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12.14 05:10

고속주행에서 약간의 조작만으로 쉽게 방향전환 가능…조향장치에 주행 특성 담겨
스티어링 휠, C-MDPS는 일상주행 차에 채택…고급 세단·대형차량·SUV는 R-MDPS 장착

자동차의 스티어링 시스템과 휠에는 각 제조사의 성향과 기술력이 집약되어 있어 가 모델마다 스티어일 휠을 잡아보면 차의 성향을 일부 파악할 수 있다.(사진=손진석 기자)
자동차의 스티어링 시스템과 스티어링 휠에는 각 제조사의 성향과 기술력이 집약되어 있어 각 모델마다 스티어링 휠을 잡아보면 차의 성향을 일부 파악할 수 있다.(사진=손진석 기자)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들은 많다. 그 중에서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럼에도 직접적으로 차를 움직이는 부품인 스티어링 시스템(Steering System, 조향장치)과 스티어링 휠(Steering Wheel), 일명 핸들(Handle, 운전대)에는 차의 성격과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소비자들이 차를 구매하는데 판단하는 요소가 되는 '주행감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스티어링 시스템과 스티어링 휠은 디자인에서 완성미를 갖춰야하고 인체공학적 요소를 감안해 제작되어야한다.

일반적으로 세단·쿠페·SUV로 구분되고, 소형·중형·대형, 친환경·고성능 등 다양한 구분법에 의해 차를 분류하고 있지만 차의 성향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은 운전석에 앉아서 핸들을 잡아보면 된다.

유압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왼쪽)과 전기모터를 스티어일 휠에 설치한 C-MDPS의 구조도 (자료 출처=도서출판 경영사)
유압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왼쪽)과 전기모터를 스티어링 휠 축에 설치한 C-MDPS의 구조도 (자료 출처=도서출판 경영사)

◆ 자동차를 조종하는 조향장치

스티어링 시스템, 즉 조향장치는 자동차의 진행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장치다. 앞바퀴를 좌·우로 움직여 차의 방향을 정한다. 그리고 조향장치를 움직이기 위해 직접적으로 힘을 가하는 부분이 스티어링 휠이다.

스티어링 휠은 제조사와 차량의 구분, 성향에 따라 크기‧두께‧모양‧재질‧스포크의 개수 등이 다르다.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만으로도 제조사와 기본적인 차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을 만큼 각각의 성격이 잘 반영되어 있다.  최근들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계기반, 크루즈 컨트롤, 차량 속도 조정 등 다양한 편의 장비를 스티어링 휠에 장착해 차량의 편의장치에 대한 조종과 설정 등이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조향장치는 기계식과 유압식, 전기모터+유압식,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방식으로 구분된다. 최근 들어 전기모터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고급스러운 주행감을 위해서 전기모터+유압식을 주로 적용하기도 한다.

기계식은 가장 기초적인 방식이다. 바퀴의 무게를 운전자가 모두 감당하며 스티어링 휠을 돌려야하기 때문에 차의 방향전환이 매우 힘들다. 이러한 기계식의 단점을 보완해 10분에 1의 작은 힘으로도 방향전환이 가능한 유압식 조향장치가 1983년 개발됐다. 이후 1990년대는 전자제어 유압식 시스템이 개발된뒤 기술발전을 거듭했다.

2000년 이후 전기모터 조향장치가 개발됐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국산화에 성공하며 2005년 베르나 MC에 최초 적용됐고, 2006년 현대차 아반떼 HD에 유압 대신 전기모터 조향장치인 MDPS(Motor Driven Power Steering)를 적용했다. MDPS는 현대‧기아차에서 쓰는 명칭이다. 이에앞서 EPS(Electronic Power Steering)라는 명칭이 먼저 사용됐다. 현재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자동차 제조사에서는 EPS라고 부르고 있다. 

MDPS는 토크센서로 부터 감지된 토크 신호와 차속 및 rpm 등의 차량 정보를 이용해 내부 ECU에 의해 모터를 제어한다. 운전자가 더욱 편안하고 가벼운 스티어링 휠의 조작이 가능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 MDPS는 ECU로 모터를 제어 할 수 있기 때문에 유압식에서 사용할 수 없었던 SPAS(자동주차보조시스템), LKAS(차선유지지원시스템), VSM(차량자세제어시스템) 같은 자율주행에 적용되는 기능 적용이 가능해 졌다.

현재 이 모터를 사용하는 방식은 스티어링 칼럼(스티어링 휠 축)에 모터가 장착되는 C-MDPS 타입과 더 자연스럽고 정교한 기계 감각에 가까운 조향감을 제공하기 위해 모터가 차축의 랙 기어에 장착되어 바퀴를 제어하는 R-MDPS 타입으로 구분된다.

