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12.14 00:05

서울대병원 김효수 교수팀 개발한 줄기세포치료법…유효성 논란에 신기술의료 인정 늦어져

새로 개발된 줄기세포치료를 받게 해달라는 심근경색환자의 청원서 일부.
새로 개발된 줄기세포치료를 받게 해달라는 심근경색환자의 청원서 일부.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심근경색 환자가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낸 청원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청원서의 골자는 최근 국내에서 개발한 줄기세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내용이다.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걸까.

이 치료법을 개발한 연구진은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의 김효수 교수팀이다. 줄기세포를 집어넣어 심근경색 환자의 손상된 심장근육을 되살리는 첨단치료법이다. 김 교수는 10여년에 걸쳐 줄기세포치료법 개발에 성공, 란셋(Lancet)이나 유럽심장저널(European Heart Journal)과 같은 국제학술지에 16편의 논문을 게재할 정도로 세계가 주목하는 연구성과를 냈다.

치료효과도 드라마틱해서 ‘매직셀’로 정했다. 그리고 올 2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 신의료기술 평가를 신청했다. 신의료기술로 인정되면 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시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예비심의에서 유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아 심의통과가 불투명해졌다. 2014년 10월1일부터 2017년 9월30일까지 임상결과를 보면 심장기능이 개선된다는 유효성이 일관되게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매직셀은 이제 마지막 평가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최종평가 날짜가 너무 늦어 환자가 시술을 받고 효과를 볼 수 있는 기한을 넘길 수 있다는 점이다.

청원서에서 그는 “줄기세포 치료 가능성에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진료를 받았는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라며 평가일정 때문에 첨단의료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자신의 현실을 절절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그는 “저한테는 10일 정도의 시간밖에 남아 있지 않다”며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시술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줄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현재 38세로 알려진 청원인은 살아있는 심장근육이 50%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달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그는 스텐트 시술을 통해 생명은 구했지만 이송기간이 길어지면서 혈액공급을 받지 못한 심장근육의 상당부분이 괴사됐다. 그는 “심장 재생이 안되면 평생 약에 의존한 채 언제 찾아올지 모를 두려움에 살아야 한다”며 "두 아이의 아빠로, 또 가정의 가장으로, 사회의 일원으로 안정된 삶을 살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매직셀을 개발한 김 교수도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김 교수는 “평가위원회는 매직셀이 스텐트와 비교해 좋은 점이 무엇인지 입증하라고 한다"며 "매직셀은 스텐트 시술을 받은 환자의 괴사된 심장을 살려내는 추가적인 치료라는 사실을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매직셀의 효과와 안전성은 이미 저명한 국제학술지를 통해 입증됐다”며 “전문적인 평가를 통해 꼭 필요한 환자에게 시행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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