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12.18 15:13

20명이 동시에 디자인 검증 가능한 세계 최대‧최첨단 VR 품평장 오픈
모든 과정에 100% 도입되면 신차개발기간 20%, 개발비용 15% 절감 기대

현대차·기아차는 디자인‧설계 등 주요 개발과정에 VR을 활용한 시스템을 도입한다. (사진 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기아차는 디자인‧설계 등 주요 개발과정에 VR을 활용한 시스템을 도입한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자동차 개발 과정을 혁신할 수 있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했다.

현대차·기아차는 17일 경기도 화성시 남양기술연구소에서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중 VR(가상 현실)을 활용한 디자인 품평장과 설계 검증 시스템을 미디어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현대차·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강화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고객의 요구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주요 전략 중 하나”라며 “이를 통해 품질과 수익성을 높여 R&D 투자를 강화하고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버추얼 개발이란 다양한 디지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의 자동차 모델 혹은 주행 환경 등을 구축해 실제 부품을 시험 조립해가며 자동차를 개발하는 과정을 상당 부분 대체하는 것이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원하는 대로 빠르게 디자인을 바꿔 품평까지 진행할 수도 있고, 실물 시제작 자동차에서 검증하기 힘든 오류 등을 빠르게 확인하고 개선해 자동차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현대차·기아차 관계자는 “지난해 6월 VR을 활용한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을 구축해 그동안 시범 운영해왔다”라며 “이 시스템은 모든 차량 설계 부문으로부터 3차원 설계 데이터를 모아 디지털 차량을 만들고 가상의 환경에서 차량의 안전성, 품질, 조작성에 이르는 전반적인 설계 품질을 평가한다”라고 설명했다.

버추얼 개발프로그램을 체험 중인 기자단 모습(사진 제공=김아롱 기자)
버추얼 개발프로그램을 체험 중인 기자단 모습 (사진제공=김아롱 기자)

이어 “VR 시스템은 정확한 설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자동차와 100% 일치하는 가상의 3D 디지털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라며 “기존에도 디지털 차량 평가는 일부 진행됐지만 큰 화면을 통해 2D 환경에서 주행 화면을 보는 것에 불과해 실제 차량의 성능을 정밀하게 검증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라고 전했다.

신규로 구축된 VR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은 자동차 운행 환경까지 가상으로 구현했다. 부품 간 적합성이나 움직임, 간섭, 냉각 성능 등을 입체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가능해 평가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VR 장비를 착용한 연구원들은 이 가상의 디지털 자동차를 직접 운행할 수 있고 컨트롤러로 운행 중인 차량을 마음대로 절개해 엔진의 움직임이나 부품의 작동 상황을 정밀하게 확인할 수도 있다.

실제 차량에서 불가능했던 검증이 가능해짐에 따라 실물 평가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개발 차량의 문제점이나 개선 사항을 파악해 설계에 반영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VR 설계 품질 검증 프로세스는 고속도로‧경사로‧터널 등 다양한 가상 환경 주행을 통한 안전성, 도어‧ 트렁크‧후드‧와이퍼 등 각 부품의 작동 상태, 운전석의 공간감 및 시야 확인, 연료소비효율 향상을 위한 차량 내외부 공력테스트, 조작 편의성 등의 가상 검증이 가능하다.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의 개인 단말기 (사진 제공=김아롱 기자)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의 개인 단말기 (사진제공=김아롱 기자)

현대차·기아차 설계부문은 추후 생산·조립 라인 설계에도 VR을 도입해 조립성을 검증함으로써 보다 인체공학적이고 효율적인 조립 라인 및 작업 환경을 설계할 예정이다.

이번 현대‧기아차의 VR 시스템은 20명이 동시 평가가 가능한 세계 최대 규모의 VR 디자인 품평장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VR 디자인 품평장은 20명이 동시에 VR을 활용해 디자인을 평가하는 것이 가능한 최첨단 시설로, 실물 자동차를 보는 것과 똑같이 각도나 조명에 따라 생동감 있게 외부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으며 자동차 안에 들어가 실제 자동차에 타고 있는 것처럼 실내를 살펴보고 일부 기능을 작동할 수도 있다.

현대차·기아차는 지난 10월 공개한 수소 전용 대형트럭 콘셉트카 ‘넵튠’의 최종 디자인 평가부터 해당 VR 디자인 품평장을 시범 운용했으며 앞으로 개발하는 모든 신차에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현대차·기아차 관계자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는 품질이 높은 자동차를 빠르고 낮은 비용으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아키텍처 기반의 연구개발 조직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이 프로세스가 연구개발 전 과정에 완전 도입될 경우 신차개발 기간은 약 20%, 개발 비용은 연간 15%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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