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9.12.09 18:21

중국 경제잡지 차이징 "블록체인 기술 사용하는 기존 민간 가상화폐와는 달라"

중국의 경제잡지 차이징(財經)의 2019년 12월 9일판 표지. (사진=차이징 공식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리브라'에 앞서 내년에 세계 첫 법정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중국 경제잡지 차이징(財經)이 9일 보도했다.

차이징은 소식통을 인용해 인민은행이 중국 4대 국유은행, 3대 통신기업과 공동으로 디지털 화폐를 광둥(廣東)성 선전과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 등지에서 시험 유통시킬 방침이라고 전했다. 차이징은 구체적인 개시 시점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늦어도 내년에는 가능할 것으로 관측했다. 

앞서 판이페이(范一飛) 인민은행 부행장은 지난달 28일 금융 포럼에서 "디지털 화폐의 설계와 표준 제정, 연합 테스트 업무가 기본적으로 마무리됐다"면서 "시범 지역을 정해 사용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비트코인이나 페이스북의 리브라 등 '외부 세계'의 가상화폐 질서가 자국에 영향을 주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통화주권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대안으로 중국 정부는 중앙은행이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디지털 화폐를 추진하고 있다.

인민은행의 디지털 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는 비트코인 등 기존의 민간 가상화폐와 거리가 멀다. 중국의 법정 디지털 화폐는 쉽게 말해 '디지털 현금'이다. 이는 종이나 동전으로 된 위안화 현금의 거의 완벽한 대체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화폐가 현금 통화를 뜻하는 본원통화(MO)의 일부를 대체하게 된다는 뜻이다. 당장은 MO의 극히 일부분을 대체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인민은행의 판단에 따라 대체 비율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발행 기관인 인민은행은 직접 국민에게 디지털 화폐를 공급하지는 않고 우선 시중은행에 공급한다. 이어 금융기관이 고객들에게 다시 디지털 화폐를 공급하는 이원화된 방식이다. 이후 개인이 이들 기관에서 '충전'한 디지털 화폐는 스마트폰 앱인 '전자 지갑'에 담긴다. 사용자들은 중국에서 널리 쓰이는 전자 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처럼 디지털 화폐를 쓸 수 있게 된다.

이는 화폐 제작과 유통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또한 각종 불법 거래를 억제하는 효과도 뚜렷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디지털 화폐가 관광객 등 외국인들로까지 사용이 확대되고, 무역 결제에까지 활용되면 위안화 국제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현금과 달리 현금의 흐름이 기록으로 남을 수 있어 일각에서는 국가의 통제권이 비대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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