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효영기자
  • 입력 2016.03.11 17:49

‘AI기술=신성장동력’이라는 확신 얻어...스마트폰·헬스케어 등의 사업에 적용

‘세기의 대결’로 불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 첫날인 지난 8일 서울 포시즌스호텔 기자간담회장에는 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 지주사) 회장이 깜짝 방문했다. 슈미트 회장은 “대국 결과와 상관없이 승자는 인류가 될 것”이라며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이 발전할 때마다 인간 한명 한명이 똑똑해지고 유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알파고가 압도적인 2연승을 거둬 전세계에 ‘알파고 쇼크’를 불러일으킨 현재 슈미트 회장의 발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할 듯하다. “대국 결과와 상관없이 승자는 구글이 될 것이다.”

물론 대국 이전부터 전문가들은 이 세기의 대결을 성사시켜 전세계에 유튜브로 생중계하고 알파고라는 인공지능 SW를 알릴 수 있게 되면 승자는 이세돌도, 알파고도 아닌 구글이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고작 상금 100만달러(약 12억원)를 들여 계산 불가능한 천문학적인 홍보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것도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그러나 구글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알파고의 2차례 압승이라는 결과로 인해 인공지능(AI) 기술이 구글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는 점이다.

이제 알파고의 기세를 몰아 구글은 AI 기술을 비즈니스 모델에 빠르게 활용할 것이며 이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알파고의 능력이 입증되면서 구글은 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적 믿음을 확산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구글이 현재 추진 중인 자율주행차나 동시 통역 등 인공지능 사업은 무엇보다 사회적 불신이 상용화의 걸림돌이었는데 이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구글은 앞으로 웨어러블 기기, 자동번역, 자율주행차, 지능형 로봇 등 다양한 미래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의료보건(헬스케어) 및 머신러닝, 딥러닝 등의 사업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머신러닝은 인간이 카테고리를 나눠주면 컴퓨터가 다양한 항목을 분류하면서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을 뜻하는데 그동안 머신러닝의 오류가 발생했을 때 인공지능 스스로 이를 고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 한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딥러닝이다. 머신러닝에 기반해 쌓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컴퓨터가 시행착오와 실수를 반복하면서 스스로 해결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번 바둑 대국에서 알파고가 이같은 머신러닝과 딥러닝 사례를 전세계인들에게 충분히 보여줌으로써 구글은 인공지능 핵심기술 활용의 기반을 닦은 셈이다.

‘알파고의 아버지’인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한 IT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딥마인드의 AI 프로젝트를 바둑에 그치지 않고 의료와 로봇, 스마트폰에 활용할 계획”이라며 “과학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구글의 AI기술 독주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높다. 특정 기술과 지식을 소수 집단(기업 또는 인간)이 독점하게 될 경우 예상치 못한 지배세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사업목표로 삼고 있는 '헬스케어'의 경우 인간의 생사를 다루는 문제에 인공지능이 가치판단을 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인간이 전혀 도달할 수 없는 AI기술로 무장한 구글이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킬지 전세계가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지켜봐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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