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왜 실패하나?①] 우리만 비켜 간 일자리 대호황
[한국은 왜 실패하나?①] 우리만 비켜 간 일자리 대호황
  • 김태기 교수
  • 승인 2019.12.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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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의 경제클리닉 "기술혁신으로 생산성 높이고, 기업이 경제주역 돼야”
한국 경제가 50년 이래 최악이라고 세계 유력 신문 파이낸셜타임즈가 최근에 경고했습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2019년도 경제성장률이 2%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2년 반 사이에 성장률이 거의 반 토막 날 정도로 추락하면서 경제위기를 걱정하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여기에는 소득주도성장 정책뿐 아니라 평화를 외면하는 북한의 위협과 중국에다 일본과의 경제 마찰도 작용했습니다. 여전히 정부는 문제가 없다면서 재정확대로 경기를 살린다고 하지만 이마저도 소용없는 일이 되고 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한국 경제 상황을 점검하고 경제위기를 예방하는 새해로 만드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본지는 이미 경제위기의 증후를 ‘김태기의 경제클리닉’을 통해 경고한 바 있습니다. 그 이후 우려해왔던 일이 현실화되면서 후속 칼럼에 대한 문의가 적지않았습니다. 이에 경제주체의 경각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한국은 왜 실패하는가?’라는 주제로 ‘김태기의 경제클리닉’을 후속으로 연재합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가 내리는 심층적인 원인분석과 처방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합니다. <편집자주>
김태기 단국대 교수
김태기 단국대 교수

노동의 종말이란 책으로 유명해진 제러미 리프킨 교수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디지털 기술혁신으로 일자리의 거의 절반이 사라진다 했는데 그로부터 20여 년 지난 지금 결과는 정반대가 됐다. 이러자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잡지인 이코노미스트는 특집(2019년 5월)으로 각국의 ‘일자리 대호황’을 다루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실업률이 가장 낮아졌고 경제성장률은 기록적으로 올라갔다. ‘유럽의 병자’로 불렸던 독일을 비롯해 유럽 대부분 국가도 실업률이 역대 최저였다. 이뿐 아니라 ‘잃어버린 20년’의 세월을 보낸 일본도 사람을 못 구해 한국의 젊은이까지 대거 일본 노동시장으로 불러들였다.

그러나 세계사적 일자리 대호황은 우리나라를 비켜 갔다. 경제위기로 전전긍긍하는 그리스나 스페인 등 남부 유럽국가도 일자리 호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30% 넘는 실업률을 절반으로 줄였다. 지난 2년 동안 유독 우리나라만 실업이 오히려 증가했다. 고학력 청년은 물론 노동력이 왕성한 40대까지도 실업의 공포에 떠는 사람이 급증했다. 구직활동마저 포기한 청년이 늘어 실제 실업률은 4명 중 1명으로 치솟았고, 40대 실업자는 고용보험기금이 흔들릴 정도로 큰 폭으로 증가해왔다. 취업자가 늘어도 초단시간 일자리나 몇 달 일하는 단기 계약직 일자리로 채워지면서 비정규직의 비중이 폭증했다.

일자리 대호황을 누린 나라에는 공통점이 있다. 어떤 나라든 일자리 대호황을 만든 주역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었고 정부는 기업을 돕는 역할을 했다. 신기술에 대한 정보와 용도를 정부보다 기업이 잘 알기에 정부는 규제를 없애고, 법인세는 내리며, 직업교육을 강화해 인재 공급을 늘림으로써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촉진했다. 미국은 서비스업 강국의 이점을 이용해 떠나간 제조업이 돌아오고 외국 기업도 미국을 찾도록 만들었다. 독일은 노동시장 유연화 개혁에다 4차 산업혁명으로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제조업 강국의 위치도 다지면서 미국을 추격하고 이런 흐름에 프랑스도 맹렬하게 가세하고 있다.

세계가 이렇게 바뀌는 동안 우리나라 일자리는 해외로 떠나고 있다. 삼성은 베트남에 20조원 투자해 베트남 수출의 1/5을 차지하고 최근에는 인도로 눈을 돌려 4200억원 투자했다. 롯데와 현대차는 올해 미국에 각각 3조6000억원과 2조4000억원 투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작년에 일본에 각각 7500억원과 1000억원 이상 투자했다. 이러면서 한국의 해외직접투자는 외국의 한국투자보다 4배 많고, 서비스업으로 확산해 서비스업 해외직접투자마저 제조업보다 4배 커졌다. 자본만 아니라 인재도 떠난다. 중국은 반도체는 물론 배터리, 항공 등에서 기존 연봉의 3~4배를 주며 한국의 전문 인력을 빼가고 있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은 각국이 향후 10년 이내 직면할 가장 큰 위험을 조사했는데 한국은 대량실업으로 나타났다. 일본과 중국은 지진 등 자연재해였지만 한국은 스페인과 함께 대량실업이 꼽힌 유일한 나라였고, 대량실업은 북한의 위협보다 순위가 높았다. 대기업이 자동화에다 생산기지 해외 이전으로 채용을 줄이면서 고용 비중은 40%에서 10%로 반의반 토막이 났다. 중소기업이 고용의 90%를 흡수하나 생산성은 대기업의 1/3에 지나지 않기에 고용이 불안한 저임금 일자리만 넘치고 있다. 더군다나 중소기업의 다수는 적자 상태에 몰려있고 중소기업이 몰려있는 공단의 가동률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분석기사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이낸셜타임즈는 최근에 한국 경제가 50년 이래 최악이라고 했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20%를 훌쩍 넘었다.

외국도 한국을 걱정하는데 정부는 고용이 좋아졌다고 선전한다. 정부가 일자리 만든다면서 예산을 10%, 일자리 예산은 20% 이상 올려 공공부문 고용을 80만 이상 늘리고, 공공 아르바이트 일자리는 숫자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넘친다. 고용악화를 재정으로 은폐하는 일을 버젓이 벌이면서 바닥난 세수를 60조원 국채발행으로 메우겠다고 한다. 결국은 남미나 남부 유럽처럼 재정위기까지 자초해 대량실업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길로 가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나쁜 정책과 나쁜 제도는 폐기해야 한다. 일자리 대호황을 누린 나라가 그랬던 것처럼 기술혁신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탈규제로 안 되는 것 빼고는 무엇이든 투자할 수 있고, 경제의 주역이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되도록 만드는 정책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러한 방향으로 가면서 노사가 협력하고 민관이 손을 잡아야 눈앞에 다가온 경제위기와 대량실업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위대한 경제성장 역사가 그랬고, 경제위기를 극복한 많은 나라의 경험이 말하지 않는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이런 사실을 알고 경각심을 가질 때 정부도 태도를 바꾸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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