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9.12.12 12:13

김영덕 IBS 연구단장,  김홍주 경북대 교수 연구팀

칼슘몰리브데이트(CaMoO4·왼쪽부터), 다이리튬몰리브데이트(Li2MoO4), 레드몰리브데이트(PbMoO4), 비닐에 싸인 다이소듐몰리브데이트(Na2Mo2O7) 이다.  파일럿 실험에는 칼슘몰리브데이트가 사용되었고, 1단계 실험에는 칼슘몰리브데이트와 다이리튬몰리브데이트가 함께 사용될 예정이다.  (사진제공=IBS)
칼슘몰리브데이트(CaMoO4·왼쪽부터), 다이리튬몰리브데이트(Li2MoO4), 레드몰리브데이트(PbMoO4), 비닐에 싸인 다이소듐몰리브데이트(Na2Mo2O7) 이다. 파일럿 실험에는 칼슘몰리브데이트가 사용되었고, 1단계 실험에는 칼슘몰리브데이트와 다이리튬몰리브데이트가 함께 사용될 예정이다. (사진제공=IBS)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대규모 중성미자 실험의 원천이 될 새로운 결정이 개발됐다. 

김영덕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 연구단장과 김홍주 경북대학교 교수를 비롯한 국제공동연구진은 중성미자를 방출하는 결정들을 4년 간 개발·시험한 끝에 다이소듐몰리브데이트(Na2Mo2O7) 등 4개를 1차 선정했다. 

최종 선정된 결정은 향후 200㎏ 이상 만들어져, 현재 10㎏ 가량의 결정을 사용하는 전 세계 경쟁그룹 중 가장 큰 규모의 중성미자 실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성미자는 우주를 이루는 기본입자들 중 가장 가벼운 입자로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매초 700억 개의 중성미자가 엄지손가락을 뚫고 지나가지만 우리는 전혀 느낄 수 없다. 관측이 힘들기 때문에 ‘유령입자’로 불리며 입자물리학의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중성미자의 성질과 질량을 측정하기 위해 미국 샌포드 지하연구시설, 일본 카미오카 우주관측소, 이탈리아 그랑사소 연구소 등 세계 곳곳에서 대규모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

지하실험 연구단이 이끄는 AMoRE1 연구진은 앞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무게 1.9㎏의 칼슘몰리브데이트(CaMoO4)결정으로 강원도 양양에서 파일럿 실험을 진행했다. 

중성미자를 얻기 위해서는 결정 속 100Mo가 다른 원자로 변하면서 전자와 중성미자를 방출하는 ‘이중베타붕괴 ’ 현상을 이용한다. 

이 때 실험에 사용하는 몰리브데이트 결정이 내뿜는 빛 특성이 중요하며, 결정의 총량이 많을수록 이중베타붕괴가 더 많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전세계 중성미자 연구들이 더 좋은 결정을 찾고 그 무게를 늘리는 방향으로 실험을 갱신하고 있다.

연구에서는 먼저 기존 칼슘몰리브데이트(CaMoO4) 결정의 문제점을 해결할 여러 결정들을 성장시켰다. 

칼슘몰리브데이트 결정은 방출하는 빛이 많아 데이터를 얻는 데 유리하지만, 칼슘(Ca) 중 0.18% 비율로 존재하는 48Ca이 또다른 이중베타붕괴를 일으켜 잡음이 발생한다. 연구진은 기존에 연구되지 않았던 결정들의 여러 화학적 단계를 연구해 리튬, 세슘, 나트륨이 든 새로운 몰리브데이트 결정 8개를 성장시키고, 기존 국제공동연구로 성장시켰던 아연, 납 함유 결정 4개와 함께 테스트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12개의 후보 결정들이 방출하는 빛과 파장 특성 등을 상온에서부터 약 10 켈빈의 저온까지 연구하고, 이를 기존의 칼슘몰리브데이트(CaMoO4) 결정과 비교했다. 

방출하는 빛의 양과 시간 등을 측정한 결과 후보 결정 중 다이소듐몰리브데이트(Na2Mo2O7)가 가장 적합함을 확인하고, 이를 비롯한 4개 결정을 1차 후보로 선정했다. 결정을 연구, 개발 및 성장하는 데 2년, 특성 시험에 2년이 걸렸다.

실험에 사용할 결정은 극저온 시험을 거쳐 앞으로 1-2년 후에 최종 선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베타붕괴를 다른 배경 신호와 구분하기 위해 약 수십 밀리켈빈(mK)4) 의 극저온환경이 필요한데, 결정이 이 온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는 과정이다. 

최종 실험에는 다이소듐몰리브데이트(Na2Mo2O7), 다이리튬몰리브데이트(Li2MoO4), 레드몰리브데이트(PbMoO4)와 기존의 칼슘몰리브데이트(CaMoO4)를 비교할 예정이다.

AMoRE 국제 연구진은 현재 6㎏의 결정으로 1단계 실험을 준비 중이며, 향후 선택된 결정 200㎏는 강원도 정선에서 2021년 착수할 2단계 실험에 약 5년 동안 사용된다.

이무현 연구위원은 “최근의 1.9㎏ 결정 실험으로는 중성미자 질량이 수소원자 질량의 10억분의 1보다 더 작다는 정보를 얻었다”며 “향후에 결정 200㎏로 실험하면 민감도가 100배 더 좋아져, 수소원자 질량의 1000억분의 1 수준과 중성미자 질량을 비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는 결정 연구와 기술에 관한 전문학술지 크리스탈 리서치 앤 테크놀로지에 지난달 13일 게재됐으며, 이 달의 표지논문으로 채택됐다. 

이무현 IBS 지하실험 연구단 연구위원
이무현(왼쪽) 연구위원, 김홍주 교수 (사진제공=I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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