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9.12.07 06:40

신뢰하락 불가피…원금손실 우려 큰 상품 투자자 거부감 증가
피해자측 "명백한 사기인만큼 100% 배상해야…검찰에 고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DLF·DLS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가 금융감독원의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검찰 수사 의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이정은 기자)
지난 10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DLF·DLS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검찰 수사 의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이정은 기자)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투자손실 관련 첫 분쟁조정 결과가 나온 가운데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투자자의 금융권에 대한 신뢰 저하와 상품 판매 위축 등의 부작용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DLF 가입으로 원금 손실을 경험하고 분쟁조정을 신청한 6명에 대한 배상비율을 40~80%로 결정했다. 분조위는 부의된 6건 모두 은행의 불완전판매로 판단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손해배상비율 산정기준은 기존 분쟁조정 사례와 동일하게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30%를 적용하되 부당권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10%를 가산해 40%로 결정했다. 여기에 은행 본점 차원의 내부통제 부실책임(20%) 등을 배상비율에 반영하고 초고위험상품 특성(5%)도 고려해 25%를 가산했다. 아울러 은행의 책임가중사유와 투자자의 자기책임사유를 가감조정해 최종 배상비율을 적용했다.

참고로 80%의 배상비율은 불완전판매 분쟁조정 사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이번 DLF 사태가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문제가 된 2개 은행의 해외금리연계 DLF 총 판매잔액은 7950억원(8월 7일 기준)”이라며 “대부분 9~10월 중 손실(손실률 52.7%)을 보면서 만기도래(991억원) 또는 중도환매(978억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익달성에 따라 111억원은 조기상환돼 판매잔액은 11월 8일 기준 5870억원”이라며 “이번 배상산정기준에 따른 2개 은행 예상손실 합계액은 415억~830억원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만기도래 및 중도환매 1969억(손실률 52.7%)에 대한 손실액 1038억원에 배상률 40%를 적용하면 415억원, 80% 적용할 경우 830억원으로 계산한 결과다. 

앞서 금감원이 11월에 발표한 예상손실률 13.3%를 판매잔액(5870억원)에 적용하면 손실액은 781억원이 된다. 여기에 배상률을 각각 40%, 80%를 적용하면 배상액은 312억원, 625억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각 은행별 연간 2조원의 경상적 손익을 감안하면 부담은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조보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분조위에 상정된 분쟁 6건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3건씩이었다”며 “우리은행은 최대 80% 손해배상이, 하나은행은 최대 65% 배상이 각각 결정됐다”고 말했다.

또 “은행별 DLF 관련 정확한 만기상환 및 중도환매 규모가 공개돼 있지는 않으나 금감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제공했던 2019년 8월 판매 잔액 기준으로 예상손실률, 배상비율 등을 가정해 최대 배상액 규모를 추정하면 2019년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전망치 대비 관련 손실 규모는 최대 3~4% 수준에 머물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로 인한 ROE((자기자본이익률) 희석‧훼손도 0.40%포인트 미만”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이번 배상결정이 은행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금융소비자들의 은행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금감원이 은행 본점에 대한 현장조사(2회)와 개별 분쟁 건에 대한 사실조사(3자 면담 25건 포함) 결과 DLF 출시절차 부실 운영, 자체 리스크 분석 소홀, 부적절한 목표고객 선정, 판매자 교육 미흡, 과도한 수익목표 부여 및 판매독려 등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확인됐다.

특히 DLF 판매 시 투자자성향 임의작성, 손실위험 미설명, 고령자 보호절차 미이행 등 영업점 직원의 불완전판매 행위가 다수 발견됐다. 분쟁 사실조사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부인을 유도하는 PB용 Q&A를 작성·활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는 하나은행이 DLF 불완전판매 관련 자료를 작성한 뒤 삭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최근 “당장 금융투자상품 하나를 팔아 이익을 내는 근시안적인 영업 관행은 결국 투자자의 신뢰 상실로 이어져 금융투자산업 스스로 자기의 시장을 갉아먹게 될지 모른다”고 지적하면서 “투자자로부터 얻는 신뢰는 금융투자산업과 자본시장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금융권의 소비자 신뢰 구축을 당부했다.

은행창구에서 원금손실 우려가 있는 상품의 판매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은행이 실질적으로 부담하게 될 금액은 크지 않지만 이번 사태에서 불거진 투자자 보호 강화 기조와 파생결합상품 등 원금손실 우려가 큰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자 거부감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은행권 전체적으로 11월 기준 판매액이 50조원을 상회하는 주가연계신탁(ELS) 판매가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점증되면서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 감소는 기정사실화됐다”며 “수수료 감소뿐만 아니라 금융상품 자체가 다양화되지 않은 가운데 그동안 수수료 기여 비중이 컸던 일부 고위험상품군에 대한 판매도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왼쪽)과 KEB하나은행 본사 (사진=박지훈 기자)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왼쪽)과 KEB하나은행 본사 (사진=박지훈 기자)

한편, 분조위의 배상비율이 발표되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분조위 결정을 수용한다”며 “배상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향후 분쟁조정 신청인 및 은행은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는 경우 조정이 성립된다. 분쟁조정 결정 외 나머지 신청인(만기상환 및 중도환매로 손실이 확정된 210건)은 분쟁조정위원회 배상기준에 따라 자율조정 등의 방식으로 처리된다.

다만 피해자들은 공분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DLF피해자대책위원회는 공동성명을 발표해 “터무니없는 배상 비율”이라고 밝혔다. 특히 분조위가 투자경험이 없고 난청인 79세의 고령 치매환자에게 80% 배상비율을 결정한데 대해 “치매환자는 명백한 계약 무효이므로 100% 배상 명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은 유형에는 지난 5월 판매된 독일 국채 CMS연계형 DLF상품 피해자들도 있다”며 “5월은 완전히 금리 하락 시기에 접어든 시점이었던 만큼 이 시기에 은행이 DLF상품을 판매한 것은 고의성이 충분하다고 봐야 하며 이들 피해자의 손실배수는 무려 333배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또 “은행에 엄정한 책임을 묻는다던 금감원은 이번 분조위 결과 발표에서도 투자자책임을 거론했다”며 “처음부터 사기로 판매된 상품에 어떻게 투자자의 책임이 존재할 수 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금감원에 “은행의 DLF사기판매 인정하고 계약무효를 선언하라”며 “은행을 검찰에 고발하고 DLF최종검사 결과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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