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태기 교수
  • 입력 2019.12.12 05:00

김태기의 경제클리닉 "민족경제는 이미 사망…개방경제 발전시켜야 진짜 평화 와"

김태기 단국대 교수

한국의 경제성장 모형은 중국이 세계 경제 강국으로 크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하버드 대학 에즈라 보겔 교수와 케네디스쿨 민주적 지배구조와 혁신 연구소 윌리엄 오버홑트 선임연구위원에 의하면 중국의 덩샤오핑 주석은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모방해 개혁개방을 추진했다. 중국의 성공은 사회주의국가였던 동부 유럽은 물론 남미까지 자극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리카를 방문하면 한국의 경제성장 모형을 본받으라고 했다. 박정희모형의 한 축인 수출주도성장은 박정희 대통령 이후에도 전통으로 이어졌고 덕분에 한국은 성공적인 개방경제 국가로 전환하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 들어와 지난 50년 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만든 개방경제 국가의 전통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수출은 세계 6위(2017)에서 프랑스에 밀려 7위(2018)로 떨어졌고, 금년도에는 더 심각해 1-11월의 수출이 10% 감소했으며 다른 나라보다 감소 폭이 훨씬 크다.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가 1년 전과 비교해 가격(D램)이 1/3로 폭락했다. 반도체만 그런 것이 아니라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 거의 전 품목에서 수출이 감소했다. 정부는 내년도에는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 수출이 회복된다고 하지만 기술혁신은 가격을 떨어뜨리고 반도체 굴기 등으로 경쟁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국이 물량까지 쏟아부을 태세라 한국 수출의 미래는 전혀 낙관적이지 않다. 

수출뿐 아니라 한국을 찾는 외국인 직접투자도 금년도에는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래도 200억 달러 넘는다고 선전하지만, 세계은행의 외국인 직접투자통계를 보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2018년 기준 외국인 직접투자가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9%로 세계 평균(1.4%)보다 훨씬 낮고 동아시아태평양국가 평균(2.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개도국에 몰린다고 말할지 모르나 실상은 전혀 아니다. 미국(1.3%), 영국(2.1%), 프랑스(2.2%), 독일(2.6%) 등 유럽은 물론이고 우리와 경제 규모가 비슷하고 경제위기를 겪은 스페인(3.1%)도 노동 개혁 덕분에 한국보다 3배 이상 많다. 

외국인 직접투자와 정반대로 한국에서 다른 나라로 떠나는 자금은 증가일로에 있다. 세계은행 통계를 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해외직접투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4%로 세계 평균(0.9%)은 물론 동아시아태평양국가 평균(1.7%)보다 훨씬 높다. 한국에서 이탈하는 자금이 한국에 들어오는 자금보다 거의 3배 정도 많은 셈이다.

이런 문제는 기술혁신의 주역인 핵심 인재도 같은 처지다. Global Economy의 두뇌 유출지수 통계를 보면 두뇌 유출은 선진국이 낮고 개도국은 높다. 2018년 기준으로 스웨덴이 가장 낮고 한국은 러시아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입보다 유출이 많다. 두뇌 유출이 많았던 스페인 등 남부 유럽국가도 현재는 우리나라보다 사정이 훨씬 나아졌다. 
 
문 정권은 개방경제의 장점을 차버리고 있다. 심각한 문제다. 수출만 놓고 봐도 한국은 수출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기는 했으나 여전히 높고, 수출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은 올라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2015년 기준으로 수출의 고용 비중이 한국은 상위권이고 유럽에서도 높은 독일(29%)과 비교해도 한국(25%)이 조금 낮을 뿐이다. 수출의 부가가치에서 한국(42%)은 독일(52%)보다 10%포인트 정도로 격차가 벌어지지만, 수출이 임금을 높이는 프리미엄은 세계 각국 비교연구(Robert Flanagan, 2006)에 의하면 한국(10-12%)이 독일(2.6%)보다 훨씬 크다. 그 이후에 나온 한국·대만 비교연구(Yen Men-Feng, 2013)에 의하면 한국(44%)은 대만(25%)보다 월등히 높고, 대만은 떨어졌으나 한국은 수출의 임금 프리미엄이 유지되고 있다. 

개방경제를 평화경제로 대체하는 것이 문 정권의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경제가 추락하고 인구증가가 멈추어가도 평화경제를 외치고, 남북이 협력해 평화경제가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선전한다. 정권 차원에서 폐쇄적 민족주의를 부르짖는 격이다. 이런 황당한 일의 뿌리는 1970~80년대에 인기를 끌던 민족경제와 여기에 영향을 미친 남미 좌파의 종속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 민족경제는 외자에 의존한 수출중심경제가 경제종속을 일으키고, 종속이론은 같은 이유로 선진국이 개도국을 수탈해 중심에 서고 개도국은 주변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선동했다. 그러나 남미의 저개발은 독재와 부패에 원인이 있었고 반면, 한국의 고도성장은 외자 도입으로 혁신을 일으켜 수출경쟁력을 높인데 비결이 있었다.

민족경제는 오래전에 사망했다. 민족경제가 평화경제로 용어가 바뀌어도 똑같은 운명일 뿐이다. 둘 다 정치 선전에 지나지 않는다. 각국의 흥망사는 평화경제의 논리가 고용과 임금 감소, 가난한 나라로 돌아가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한국은 외자를 다른 나라에 주고 북한을 지원하는 위치로 올라갔고, 수출중심경제로 지구촌에 희망을 주는 나라가 되었다.

중소기업도 수출 기업이 되고, 수출의 부가가치를 키우고, 외국인이 투자하고, 외국의 두뇌가 오도록 한국의 개방경제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며칠 전 수출중심경제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김우중 회장이 돌아가셨다. 세계경영을 할 수 있는 청년을 키우겠다는 그분의 유업을 받드는 것이야말로 진짜 평화경제로 가는 길이고 북한에 있는 우리 민족도 잘살 수 있게 만드는 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