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19.12.22 15:58

"기업 길들이기 방편될 수 있어...전면 재검토하라"
"독립성·전문성 확보한뒤 중·장기적 과제로 추진해야"

한국경영자총협회 건물. (사진출처= 한국경영자총협회 홈페이지 캡처)
한국경영자총협회 건물.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경제 5단체가 22일 공동성명을 통해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에 대해 날을 세웠다.

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는 공동성명에서 "적극적 주주권 행사지침은 기업 길들이기 방편이 될 수 있다"며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대내외적 악재가 겹쳐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저하되고, 글로벌 경쟁과 산업구조 변화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기업의 경영권 보호가 절실한 시점에 정부가 우리 기업을 옥죄는 시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복지부가 기금운용위원회 위원만을 대상으로 두 차례 비공개 간담회에서 노동계와 시민단체 측 위원의 의견을 반영해 '경영개입의 단계별 추진 기간'을 단축하는 등 원안보다 '더 기울어진 수정안'을 제시했다"며 "이는 기업 경영개입 의도를 축소하기 위해 문구적으로 일부 조정한 것에 지나지 않고, 내용 면에서는 원안과 실질적으로 달라진 바가 없다"고 꼬집었다.

경제계의 이 같은 반발은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속에는 불합리한 배당 정책이나 횡령·배임 등으로 주주 이익이 훼손된 기업을 '중점 관리 기업'으로 정하고, 개선 의지가 없을 경우 국민연금이 이사 해임이나 정관 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29일 이사 해임·선임이나 정관 변경 요구 등의 내용을 담은 '적극적(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 도입을 잠정 연기한 바 있다. 원안대로 도입할 경우 기업 활동에 지나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반발을 의식해 한발 물러선 것이다.

당시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점관리대상 선정기준과 예상치 못한 우려사안을 구체화하는 등 내용을 보완해 기업들의 불안감을 해소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복지부가 이후 두 차례 제시한 수정안에서도 실질적인 내용이 달라지지 않았다. 또한, 노동계와 시민단체 측 위원의 의견을 반영해 '경영개입의 단계별 추진 기간을 단축한다'는 내용조차 담겼다. 이에 경제계가 하나로 뭉쳐 이날 공동대응에 나선 것이다.

경제계는 "상법, 형법, 공정거래법과 함께 국민연금마저 모호한 잣대와 재량적 판단으로 기업 경영개입을 결정하는 것은 경영간섭과 규제범위 확대로 시장경제의 원칙을 왜곡시키는 것"이라며 "해외 민간 투자자들에게도 부정적 시그널을 제공할 위험까지 내포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국민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공적연기금 본연의 목적에 맞게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복지부가 지금 제시된 수정안을 강행하려 한다면, 기금운용위를 바라보는 시장의 기대와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한, 이들은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도입은 기업과 투자·금융 전문가, 정부 내 경제 관련 부처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기금운용위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먼저 확보한 뒤 가이드라인은 중·장기적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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