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19.12.16 05:00

내년 도쿄올림픽 기회로 '외산의 무덤' 일본서 휴대폰·TV로 '반격' 예고

일본 오사카 번화가. (사진출처=픽사베이)
일본 오사카 번화가. (사진출처=픽사베이)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새로운 격전지로 '일본'이 떠오르고 있다. 

일본 정부가 내년 7월에 열리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내년 상반기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를 서두르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초기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애플은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다. '아이폰 천하'로 불릴 만큼 애플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반면 국내 업체들의 활약은 미미하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63%였다. 삼성전자(6.7%), 샤프(5.3%), 소니(4.0%), 화웨이(1.9%)가 큰 격차로 뒤를 이었다.

애플이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큰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5G 서비스다.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등 일본 이동통신사들은 내년 상반기 중에 5G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은 5G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빨랐던 만큼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5G 스마트폰을 더욱 안정적으로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320만대의 5G 스마트폰을 시장에 내놓았다. 전 세계 5G 스마트폰 출하량의 약 74%를 차지한다. 2위는 40만대의 5G 스마트폰을 출하한 LG전자다. 점유율은 약 10% 정도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출하량을 합치면 전체의 84%에 달한다.

애플은 해마다 9월경에 새로운 아이폰을 내놨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도쿄올림픽 이후에나 5G 스마트폰을 내놓을 전망이다. 이미 5G 스마트폰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후발주자의 도전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삼성전자, 최대 규모 '갤럭시 하라주쿠' 개관…점유율 반등 위한 '초석' 다져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삼성전자는 일찍이 일본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내년 초 일본에서 5G가 본격 상용화되면 다른 업체보다 먼저 5G 스마트폰을 공급해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반등 계기를 구축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일본 도쿄에 전 세계 갤럭시 쇼케이스 중 최대 규모인 '갤럭시 하라주쿠'를 개관했다. '갤럭시 하라주쿠'는 지상 6층·지하 1층 규모로 전 세계 갤럭시 쇼케이스 중 가장 크다. 1000개 이상의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꾸며진 건물 외관은 '부유하는 빛의 레이어'라는 콘셉트로 미래의 비전을 보여준다.

쇼케이스 곳곳에 갤럭시 최신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인터랙티브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향후 다양한 문화 행사를 통해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다채롭고 새로운 모바일 경험을 소개하는 장소로 활용될 예정이다.

일본 도쿄에 개관한 '갤럭시 하라주쿠' 외관. (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 5월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일본 최대 이통사인 NTT 도코모와 2위 사업자인 KDDI 본사를 잇달아 방문해 5G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NTT 도코모와 KDDI 경영진을 각각 만난 자리에서 오는 2020년 일본 5G 시대 개막에 대비해 5G 조기 확산과 서비스 안착을 위한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삼성전자는 NTT도코모를 통해 '갤럭시 S10 플러스 올림픽 에디션' 한정판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 에디션은 갤럭시S10 플러스 프리즘 화이트 제품 뒷면과 함께 증정되는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뒷면에 도쿄올림픽 엠블럼이 프린트됐다. 도쿄올림픽 마스코트 등을 포함한 공식 테마가 제공된다.

'갤럭시 S10 플러스 올림픽 에디션'. (사진제공=삼성전자)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 사장은 "5G 시대를 선도하는 무선통신 분야의 공식 파트너로서 2020 도쿄올림픽에서 전 세계인에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빠르고 새로운 모바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일본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재진입 노려

LG전자 또한 일본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일본은 내년 초 5G 본격 상용화를 앞두고 있기에 LG 스마트폰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며 성공적인 5G 스마트폰 공급의 주춧돌을 마련하는 것이다.

LG전자는 최근 일본 이통사 소프트뱅크를 통해 'LG G8X ThinQ'를 일본에 출시했다. LG G8X ThinQ는 소프트뱅크 매장, 전자제품 양판점 등 일본 주요 도시에 위치한 5000여개 매장에서 판매된다.

LG전자가 일본에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이다. LG전자는 LG G8X ThinQ가 일본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재진입의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 일본법인 직원이 일본 도쿄 소재 소프트뱅크 매장에서 'LG G8X ThinQ'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LG전자 일본법인 직원이 일본 도쿄 소재 소프트뱅크 매장에서 'LG G8X ThinQ'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LG전자는 새로운 폼팩터인 LG 듀얼 스크린이 제공하는 차별화된 사용성이 일본 시장에서 LG 스마트폰 브랜드 위상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출시에 앞서 지난달 현지 매체를 초청해 제품 설명회를 가졌다. 현지 언론은 LG G8X ThinQ의 높은 실용성과 가성비를 특히 호평했다.

아울러 LG전자는 일본 주요 이동통신사들과 내년 초 5G 프리미엄 스마트폰 공급을 위해 지속 협력하고 있다. 5G를 계기로 향후 일본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LG전자, 일본서 올레드 8K TV 출시…삼성전자도 글로벌 마케팅 '시동'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스포츠 축제를 앞두고 TV의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는 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내년 올림픽 개막 전까지 이같은 특수를 누리기 위한 마케팅 활동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LG전자는 일본 8K TV 시장 공략에 돌입했다. LG전자는 지난 10일 'LG 시그니처 올레드 8K'를 요도바시카메라, 빅쿠카메라 등 현지 유통이 운영하는 주요 매장에 진열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도 철수한 '외산의 무덤' 일본 가전 시장에 과감히 도전한 것이다. 글로벌 TV시장에서 13년째 1위를 기록 중인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 TV를 포함한 일본 가전 시장에서 철수했다.

대신 삼성전자는 일본 시장에 한정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QLED 8K TV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만큼 일본 내에서도 브랜드 인지도를 알리기 위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QLED TV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가 늘어날 것을 감안해 가격을 내리는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일본 도쿄 아키바에 위치한 요도바시카메라 매장에서 고객들이 'LG 시그니처 올레드 8K'의 선명한 8K 해상도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일본 도쿄 아키바에 위치한 요도바시카메라 매장에서 고객들이 'LG 시그니처 올레드 8K'의 선명한 8K 해상도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일본 가전 시장은 소니, 파나소닉 등 현지 업체에 대한 선호도가 강해 '외산의 무덤'으로 불린다.

다행히도 일본 시장은 올레드 TV 선호도가 매우 높다. 올해 일본 TV 전체 매출액 가운데 올레드 TV 비중은 역대 최대인 20%를 기록했다. 올레드 TV 매출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6%인 점을 감안하면 독보적인 수치다.

올레드 TV만 놓고 보면 LG전자의 일본 시장 점유율은 두 자릿수다.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일본에서 올레드 TV 시장점유율은 LG전자가 10.2%로 소니(40%)와 파나소닉(36.8%), 하이센스(11.4%) 이어 4위를 차지했다. LG전자 올레드 TV의 일본 매출액도 2016년 1345만 달러에서 지난해 6989만 달러로 5배 이상 급증했다.

내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내에서도 8K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LG전자는 일본에서 8K 해상도와 세계 최대 88인치를 모두 갖춘 'LG 시그니처 올레드 8K'를 앞세워 올레드 TV 원조 리더십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이영채 LG전자 일본법인장 상무는 "외산의 무덤인 일본 시장에서 독보적인 올레드 기술을 앞세워 LG만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왔다"며 "고객들로부터 인정받은 압도적 화질의 올레드와 세계 최고 8K 해상도를 결합해 일본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