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9.12.22 23:37
한 노동자가 독일 루브민에 있는 노르트 스트림 2 가스관 착륙시설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제공=블룸버그)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미국이 러시아 천연가스관 건설에 대한 제재를 내리기로 결정하자 러시아는 물론 독일 등 유럽 국가들까지도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0일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에 서명했다. 여기엔 러시아에서 독일까지 연결되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송관 '노르트 스트림 2' 및 터키-불라기아-헝가리로 이어지는 '투르크 스트림' 건설에 대한 제재가 담겨 있다.

관련 사업체인 스위스 올시즈 그룹 및 관련자 개인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다.

’노르트 스트림 2’는 LNG를 러시아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로 직접 가져오는 수송관이다. 이 프로젝트 규모는 95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 2011년 완공된 ’노르트 스트림 1’은 우크라이나를 거쳤으나 이번 두 번째 프로젝트를 통해선 우크라이나를 우회, 러시아 우스트-루가에서 독일 그라이프스발트까지 곧장 연결되도록 했다.

미국이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스관에 반대하는 것은 에너지를 통한 러시아의 유럽 내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에너지 패권을 의식, 이 프로젝트가 독일의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높여 유럽 최대의 경제가 러시아에 포획될 것이라면서 반대 입장을 자주 밝혀왔었다.

유럽연합(EU)은 현재 소비하고 있는 LNG의 80%를 수입하는데 이 가운데 40%가 러시아산이다. 탈 원전을 기치로 내세운 독일로선 LNG 수입원 확보가 시급하다고 판단,  러시아와 손잡고 '노르트 스트림 2'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고 거의 완공 단계다.

미국은 자국산 LNG를 독일에 수출하고 싶어한다. 미국은 셰일혁명으로 가스 생산이 늘면서 해외 가스 수요처 확보에 힘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제재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러시아 외무부는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권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 러시아 수출을 방해하는 것보다 유럽 경제 발전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또한 "미국은 지정학적 야망을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도 보살피려 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독일 정부도 성명을 통해 “독일은 이런 제재를 거부한다”라며 “이는 독일과 유럽 기업들에 영향을 주며 우리의 내정에 대한 간섭”이라고 반발했다. EU 집행위원회 역시 “합법적인 사업을 하는 EU 기업에 대한 어떤 제재도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2020년 초 완공 예정인 러시아에서 독일로 가는 노르트 스트림 2 가스관의 경로. (사진제공=블룸버그통신)
2020년 초 완공 예정인 러시아에서 독일로 가는 노르트 스트림 2 가스관의 경로. (사진제공=블룸버그통신)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