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9.12.09 15:45

보노 “Music is powerful…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남북 음악인이 큰 역할 할 수 있을 것"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록밴드 U2의 리더 '보노'를 접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뉴스웍스=허운연·전현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첫 내한공연을 가진 세계적 록밴드 'U2'의 보컬이자 사회운동가인 보노를 9일 만나 "독일 통일 이후 한국 국민도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열망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록밴드 U2는 그래미를 총 22회 수상한 세계적인 밴드로 다양한 정치·사회적 현안에 의견을 내 왔다. 리더이자 보컬인 보노는 빈곤 퇴치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나서 과거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또 국제적 명성을 인정받아 외국 공연 시 그 나라 정상급 인사와 만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내한공연차 방한 중인 록밴드 U2 리더·인도주의 활동가 ‘보노’를 청와대에서 만났다. 이번 접견은 보노가 U2의 내한공연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계기에 우리 정부의 국제사회 질병 퇴치 기여에 대해 사의를 표하는 차원에서 대통령 예방을 요청함에 따라 성사됐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U2의 한국 공연을 축하하면서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전세계인들에게 알리고 있는 보노의 행보를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전날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내한공연에서 김정숙 여사가 공연을 관람한 것에 대해 "아주 대단한 공연이었다고 한다. 한국 공연의 성공을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전날 공연에서 오프닝을 장식한 곡인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Sunday Bloody Sunday)라는 곡을 언급하며 "아일랜드의 상황을 노래한 것이지만, 한국인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가 담긴 노래"라며 "한국 전쟁이 발발한 날도 일요일이었다"고 언급했다.  

보노는 전날 베를린 장벽 붕괴에 영감을 받아 만든 '원(One)'을 엔딩곡으로 부른 것에 대해 "한국인들로서 아주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가 담긴 노래들"이라고 했다. '원(One)'은 지난달 19일 문 대통령이 생방송으로 출연한 '국민과의 대화'가 끝날 때 나온 배경음악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어제 훌륭한 공연뿐만 아니라 공연 도중에 우리 남북 간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메시지를 내줬다”며 “특히 아직도 완전히 평등하다고 볼 수 없는 여성들을 위해 ‘모두가 평등할 때까지는 아무도 평등한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낸 것에 대해 아주 공감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음악 활동을 매개로 평화, 인권, 그리고 기아나 질병 퇴치 같은 사회운동까지 함께 전개하고 많은 성과를 낸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U2는 전날 최근 숨진 가수 설리와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 일제강점기 선구적으로 여성해방을 주창한 화가 나혜석 등의 얼굴을 스크린에 비추며 여성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0년간 세계 최고의 록 밴드 위상을 지켜오는 훌륭한 음악적 활동뿐만 아니라 음악 활동을 매개로 평화, 인권, 기아나 질병 퇴출 같은 사회 운동까지 함께 전개하고 많은 성과를 낸 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격려했다.

이에 보노는 "대통령님께서 평화 프로세스에 있어서 큰 노력을 기울이고 리더십을 보여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특히 이런 평화가 단지 몽상이 아닌 정말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끝까지 굳은 결의를 하고 임하는 것을 알고 있다.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보노는 "저는 아일랜드 출신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노는 또 "대통령님께서 한국 경제, 한강의 기적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있어 계속해서 지도력을 발휘하고 계신 것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런 번영이 더 포용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신경 쓰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화답했다.

보노는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한국의 경제 발전, 평화 프로세스, 국제개발원조 참여 등을 높이 평가하고 특히 국제공조를 받던 국가에서 최초의 공여국이 된 점을 들어 “진정한 기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개발원조에 있어서 대통령님께서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이시고 계신 것에도 감사를 드린다"며 "G20 정상회의에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2030년까지 원조를 2배 증액하고 베를린에서도 훌륭한 연설을 해주신 것에 대해서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부연했다. 베를린 연설은 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7월 독일 베를린 쾨르버재단 초청연설에서 한반도의 냉정 구조를 해체하고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이끌기 위한 대북정책 기조인 '신(新) 베를린 선언'을 발표한 것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도움에 힘입어 오늘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며 “이제는 그 도움을 잊지 않고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또 문 대통령은 “평화의 길에 음악을 비롯한 문화·예술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고 보노는 “Music is powerful”이라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남북 음악인들이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보노는 “자신의 서재에서 꺼내온 것”이라며 199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일랜드 시인 ‘셰이머스 히니’로부터 직접 친필서명을 받은 시집을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문 대통령은 깊은 감사를 전하면서 “한국의 수많은 U2 팬들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접견에는 청와대에서 박철민 외교정책비서관, 양현미 문화비서관, 고민정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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