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19.12.16 15:38

"특정 세력 지지자들에 국회 유린…모든 정당 해법 모색해야"
한민수 "문 의장, 합의 이뤄진다면 이날 밤도 본회의 개의할 수 있어"

한민수 국회 대변인이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회 상황에 대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원성훈 기자)
한민수 국회 대변인이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회 상황에 대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16일 보수단체 회원들의 국회 난입 사태에 대해 "오늘 특정세력 지지자들이 국회를 유린했다"며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 급기야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문 의장의 메시지를 전하며 "여야 정치인 모두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집권 여당은 물론이고 제1야당을 비롯한 모든 정당이 무거운 책임감으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모두 거리로 나와 광장에서의 대립이 일상화된다면 대의민주주의 기관인 국회는 존재 의미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당이 국회를 버리는 건 스스로 국회의 품위와 권위를 지키지 못하고 민주주의를 죽이는 길"이라며 "민생경제와 남북관계, 국제외교에서 어려움이 고조되는 이 상황에 국회가 정신을 차리고 바로 서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다. 국회가 지리멸렬하니 국민에게 실망을 주고 무시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의장은 이날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을 소집했으나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불참하며 협상이 불발되자 본회의를 열지 않기로 했다.

문 의장은 "여야 정치권은 조속한 시일 내에 공직선거법을 비롯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대해 합의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한국 정치에 데모크라시는 온데간데없고 비토크라시(Vetocracy)만 난무하고 있다"며 "대화와 타협이 아닌 거부와 반대만 일삼는 정치, 상대를 경쟁자나 라이벌이 아닌 적으로 여기는 극단의 정치만 이뤄지는 상황에서 의장은 자괴감을 느끼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비토크라시란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가 미국의 양당 정치를 비판하며 만든 용어로 상대 정파의 정책과 주장을 모조리 거부하는 극단적인 파당 정치를 뜻한다.

이어 "지금까지 국회는 겪어보지 못한 최악의 상황만 연출하고 있어 부끄럽고 부끄럽다"며 "매일같이 모욕적이고 참담한 심정으로 잠을 이룰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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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국회 본청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사진=원성훈 기자)

한편 한 대변인은 이날 선거법 처리가 난항을 겪고 있는데 대해 "지금 대타협이 되거나 합의되지 않으면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졌다"며 "문 의장은 지난 금요일에도 총선 일정을 감안할 때 빠르게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고 조속한 시일 내 합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합의가 이뤄진다면 본회의 시간을 잡는 부분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날 밤에라도 여야 합의가 이뤄진다면 문 의장이 본회의를 개의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문 의장이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을 소집했으나 일부 원내대표가 오지 않았다"며 "그런 상황에 대해서도 계속 합의가 필요하고 조속한 시일 내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상하라고 강력한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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