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12.11 06:10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최철웅 교수

동맥경화를 도로에 비유하자면 혈관의 비포장도로라고 할 수 있다. 자갈이나 돌무더기가 가로막는 길을 차량이 어찌 리드미컬하게 달릴 수 있을까.

혈관을 흐르는 혈액도 마찬가지다. 곳곳에 장애물이 있는 혈관을 흐르다보면 와류가 생길 뿐 아니라 유속이 느려지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질 않는다. 혈액이 좁은 혈관을 빠져나가면서 압력을 높여 혈관을 찢어놓기도 한다. 누출된 혈액이 응고되고, 여기에 백혈구나 대식세포 같은 면역세포가 죽어 쌓이면서 커다란 둔덕을 만든다. 의학용어로 ‘경화반’이 생기는 것이다.

이 정도가 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심장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관상동맥, 그리고 뇌와 다리로 가는 동맥에 혈류장애가 발생하면서 증상이 나타난다. 여기서 진행이 멈추면 그나마 다행이다. 둔덕 주변에서 혈관이 다시 찢어져 출혈이 발생할 경우 혈관이 갑자기 좁아지거나 아예 막힐 수 있다.

동맥경화증은 이렇게 생명을 위협하며 마각을 드러낸다. 정확하게는 '죽상동맥경화'지만 죽상(粥狀)이란 단어를 빼고 그냥 동맥경화라고 부른다. 죽상이란 혈관을 막는 장애물들이 걸쭉한 죽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명칭이다.

동맥경화가 무서운 것은 혈액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면 협심증 또는 심장마비, 뇌혈관이 막히면 뇌경색이 된다. 또 뇌혈관이 터지면 뇌출혈이다. 모두 시간을 다투는 응급질환들이다.

문제는 이렇게 동맥경화가 진행되고 있는 사람들이 널려 있다는 사실이다. 길이 막혀 투덜대는 사람들이 자신의 혈관이 막혀 혈류가 방해 받고 있는 것에 대해선 무심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내 혈관의 건강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간단하게 10가지만 체크해 보자.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흡연, 비만, 고령, 가족력, 운동부족, 과체중, 스트레스가 그것이다. 이 중 한두 개에 해당되면 가능성이 높고, 3~4개라면 병원에 서둘러 가야한다.

죽상동맥경화 초기단계에선 진단이 쉽지 않다. 의료진 역시 죽상경화증의 위험인자가 있는지 확인한 뒤 경동맥 초음파나 복부초음파 및 CT, 관상동맥 석회화 검사, 발목상완 지수검사 등을 통해 진단한다. 또 의사는 좁아진 혈관의 위치에 따라 협심증인지, 허혈성 심장질환이나 뇌경색인지, 신부전이나 허혈성 사지질환인지, 말초혈관 폐색성질환이나 고혈압성 망막증으로 이행됐는지를 살핀다.

동맥경화가 진행되는 과정

다음 단계는 치료를 하는 것이다. 먼저 병의 진행을 막기 위해 금연이나 저지방식, 혈당 및 혈압관리를 권유한다. 특히 유산소 운동과 체중조절이 중요하다. 동맥경화로 인해 협착이 심하지 않다면 항혈소판제제나 항응고제, 지질강하제 같은 약물을 처방하기도 한다. 특히 혈관 회복이 어렵거나 응급상황으로 갈 법한 환자에겐 혈관을 확장시키는 스텐트 시술이나 혈관우회술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요즘처럼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계절엔 무엇보다 혈관건강에 유의해야 한다. 몸만 위축되는 게 아니라 혈관도 쪼그라들어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뜻한 옷으로 보온하는 것은 물론 혈류를 힘차게 돌려주는 유산소 운동 역시 게을리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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