C-MDPS는 보통 가벼운 조향감을 주는 것이 필요한 경형·준중형·중형 등 차량에 사용된다. 특히 완력이 약한 여성이나 노인에게 유용해 일상 주행용 차량에 많이 사용된다. 단점으로 모터소음이 발생한다는 점과 운전대와 바퀴의 실제 움직임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발생해 이질감을 느낄 수 있다.

R-MDPS는 모터의 진동과 소음이 최소화 할 수 있고, 운전대에서 움직임이 즉시 바퀴로 전달되어 조향감이 뛰어나고 안정적이다. 고급 세단과 대형차량이나 SUV, 고성능 모델 등에 많이 적용된다.

최근에는 앞에 설명한 조향장치와 함께 조향감 개선을 위해 가변기어비를 함께 이용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고속주행 시에는 직진 민감도가 높아지고 회전주행 시에는 민첩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방향전환 혹은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이 작은 조향구간에서는 세밀하게 반응하고, 움직임이 큰 조향구간에서는 더 빠르게 반응할 수 있도록 스티어링 기어의 비율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D컷 모양의 스티어어링 휠, 기아자동차의 K3 GT(왼쪽), 닛산 신형 알티마 (사진=손진석 기자)
D컷 모양의 스티어어링 휠, 기아자동차의 K3 GT(왼쪽), 닛산 신형 알티마 (사진=손진석 기자)

◆ 스티어링 휠은 차량의 성격을 표현

스티어링 휠은 자동차가 등장한 이후 100여년 동안 다양한 모양으로 변화되어 왔지만 기본적인 기능인 조향을 위해 힘을 가하는 부품으로서의 기능은 변화되지 않았다.

스티어링 휠은 모양과 크기로 각자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스티어링 휠에 다양한 편의장치와 차량제어 장치가 설치되면서 각 제조사마다 색다른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스티어링 휠은 차의 성향에 따라 휠의 크기(직경)과 두께, 모양, 재질 등에 차이가 발생한다.

과거의 스티어링 휠은 온전히 운전사의 팔 힘으로만 돌려야 했다. 그래서 좀 더 쉬운 차량의 방향전환을 위해 스티어링 휠은 크기가 커야만 힘을 쓰기에 좋았다. 그러나 파워스티어링이 적용되면서 적은 힘으로도 방향전환을 원활히 할 수 있게 되면서 휠의 크기가 작아지기 시작했다.

초기의 스티어링 휠은 지름이 430㎜ 정도의 큰 원형 휠을 사용했다. 요즘에는 340~380㎜ 크기를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세단의 경우는 360~380㎜의 크기가 보통이다. 

스티어링 휠의 지름은 보통 고성능 모델일수로 작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는 고속주행에서 약간의 조작만으로 쉽게 방향전환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스티어링 휠을 작게 만들면 운전석에 여유 공간이 생긴다. 이를 이용해 낮은 시트 포지션과 원활한 전방 시야 확보 등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이유로 쿠페, 스포츠카 등 고성능의 모델에는 일반적인 휠 크기보다 작은 스티어링 휠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 퍼포먼스 차량에 각 제조사마다 다양한 디자인의 D컷 디자인 스티어링 휠이 사용되고 있다. 스포티함을 강조하는 차량에 주로 사용된다. 물론 D컷 스티어링 휠도 다리와 휠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부족한 공간을 해결해 준다.

고성능 차량도 코너링, 급격한 곡선구간 주행 등을 위해 지름이 350~365㎜ 정도 수준의 원형 스티어링 휠을 사용하기도 한다.

한편, 스티어링 휠의 두께는 운전자의 휠 조작으로 인한 피로를 줄이기 위해 차량의 움직임 특성에 맞게 달라진다. 보통은 스포츠카보다 일반 세단이 좀 더 두껍다. 두꺼우면 조향 감각이 둔해지는 경향이 있어 돌발 등 위급 상황에 순발력이 다소 떨어 질 수 있다. 반대로 스티어링 휠의 두께가 얇으면 민첩한 조작이 가능하지만 피로도가 높아 질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은 중심축과 손잡이를 연결하는 스포크(Spoke)의 개수에 따라 성격을 보이기도 한다. 2개의 스포크를 가진 휠은 소형차에 주로 채택된다. 3개의 스포크는 조향성과 직진성 등 밸런스가 좋아 다이내믹한 모델에 많이 장착되고, 4개의 스포크는 고급스러운 대형 세단에서 주로 사용된다.

