권사들에 대한 국민연금의 영향력도 크다.

국민연금은 올해 9월 말 국내주식 투자액 122조3000억원 중 45.5%인 55조7000원을 44개 증권사에 위탁·운용 중인데 국민연금의 거래 증권사로 선정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이나 주주권 행사 향방이 증권사나 기관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자료제공=한경연)
(자료제공=한경연)

◆경영권 개입이 가능한 5% 이상 지분보유 기업도 투자기업 10곳 중 약 4곳

개별 상장사에 대한 국민연금의 지배력도 높다.

자본시장법에서 경영권 개입이 가능한 주식보유 비중을 5%로 보는데,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투자대상 716개사의 38.1%인 273개사에 달한다.

이중 보유지분이 10%를 넘는 기업도 80개사다.

투자대상 10개사 중 3∼4곳은 국민연금이 보유지분으로 경영권 개입을 시도할 수 있는 구조다.

◆자본시장법·상법 시행령 개정안, 국민연금의 경영개입 여지 대폭 확대

제도적으로도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와 개별 상장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

국민연금이 10% 넘는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80개사에 달하는 것처럼, 국민연금의 개별기업 주식보유 한도에 대한 강력한 규제 장치가 없다.

국민연금기금운용규정에 개별기업 투자한도를 10%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이 있지만 내부심의(리스크관리위원회)를 거치면 한도 초과가 가능하다.

국민연금은 보유지분의 의결권을 별다른 제한 없이 100% 행사할 수 있다.

지난해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데 이어 이제는 이의 행사를 구체화하기 위한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도입을 논의 중이다.

해외에서는 공적연금의 국내기업 주식보유 비중을 제한하고 공적연기금의 증시 영향력을 차단하는 것과는 매우 상이하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시장과 개별기업에 대한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최근 정부가 입법 예고한 자본시장법 및 상법 시행령 개정안은 그 동안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는데 방해가 돼왔던 장벽들을 제거하고 기업 지배구조에 국민연금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 상무는 "국민연금의 기금조성 목적이 국민의 노후 보장에 있는 만큼 기금의 수익률 제고가 최우선 목표가 돼야 한다"라며 "기업에 대한 지나친 경영 간섭은 관치 논란만 불러오고 국민의 노후를 불안하게 하는 만큼 국민연금 설립 목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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