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12.14 06:00

'핀테크 유니콘' 토스뱅크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유력
상위 저축은행, 자체 뱅킹앱 개발…카뱅 고객 기반 탈취
예금 여유 있는 카뱅도 고객 지키기 위해 '저금통' 내놔

토스(좌), 카카오뱅크(중), SBI저축은행(우) 모바일 앱의 모습. (자료=구글플레이)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출범 1년여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카카오뱅크가 최근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모바일 저축은행 성장세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수신규모에 비해 여신부문 성장이 더딘 틈에 새로운 인터넷은행이 필드 위로 나서기 위해 몸을 푸는 중이고 저축은행은 모바일화(化)에 성공하며 자사 고객 지반을 뺏고 있어서다.

1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올해 3분기 기준 수신잔액은 19조8819억원으로 전년(9조3587억원)보다 2배 이상 성장했다.

반면 여신잔액은 13조5802억원으로 전년(7조7887억원) 대비 74% 늘어나는데 그쳤다. 1년 간의 여신실적는 준수하나 수신부문 성장세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에 예대율(여신잔액 대비 수신잔액 비율)은 지난해 말 84%에서 올해 1분기 65%로 급격히 떨어졌으며 2분기(64%), 3분기(68%)에도 안정적인 수준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고객에게 받은 돈을 대부분 빌려줘야 효율적인 이자영업이 가능한데, 이 같은 예대율 수준은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다.

예대율을 높이기 위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모두 내렸지만 여신규모는 수신규모를 좀처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경쟁력 있는 3호 인터넷은행 출범은 카카오뱅크로서는 악재다. 이달 중순께 국내 핀테크 분야의 유일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인 토스가 이끄는 토스뱅크 컨소시움의 인터넷은행 예비인가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카카오뱅크가 공인인증서 없는 모바일뱅킹을 선도했다면 토스는 간편송금 대중화에 한 획을 그었다. 간편송금은 토스 아니면 카카오뱅크라는 말도 있었다.

이 같은 이름값에 토스 이용자수는 거대 전자기업의 간편결제서비스 다음으로 많다. 앱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토스의 9월 이용자수는 760만명으로 삼성페이(1095만명)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카카오뱅크(597만명), KB국민은행 스타뱅킹 앱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토스(TOSS)'라는 브랜드 자체가 시장에서 공고히 자리 잡아 토스카드도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4월 출시한 토스카드는 약 3개월 만에 발급건수 100만건을 넘어섰고 현재 170만건에 달한다. 토스카드는 연결된 은행계좌 잔액을 토스머니로 바꾸어 체크카드처럼 쓸 수 있는 단순 실물카드다.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 핀테크계(系) 스타트업으로는 상당한 성과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카카오프렌즈를 내세워 많은 카드 사용자를 모은 것과 달리, 토스는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많은 유저수를 바탕으로 카드 관련 사업으로도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케이뱅크가 아직도 회사만의 브랜드 가치를 구축하지 못한 데 비해 토스는 성공한 듯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상위권 저축은행의 모바일은행화도 카카오뱅크를 위협하는 무기다. 저축은행업계 1위이자 일본계 금융사인 SBI저축은행은 한일 무역 분쟁에 따른 반일감정 확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모바일 앱 안착에 성공하며 고객 및 자산 규모를 크게 늘렸다. 

SBI저축은행은 지난 6월 모바일뱅킹 앱 사이다뱅크를 내놨다. 카카오뱅크 앱처럼 화면을 간략하게 꾸미고 '세로 스크롤' 위주의 동작을 채택해 이용 편의성을 높였다. 마치 카카오뱅크 앱의 상징색이 '노란색'에서 '파란색(SBI저축은행 브랜드 색)'으로 바뀐 듯한 느낌을 줄 정도다.

차별성은 고금리·복리 예적금 상품으로 줬다. 카카오뱅크가 예대율을 높이기 위해 수신과 여신 금리를 모두 내리며 수신금리가 시중은행 수준으로 내려가자 고객들은 SBI저축은행 등 저축은행권을 선택했다.

SBI저축은행의 3분기 고객수는 약 94만명으로 1년 전(85만명)보다 9만명 늘었다. 그보다 1년 전의 고객 증가수(4만명)의 2배 수준이다. 수신잔액은 7조3441억원으로 전년(6조868억원)보다 20% 증가했다. 

업계 상위권인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의 고객수도 급증했다. 올해 OK저축은행의 고객 수는 지난해보다 2배, 웰컴저축은행의 경우 4배 늘었다.

3호 인터넷은행 출범 가능성, 모바일 저축은행의 급성장에 카카오뱅크도 반격에 나섰다. 26주 적금, 모임통장에 이은 '저금통'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저금통은 평일 카카오뱅크 입출금계좌에 남아 있는 1000원 미만 잔액을 자동으로 저축해주는 수신상품이다. 예대율이 아직 낮아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는 것보다 소액 저축 상품 출시를 택했다.

이 상품은 수신금리 부담을 덜면서도 기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출시한 상품이기도 하다. 저금통에 자주 저축하기 위해서는 카카오뱅크 입출금통장에 잔고를 예치해두고 간편결제 및 송금, 체크카드를 빈번하게 이용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혁신 잠재성이 큰 토스뱅크는 KEB하나은행, SC제일은행, 한화투자증권 등 금융회사들이 조력하고 있어 카카오뱅크와 규모면에서의 경쟁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저축은행은 각사마다 모바일뱅킹 앱을 고도화하고 수신금리 경쟁력으로 카카오뱅크 고객 기반을 조금씩 뺏고 있다"며 "카카오뱅크도 저금통 등 신상품으로 이슈를 주도하며 반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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