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19.12.13 11:51

"문제해결, 비판적 사고, 창의력, 협업 능력 기르는 데 적합"

김우승 한양대학교 총장은 13일 '제18회 도전과나눔 기업가정신 포럼'에 참석해 '4차 산업혁명과 대학의 역할'을 주제로 강의했다. (사진=전다윗 기자)
김우승 한양대학교 총장은 13일 '제18회 도전과나눔 기업가정신 포럼'에 참석해 '4차 산업혁명과 대학의 역할'을 주제로 강의했다. (사진=전다윗 기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문송합니다"

인문계열 전공자가 이공계 전공자보다 심한 취업난을 겪으며 '문송'이란 신조어가 생긴 지 오래다. '문과라서 죄송하다'는 의미다. 취직이 어려운 문과생들의 자조적 농담으로 시작한 말이지만, 근래 분위기를 보면 진짜 죄인인가 싶을 정도다. 

대학교에서 국문학과 영문학을 복수전공한 A씨는 "주변에서 '문레기', '문과충'이란 말을 많이 한다. 물론 농담으로 하는 말이다"라며 "장난인 건 알지만, '탈출이 답'이란 이야기를 들을 땐 씁쓸하기도 하다"고 했다. 마치 '쓸모없는' 전공의 대명사처럼 돼버린 문사철(문학·사학·철학) 전공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보인다.

이와 관련해 김우승 한양대학교 총장(기계공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문·이과 전공이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13일 GS타워 아모리스홀에서 열린 '제18회 도전과나눔 기업가정신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과 대학의 역할'을 주제로 강의한 그는 "기술·문화·사회 트렌드가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오히려 인문학 전공자가 유리할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역량으로 꼽히는 문제해결, 비판적 사고, 창의력, 협업 능력을 기르는 데 인문학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앞서 1~3차 산업혁명은 해당 시기가 종료된 뒤 사후에 '정의'를 내렸던 시대이지만, 4차 산업혁명은 다르다. 김 총장은 4차 산업혁명을 해당 시기가 도래하기 전, 또는 초입 단계에 '선(先)정의' 내린 최초의 산업혁명 시대로 봤다. 자연히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은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로 진입하는 것을 뜻하게 된다. 

김 총장은 이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대학의 역할로 '산학연계 교육'을 제시했다. 

최근 대기업 중심으로 대규모 공채를 폐지하고, 소규모 수시채용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다양한 직종에 맞는 '일반적' 인재를 뽑던 방식에서 벗어나 직무별로 요구 역량을 갖춘 인재를 뽑기 위함이다.

김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보다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주목받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신입사원 퇴직 사유 중 '조직·직무 적응에 실패'가 49.1%로 가장 많았다. 

그는 "지금 시대에서 대학은 학생의 전문성, 직무 관련 경험을 키워주는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캠퍼스 안팎으로 대학과 산업의 연결성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캠퍼스 내에서는 '산업 연계형 문제 해결 교육'을, 밖에서는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현장실습의 경우, '지속가능성'이 있는 형태로 운영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73년부터 현장실습 교육 과정을 시작해 연간 약 15만명이 현장실습을 수행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선진국의 경우 기업에서 투자하고, 기업에서 진행하는 현장실습이 주류다. 정부 재정 지원 없이도 지속 가능한 형태로 굴러간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가 기업체 담당자에게 사업지원비를 주는 기이한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지속할 수 없는 형태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제부터라도 선진국과 유사한 형태의 현장 실습이 운영돼야 한다, 새로운 문화가 시작될 수 있도록 관계자들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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