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왜 실패하나?⑥] 경제민주화가 경제양극화 초래
[한국은 왜 실패하나?⑥] 경제민주화가 경제양극화 초래
  • 김태기 교수
  • 승인 2019.12.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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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의 경제클리닉 “경제민주화는 국가가 휘두르는 칼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 환경 만드는 것”
김태기 단국대 교수
김태기 단국대 교수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나라는 경제민주화의 열풍이 불었다. 선거 때가 되면 경제민주화를 선점하는 경쟁까지 벌어졌다. 1987년 개정된 헌법 119조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절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는 헌법과 정반대로 경제 양극화가 되었다. 경제성장률은 9%에서 3% 이하로 폭락한 반면 소득 불평등을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1990년 0.266에서 2017년 0.355로 폭등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2배로 벌어졌고, 용어조차 없었던 비정규직은 근로자 3명 중 1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민주화가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민주화가 기업과 개인의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민주화가 경제성과를 높이는 기간이 매우 짧았다. 경제민주화의 모순으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위기에 빠졌다. 경제에 대한 국가의 과잉 규제와 불합리한 조정이 판치면서 경제민주화는 득보다 실이 컸고 후유증은 정치사회 전반으로 확대되었다.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산업 불균형이 커졌다. 서비스업 고용 비중은 급격히 증가해 70%를 훌쩍 넘었으나 소득 결정의 핵심 변수인 생산성은 제조업 대비 1/2 이하로 벌어졌다. 또 대기업의 고용 비중은 40%에서 10%로 반의반 토막 났지만 대·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는 3배로 커졌다.

경제민주화가 경제 양극화로 되는 모순은 사회도 불안에 빠뜨렸다. 세대갈등에다 인구감소에 대한 공포마저 나라를 흔들고 있다. 민주화 시기에 대기업에 손쉽게 취업했던 중산층의 자녀인 지금의 청년층은 노동시장에 진출하기조차 어려워져 ‘헬 조선’이라 말한다. 부모세대보다 교육수준이 훨씬 높은데 취업하기 어렵고, 취업해도 비정규직이며, 시간이 걸려 어렵게 정규직이 된다고 해도 50세 전후에 직장을 떠나게 된다. 부모세대는 20대 초반에 취업했는데 자녀세대는 30대 초반이 되어야 하고, 부모가 누린 중산층에 끼지도 못한다는 자괴감이 퍼져있다. 고용이 불안하고 임금은 낮은 일자리가 넘치면서 출산율은 1990년 1.57에서 작년에 0.98 지금은 0.88로 더 떨어져 세계에서 가장 낮다.

앞서 다루었던 우리나라 포퓰리즘은 경제민주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수요가 생산을 따라가지 못해 근로자 등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목소리와 소득을 키워야 한다는 논리를 깔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미국 등 연합군은 독일의 나치즘과 일본의 군국주의가 부활하지 못하도록 하려고 경제민주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의 개념이 추상적이라 논란이 많고, 정치가 경제를 손아귀에 넣는 논리로 이용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독일과 일본은 경제민주화라는 용어조차 사용하기를 꺼렸다. 하지만 한국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지 아니면 문제점을 외면하는지, 좌파든 우파든 모두 헌법도 무시하고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면서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에 여념이 없었다.

우리나라는 경제민주화가 노동기본권 확대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라는 프레임에 갇혀있다. 독일처럼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도 강화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도 높이는 ‘플러스 경제민주화’가 아닌 ‘마이너스 경제민주화’로 나아갔다.

노동기본권의 확대는 근로조건이 열악한 근로자의 보호가 아니라 노동조합이 조직된 대기업과 공공부문 근로자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도구로 되었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고용 확대는 물론 협력업체나 소비자의 권익 향상을 위한 것이 아니고 노동조합의 교섭력을 높이도록 이용되었다. 한국판 경제민주화는 노동시장을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단절시켜 이중구조가 되도록 만든 것이다.

노조 조합원인 10%의 사람은 인사이드, 나머지 90%는 아웃사이드가 되는 10:90 사회가 되면서 한국판 경제민주화는 실패로 끝났다. 국가가 소득재분배를 강화하고 복지 지출을 확대했으나 경제민주화가 일으킨 신분의 장벽은 복지 양극화까지 만들었다. 장벽을 넘기 위해 저소득층마저 자녀 교육에 무리하게 투자했으나 소용없었다. 민주화 이후 가계의 공교육비부담은 감소했으나 사교육비 부담은 3배 이상 증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아졌다. 대학진학률이 1990년 33%에서 2008년 84%까지 올라가 2배 반 가까이 늘었으나, 대학 졸업 고학력 청년 중에서 일하지 않고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않는 니트(NEET)족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되었다.

경제 양극화를 끝내는 경제민주화로 나아가야 한다. 경제민주화는 독일이 그렇듯이 국가가 함부로 휘두르는 칼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환경을 만드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키워 대기업과 임금 격차가 나지 않도록 자본조달과 인력 양성의 두 축인 은행과 학교도 사회적 책임을 지게 바꾸어야 한다. 시장과 기술의 변화에 기업과 근로자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윈윈(win-win)하도록 노동시장 관행을 유연하게 바꾸어야 한다. 비정규직이라는 용어 자체가 불필요하게 노동법이 정규직의 기득권보호에서 탈피하도록 바꾸어야 한다. 또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장벽을 없애고 아웃사이드가 인사이드로 될 수 있게 노동조합이 특권을 내려놓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바꾸어야 한다. 경제민주화, 제대로 해야 대한민국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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