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19.12.18 15:1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월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월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삼성이 노사 문제로 인해 이사회 의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것과 관련해 18일 "많은 분께 걱정과 실망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라고 공식 사과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노사 문제로 많은 분들께 걱정과 실망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라며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라고 했다.

삼성은 "앞으로는 임직원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다"라고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전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 역사에서 이사회 의장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부당노동행위 관련 수많은 문건이 발견되고, 미래전략실에서부터 파생돼 계열사 및 자회사로 배포된 각 노조전략, 비상대응 시나리오, 비밀동향 보고, 회의자료, 보도자료 등 노조를 와해하겠다는 전략을 표방하고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한 것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전날 선고 직후 입장문을 통해 "삼성의 전방위적이고 조직적인 노조파괴가 법원을 통해 공식 확인됐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삼성의 이번 사과는 '무노조 경영'을 고수했던 삼성이 노사문화의 대대적인 변화에 나서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사회와의 상생을 강조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창사 이래 80년간 무노조 경영을 이어왔던 삼성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립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라며 "노조에 대한 인식이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부분도 법리적인 차원을 떠나 회사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은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증권, 에버랜드, 에스원, 삼성전자서비스 등이 노조가 운영되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 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노조가 공식 출범했다.

이재용 부회장도 지난 달 초 50주년 기념식 영상메시지를 통해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을 핵심 경영가치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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