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19.12.21 07:05

최대 1450억원 위자료 지출 막으면서 브랜드 이미지 유지

LG 트롬 건조기 광고. (사진출처=LG전자 유튜브 캡처)
LG 트롬 건조기 광고. (사진출처=LG전자 유튜브 캡처)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LG전자의 의류건조기에 대한 '자발적 리콜' 방침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지난 18일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 논란'이 발생한 의류건조기 집단분쟁조정 신청 사건과 관련해 무상서비스를 '자발적 리콜'로 전면 확대키로 했다.

'자발적 리콜'은 고객이 요청하면 제공해왔던 기존 무상서비스를 '찾아가는 무상서비스'로 확대한다는 것으로, 쉽게 말해 LG전자가 먼저 피해 소비자에게 연락해 공짜로 수리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LG전자는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신청인들에게 위자료 10만원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은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의류건조기의 결함이나 위해성이 확인되지 않았고, 품질보증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원 "LG전자, 분쟁 신청인에게 위자료 10만원 지급하라"

이 논란은 지난 7월 LG전자의 의류건조기를 구매한 소비자 247명이 광고와 달리 자동세척 기능을 통한 콘덴서 세척이 원활히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소비자원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하면서 발생했다.

내부 바닥에 고인 잔류 응축수가 악취 및 곰팡이를 유발하며 내부 금속부품 부식으로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콘덴서 먼지 쌓임 현상이 건조기 자체 성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건조기의 하자로 판단할 근거가 없고, 잔류 응축수 및 콘덴서의 녹이 드럼 내 의류에 유입되지 않아 인체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관련 기능에 대해 사실과 부합하게 광고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대해 지난 11월 소비자원은 LG전자가 콘덴서 자동세척의 구체적인 작동 환경에 대해 광고한 내용은 신청인들에게 '품질보증'을 약속한 것으로 봐야 하는데, 실제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광고내용과 차이가 있어 콘덴서에 먼지가 쌓였으므로 이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수리로 인해 겪었거나 겪을 불편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자료 1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다만 의류건조기의 잔류 응축수, 녹 발생으로 인해 피부질환 등의 질병이 발생했다는 주장은 그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워 인정되지 않았다.

즉,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 광고만 잘못됐을 뿐 의류건조기에 대한 문제는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 소비자원의 설명이다.

◆의류건조기 위자료 최대 1450억원…출혈 너무 커

소비자원의 위자료 지급 결정은 법적 강제성이 없는만큼 LG전자가 일단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위자료 지급 결정을 받아들인다면 LG전자가 부담해야 할 출혈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LG전자는 위자료 10만원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LG전자가 지난 2016년 처음 출시한 후 지난 6월 말까지 판매한 모든 의류건조기 145만대가 위자료 대상이 될 수 있고, 이는 최대 1450억원의 지출로 이어질 수 있다.

일단 보기에도 적잖은 금액이지만, 수익 구조면에서 보면 더욱 부담스럽다.

지난해 LG전자에서 H&A사업본부 영업이익은 1조5248억원이었다. 위자료 규모를 최대로 잡으면, 1년치 LG 생활가전 영업이익의 10% 가까이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다.

LG전자가 위자료 조정안 불수용 입장을 내놓으면서 '의류건조기의 결함이나 위해성이 확인되지 않았지만'이라는 표현을 강조한 이유가 있다. 소비자원의 발표대로 의류건조기 자체로 인한 문제가 없기에 위자료를 지급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LG전자는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에 대해 10년 동안 무상보증을 실시하겠다고 이미 발표했고, 지난 8월 한국소비자원이 내린 시정권고를 수용해 무상서비스를 이행하고 있기에 더욱 억울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자발적 리콜' 이행해 두 마리 토끼 잡은 격

LG전자는 지금까지 고객이 요청하면 문제가 된 자동세척 기능을 개선하고 콘덴서 내부에 물이 거의 남지 않게 부품을 교체하는 등 조치를 했으나, 앞으로는 '찾아가는 무상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LG전자 홈페이지에 리콜 관련 사실을 공지하고, 고객이 먼저 연락하지 않더라도 회사가 직접 전화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해당 의류건조기가 리콜 대상임을 알리고 무상서비스 혜택을 이른 시일 안에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LG전자에 따르면, 의류건조기에 결함이 있다고 주장하는 소비자들에게 실시하고 있는 무상서비스는 여러 기능 면에서 최근 새롭게 출시된 의류건조기와 동일한 기능으로 업그레이드되는 효과가 있다.

가령 소량 건조 시에는 작동하지 않았던 자동세척 기능이 모든 경우에 작동한다. 따라서 LG전자는 이 무상서비스를 의류건조기를 구매한 145만명의 소비자들에게 직접 알려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얘기다.

LG전자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격이 됐다.

소비자원의 조사 결과 의류건조기 상에 결함이나 위해성이 확인되지 않았기에 LG전자는 일류 가전제품을 만든다는 자존심을 지키면서 1450억원의 위자료 지출을 막았다. 아울러 기존 무상서비스를 '자발적 리콜'로 확대하면서 제품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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