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왕진화 기자
  • 입력 2019.12.17 06:05
(<b>김필수</b>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국내 도로에서 운전하기란 매우 어려운 과업이다. 급출발, 급가속, 급정지 등 3급 운전이 보편화되어 있고 양보 및 배려 운전이 약하며, 경우에 따라 난폭과 보복운전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도 위에 올라오는 이륜차, 길가를 따라 불법 운전과 규정 위반의 보행자, 자전거와 전동 퀵 보드는 물론이고 택시 및 버스 정차 등 고려해야 할 과제가 한 둘이 아니다. 불법 주정차는 기본이며, 선진화가 안 된 교통문화도 크게 한 몫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단 13시간 교육, 이론적으로 하루 반이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세계다. 한국은 어쩌면 가장 낙후된 운전면허제도를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비상 대처방법이나 2차 사고 예방 등의 교육은 사치다. 주차 예절도 약해 아직도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오늘도 무사히'라는 심정으로 운전을 해야 할 정도가 됐다. 필자도 운전을 하기가 꺼려질 정도이니 다른 사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 만큼 도로 위에는 각종 폭탄과도 같은 열악한 상황이나 조건이 많고, 이 상황도 모르고 운전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재작년까지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4000명을 항상 넘다가 지난해엔 42년 만에 처음으로 3700여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지만, 아직은 OECD국가 대비 두 배에 이른다. 교통사고에 있어 아직은 후진국이라 그 만큼 운전하기가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가 전혀 모르고 운전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전과자가 될 수 있는 악법 내지는 문제가 심각한 인권 침해의 가능성이 큰 규정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는 도로 위의 흰색 실선에서의 운전방법이다. 흰색 실선을 일반인들이 판단하는 경우는 흰색 점선에 비해 차로 변경을 하지 말고 더욱 조심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 황색 실선의 경우는 이유 불문하고 차선 침범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맞는 이야기라 할 수 있으나 문제는 상황에 따라 전과자가 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이미 이 상황으로 여러 명의 사고자가 기소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재작년 후반 검경은 흰색 실선에서 차로 변경 시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상자가 발생하면 이유 불문하고 차로 변경 차주를 기소하는 내규를 지정해 진행하고 있다. 즉 흰색 실선에서 차로 변경을 할 경우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차로 변경을 하는 자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고, 사상자가 한명이라도 발생하면 기소되어 범법자가 될 수 있는 규정이 진행 중에 있는 것이다.

문제는 흰색실선이 우리가 생각하는 바와 같이 제대로 그려져 있지 못하고 끼어들기를 못하게 하려고 길게 그려놓은 경우가 많고 다른 교통표시와 상반되어 운전자를 혼동시키는 잘못된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흰색 실선은 교량 위나 고가도로, 터널 등에 주로 활용되고 있으나 최근 끼여들기 등 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도를 높여놨다. 이러다보니 일관된 도로 그리기가 아니라 편의주의적 그려놓기도 많은 만큼 운전자에게 함정으로 작용하는 구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대부분 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고 유리한 입장에서 활용할 수 있게 진단서를 띠는 경우가 많다. 즉 무작정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뒷목을 잡고 병원을 가면 2주짜리 진단서를 발급해 준다.

다시 말하면 앞서의 흰색 실선 침범의 사유 중 사상자 조건은 우리의 경우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모두 만들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것이고 모두가 기소될 수 있는 조건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사안은 일부러 보험사기를 일으킬 수 있는 아주 적절한 사안으로 작용해 정상적인 운전자를 범법자로 만드는 악법이 된다는 것이다. 이미 필자에게 여러 건의 관련 사건이 발생해 하소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운전자는 흰색 실선에서의 차로 변경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며, 하더라도 사안에 따라 바로 범법자로 되는 만큼 큰 주의를 요한다. 문제가 심각한 내규인 만큼 개선되어야 하는 항목이다.

두 번째로는 최근 '민식이 법'이라고 일컫는 어린이 보호구역, 즉 스쿨존에서의 규정 강화다. 이번에 통과된 규정은 신호등 설치와 과속단속기 설치 등 안전시설을 강화하고 규정을 벗어난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하여 가중처벌하는 조항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가중처벌 기준 중 스쿨 존에서 어린이가 사망했을 경우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하며, 부상자가 발생하면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물론 '민식이 법'에 대한 혼동을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시속 30㎞ 이상의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하지만 과도한 처벌 논란으로 심각한 인권 침해가 될 수 있는 조항이다. 현재 업무상 교통사고 과실치사의 경우도 5년 이하의 금고형에 처하는 만큼 다른 조항과도 형평성에서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그 만큼 이번 법안은 심도 깊은 고민을 하기보다는 즉흥적이고 주변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졸속으로 입법을 진행하다보니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를 도외시하는 법안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 법안이 본회를 통과한 만큼 일정 기간을 거쳐 내년 초에 진행이 가능해진다. 더욱 큰 문제는 전국 1만6000여 스쿨존의 형태가 제각각이고 알기가 쉽지 않은 영역도 많아서 운전자가 자신도 모르게 진입하여 어린이와 조우할 경우다. 현재 진행형이지만 내년 초 관련법이 진행되면 누가 처음으로 해당되어 처벌을 받을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빈번하게 스쿨존을 진입하는 교사나 학부모가 대상이 된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다. 좀더 심사숙고하고 고민해 입법이 진행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스쿨존에서의 어린이 보호는 모든 책임이 어른이고 관련된 모든 안전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으나 무작정 기준이 없는 가중 처벌 조항은 국민 누구나가 범법자 대상이 된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향후 스쿨존에서의 운전은 아예 진입하지 말고 운전하는 경우가 가장 안전하다. 물론 전국 1만6000군데의 스쿨존을 모두 피하기한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판단된다. 혹시 내년에는 신형 내비게이션 개발에서 스쿨 존을 피하고 가장 빠르게 안내하는 앱이 개발되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서 두 가지의 도로 위의 위험성이 큰 법안을 언급해봤다. 아마도 이러한 내용을 알고는 운전하기가 겁이 날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 주변에는 생각지도 못한 악법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늘고 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즉 우리 주변에는 국민을 희생시키는 심각한 악법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만큼 어떤 길이든 항상 조심하며 다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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