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태기 교수
  • 입력 2019.12.14 08:50

김태기의 경제클리닉 "자유·창의 억압하는 탈취형 제도는 경제의 적…정책 대전환 필요”

김태기 단국대 교수
김태기 단국대 교수

우리나라는 10년 단위로 경제성장률이 2%포인트씩 떨어졌다. 1980년대 평균 9% 가까웠는데 90년대 7%, 2000년대 5%, 2010년대 3%, 2019년에는 1%대로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2030년대가 되면 고령화로 1%대가 될 것이라 예상했는데 이보다 10년 정도 앞당겨지는 셈이다.

지난 30여 년 사이에 경제성장률이 이미 1/3로 떨어졌지만, 문재인 정부 등장 이후 지난 2년 반처럼 가면 제로 성장을 지나 마이너스 성장까지 갈 수 있다.

설마 그렇게 되겠냐고 말할지 모르나 일본이 산 교훈이다. 1990년대 이전까지 호황을 구가했던 일본은 지금은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왔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국내총생산(GDP)은 20% 가까이 떨어졌고 실질임금은 5% 감소했다.

문재인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선진국이 되면 경제성장률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사실이 아니다. 선진국이라고 해도 경제성장률은 나라마다 다르고, 같은 나라지만 어떤 정책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차이가 매우 컸다. 세계 최고 선진국인 미국은 2010년대에도 평균 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최근 2년 동안에는 3%를 넘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보다 높은 아일랜드는 지난 10년 사이에 1인당 국민소득이 4만8000달러에서 7만8000달러로 60% 이상 증가했다. 남부 유럽이라는 같은 문화권 국가지만 스페인은 제로 성장을 하다가 노동 개혁과 구조조정 덕분으로 경제성장이 최근에 3%를 회복했다. 반면 이탈리아는 1% 이하의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과 남한, 브라질과 한국, 필리핀과 한국의 경제발전의 차이는 세계 유명 경제학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알려진 사례다. 같은 민족에다 같은 언어를 쓰는 북한은 남한보다 잘 살았다가 1970년대 역전되어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국가로 되었다. 영어를 사용하는 필리핀도 한국보다 국민소득이 높았으나 1970년대 역전되었다. 남미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크고 한국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원이 풍부한 브라질은 1980년대 들어와 역전되어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의 1/3에도 미치지 못한다.

북한, 필리핀, 브라질을 관통하는 단어는 독재와 부패, 저개발과 빈곤이다. 독재와 부패를 일으키는 탈취형 정치제도는 탈취형 경제 제도를 만들어 저개발과 빈곤의 덫에 빠지게 만든 것이다.

재산권 침해, 법치주의 파괴 등 탈취형 제도는 경제성장의 적이다. 독재와 부패를 일으키는 개도국의 탈취형 정치제도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나타나는 자유와 창의를 억압하는 탈취형 경제 제도도 경제성장을 깎아 먹는다. 우리나라는 지난 30년 동안 경제민주화의 이름으로 투자와 고용의 자유를 억누르는 탈취형 제도가 판을 치면서 성장이 후퇴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선진국도 나라에 따라 성장률이 크게 다르고 같은 나라라도 시기에 따라 성장률이 차이가 큰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유럽의 병자’였다가 2010년대 ‘유럽의 슈퍼스타’가 된 독일에 이어 경제위기에서 탈출한 스페인과 경제의 활력을 되찾는 프랑스 모두 탈취형 경제 제도를 개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이 추락하면서 소득 불평등이 커졌다. 그러나 198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성장과 함께 소득 불평등이 낮아 세계 경제학계에 숙제를 던졌다. 이 문제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쿠즈네츠 교수가 자신의 이론을 수정했고 세계은행 등은 원인분석에 나섰다. 소득 불평등을 측정하는 지니계수가 우리나라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0.3 이하로 스웨덴 등 북부 유럽만큼 낮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와 0.3을 훌쩍 넘었고 경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시기에는 올라가는 특징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 불평등 증가를 복지 부족에 탓을 돌리지만 2000년대 이후 정부의 복지 지출이 빠르게 증가했고, 지금 선택적 복지를 전면적 복지로 전환하고 있으나 소득 불평등은 오히려 커졌다.

경제성장률이 높으면 소득 불평등이 커진다는 말은 물론이고 복지를 강화하면 소득 불평등이 낮아진다는 말도 틀렸다. 선택적 복지를 지향하는 아일랜드는 경제성장률이 매우 높아도 소득 불평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중간에 지나지 않고, 전면적 복지를 지향하는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경제성장률이 낮고 소득 불평등은 크다. 복지 지출이 많아도 소득 불평등이 줄지 않는 이유는 전면적 복지가 선택적 복지보다 소득재분배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소득 불평등은 복지보다 노동시장 제도에 크게 좌우된다. 전면적 복지를 해도 스웨덴 등 북부 유럽이 소득 불평등이 낮고, 스페인 등 남부 유럽이 높은 이유가 전자는 노동시장 제도가 임금 격차를 줄이고 후자는 확대하기 때문이다.

문 정권의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전면적 복지 확대 정책이 지속하는 한 경제성장과 소득분배의 회복은 요원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한국이 경제성장과 소득분배에 성공했던 이유가 중산층 강화를 경제성장 정책의 한 축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중산층 강화정책의 핵심에는 교육기회를 확대해 노동력의 활용도를 높이고, 노동을 통해 번 돈이 재산형성으로 이어지도록 만든 제도의 성공에 있다고 했다. 이러한 진단은 지금도 유효하다. 교육의 질 제고로 일하는데 필요한 숙련을 키우고, 노동이 만들어낸 혁신의 과실이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을 전환하면 경제성장과 소득분배의 회복이 가능하다, 문제는 정책의 대전환이고 이에 필요한 정치의 대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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