신원형을 사용하는 세단의 스티어링 휠의 제조사별 모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볼보 신형 S60, 현대 더 뉴 그랜저 3.3, 캐딜락 REBORN CT6, BMW 뉴 7시리즈 (사진=손진석 기자)
원형을 사용하는 각 제조사별 세단의 스티어링 휠의 모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볼보 신형 S60, 현대 더 뉴 그랜저 3.3, 캐딜락 REBORN CT6, BMW 뉴 7시리즈 (사진=손진석 기자)

◆ 스티어링 휠, 제조사마다 차량의 주행 특성 표현

D 컷 스티어링 휠을 가지고 있는 기아차 K3 GT의 경우 허벅지 위 공간을 확보해 페달 조작을 편하게 하고 스포티함을 강조하고 있다. K3 GT의 스티어링 휠은 천공 처리를 한 가죽으로 되어 있어 그립감이 뛰어나다.

닛산의 신형 알티마는 손을 잡는 부분의 그립감을 좋게 하기 위해 휠의 두께를 달리하고 있다. 또한 스포크 부분에 홈을 파 휠을 잡기 쉽게 하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핸들링은 쉽고 정확하면서도 거침이 없어 거친 노면도 정확하게 타고 돌면서 차선을 따라 좌우의 어떠한 급한 변화에도 정확하게 차와 일체화된 움직임을 보여준다.

원형의 스티어링 휠을 사용 하는 신형 볼보 S60은 3개의 스포크를 적용한 휠을 가지고 있다. 신형 S60의 핸들링은 움직임이 날쌔다. 핸들 유격이 적고 조향과 동시에 반응하는 랙 엔 피니언 타입의 스티어링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묵직한 핸들감과 빠르게 파고드는 코너링 등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운전하는 재미를 준다.

더 뉴 그랜저 3.3 모델은 전형적인 원형 휠의 모습을 하고 있다. 휠의 두께는 조금 두꺼운 듯 하지만 적당한 크기다. 핸들링은 R-MDPS를 채택해 고속에서도 좀 더 다이나믹한 차체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차의 핸들링은 조금 더 단단해진 서스펜션 때문이다,

BMW 뉴 7시리즈는 딱 BMW라고 알 수 있는 디자인에 3개의 스포크를 가진 원형 스티어링 휠이다.  움직임에서는 명확한 정체성을 나타낸다. 저속에서는 손쉬운 방향전환과 고속에서는 민첩하고 안전하게 급차선 변경, 좌우 이동을 정확하게 수행한다. 또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 기능을 적용해 속도에 따라 전륜과 후륜의 조향각도를 자동으로 조절해 더욱 직관적인 핸들링의 진수를 보여준다.  

각 제조사별 SUV 차량에 작용된 스티어링 휠, (왼쪽부터) 쉐보레 콜로라도, 쌍용 신형 코란도, 올뉴 랜드로버 이보크 (사진=손진석 기자)
각 제조사별 SUV 모델에 적용된 스티어링 휠, (왼쪽부터) 쉐보레 콜로라도, 쌍용 신형 코란도, 올뉴 랜드로버 이보크 (사진=손진석 기자)

캐딜락 CT6는 4개의 스포크를 가지고 있고, BMW 7시리즈와는 달리 두께가 조금 얇다. CT6는 대형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차선변경이 마치 경차가 차선을 변경하듯 부담이 없다. 이러한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서스펜션이 저속구간에서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이다가 속도를 높이면 조금씩 딱딱해진다. 속도와 노면 등의 주행환경에 맞춰서 서스펜션이 노면을 1000분의 1초마다 감시해 기민한 서스펜션의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이 적용된 결과다. 여기에 민활한 차선 변경과 회전을 위해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 기술도 적용된다. 주행 시 조향 각도에 따라 뒷바퀴를 함께 움직여 회전반경을 최소화하는 주행 보조 기술이다. 보다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도와준다.

지난 9월 국내 출시된 대형 SUV 쉐보레 트래버스는 섬세한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이 장점으로 부각된다. 차량의 주행 감성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핸들링이다. 스티어링 휠은 운전자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부분으로 차의 주행감 평가에 중요한 요소다.

우수한 핸들링을 완성하는 것은 스티어링 시스템과 서스펜션이다. 트래버스는 세밀한 조향과 랙 기어에 직접 연결되어 있는 모터의 힘을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프리미엄 렉타입 조향장치 R-EPS와 5링크 리어 서스펜션을 채택하고 있다.

올 뉴 레이지로버 이보크의 스티어링 휠은 포인트인 흰 줄 무늬와 함께 휠의 축에 있는 각종 장치들이 귀염성을 뛰고 있는 디자인을 보여준다. SUV의 육중한 움직임을 상황에 맞게 알맞은 무게와 힘을 분배해 최적의 핸들링감을 제공해주는 토크 벡터링 기능이 적용되어 있다. 고속·일반도로와 험로 주행에서 민첩하고 안정적인 핸들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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