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왜 실패하나?⑦] 혁명을 꿈꾸는 민주노총
[한국은 왜 실패하나?⑦] 혁명을 꿈꾸는 민주노총
  • 김태기 교수
  • 승인 2019.12.2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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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의 경제클리닉 “섣부른 투쟁은 소수의 배만 불려…정치세력화 지양하고 성찰의 기회 가져야”
김태기 단국대 교수
김태기 단국대 교수

촛불혁명과 문재인 정부의 탄생은 민주노총 작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 노동운동은 막강하다. 다른 나라는 노동운동이 쇠퇴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정반대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힘은 엉뚱한데 쓰이고 있다. 고액 연봉을 받는 은행에서 파업이 발생하고, 아픈 사람 고치는 병원의 로비가 노동조합의 농성장이 되는 일이 벌어진다. 파업은 공장 점거를, 총파업은 경찰 수난을 의미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파업조차 하지 못하는 근로자보다 임금과 근로조건이 훨씬 좋다. 이들이 이익을 챙기느라 기업은 신규채용을 하지 못하고 아예 나라를 떠나면서 청년 일자리의 씨가 말라가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모순은 예고된 것이다. 하지만 학자도, 언론도, 정부까지도 노동계 눈치 보느라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학교와 교육행정은 전교조, 사법부 등은 공무원노조, 언론은 언론노조의 손안에 놓여있다. 민주노총은 강령에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실현하고, 민족의 자주성과 건강한 민족문화를 확립하며, 권력과 자본의 탄압과 통제를 분쇄한다고 선언한다. 노동운동이 저임금 근로자를 대변해 임금·근로조건을 향상한다는 일반인의 상식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민주노총은 정치투쟁과 경제투쟁을 통해 헌법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뒤엎는 혁명을 꿈꾸고 있으나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1987년 민주화운동의 성공으로 개정된 헌법의 전문은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적 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한다고 규정한다. 헌법 제33조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헌법 제119조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앞서 다룬 대로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규정한다. 하지만 지난 30여 년 사이에 노동조합은 강자가 되었으나 사회적 책임을 외면했고 기회불균등과 노동시장 이중구조문제를 일으켰다.

민주노총은 민주화 이후 설립되었다. 기존의 한국노총과 경쟁을 벌였지만 문 정권의 등장으로 판도가 바뀌어 조합원 수도 한국노총보다 많아졌을 것이라 보인다. 민주노총은 대형 사업체에 집중되어 평균 조합원 수가 1800여 명으로 한국노총보다 5배 많다. 민주화 이전에는 노동운동이 임금·근로조건이 열악한 근로자에 집중되었다가 민주노총이 힘을 쓰면서 정반대로 변했다. 자동차와 조선 등 독과점적 산업과 정부가 출연한 공공기관 등에 주로 포진해 소속 노동조합 규모가 크고 재정도 좋다. 민주노총 대의원의 1/4을 차지하는 금속노조는 551억원 예산으로 파업기금과 신분보장기금도 만들어 투쟁을 이끈다.

우리나라는 노동조합이 민간과 공공, 기업 규모,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따라 양극화되어 있다. 민간부문과 공무원 및 공기업 등 공공부문의 노동조합 조직률을 비교하면 민간은 10% 이하, 공공은 70%에 가까워 7배 정도 차이가 난다. 민간만 놓고 보면 사업체 규모가 1000인 이상이면 조직률이 72%, 300인 이상이면 57%지만 30인 미만은 0.3%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근로자의 분포를 보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67%가 30인 미만에서 일하고 300인 이상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10배 차이나고(2014년), 비정규직 가입률은 3% 지나지 않는다(2019년).

노동운동은 임금과 근로조건의 격차를 지양한다. 이러한 이유로 노동조합이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역할을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반대로 격차를 벌렸다. 민주화 이전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80% 정도에 지나지 않았는데 지금은 두 배로 벌어졌다. 공공부문은 임금이 민간 대기업을 상회할 정도로 올라간 데다 근로조건은 민간 대기업보다 훨씬 좋다. 대기업·공공부문 중심의 노동운동으로 노동기본권은 임금·근로조건이 좋은 근로자에게 기득권 강화의 수단이 되었다. 나머지 근로자는 노동기본권의 혜택을 보지 못했고 게다가 대기업·공공부문의 임금인상과 고용 보호에 따라 발생한 부담까지 져야 했다.

잘사는 근로자는 더 잘고 가난한 근로자는 더 가난해지는 노동의 빈익빈 부익부를 만든 노동운동의 모순은 깊어져 왔으나 방치되었다. 정치세력화를 목표로 한 민주노총의 파업과 시위 등으로 노동정치가 판치는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순을 해결하려는 민주노총 등 노동계 내부의 자성도 정부와 국회의 개혁 의지도 실종되었다. 사회적 대화로 모순을 해결하려는 시도가 없지는 않았으나 이것마저도 노동정치가 무력하게 만들어 노동 개혁은 요원한 일로 남았다. 대기업·공공부문·정규직의 이익을 우선하는 제도를 바꾸지 않은 채 복지 지출을 늘리니까 복지 양극화만 발생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겼다.

혁명을 꿈꾸는 민주노총의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노동운동이 합리적이면 중산층이 튼튼해지고 반대로 특권화되거나 유명무실하면 중산층이 약해진다. 선진국이라도 소득 불평등이 낮은 북부 유럽과 높은 남부 유럽의 차이나, 남미가 빈곤과 저개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에 필요한 일은 성찰이다. 섣부른 투쟁은 소수의 배만 불리고 국민은 울린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선거에서 노동계의 도움을 받으려거나 또는 노동계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눈치만 살피면 전체 근로자는 물론 청년 세대의 희망만 빼앗아간다. 노동운동이 바로 서지 못하면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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