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12.23 13:13

한진가 후손들과 KCGI 간 지분확보 경쟁 상황…남매의 난 변수 발생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경영권 갈등이 봉합된 것처럼 비춰졌던 한진그룹 3세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지며 남매의 난이 발발할 조짐을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며 향후 경영에 참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당초 업계에선 조 전 부사장이 연내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4월 '물컵 갑질'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그만두었던 조현민 전무가 사건 종결 14개월 만에 한진칼 전무로 돌아온만큼 조 전 부사장의 복귀도 임박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었다. 관세법 위반(명품 밀수)과 출입국관리법 위반(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으로 열린 재판에서 각각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향후 3남매가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려 조 회장은 대한항공과 그룹을 총괄, 장녀인 조 전 부사장은 호텔 부문, 조현민 전무는 마케팅을 담당하게 되는 역할을 맡아 그룹 경영을 해 나갈 것으로 예상됐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남매간 화합을 강조해 온 선친의 뜻을 후손들이 존중할 것이며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에 대응해 경영권을 방어가 '발등의 불'이라는 점 때문에 힘을 얻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무엇보다 최근 한진그룹 연말 정기 임원 인사에서 조 전 부사장의 이름이 오르지 못한 것이 결정타가 되었다고 여겨진다. 조 회장의 반대 의사를 확인한 조 전 부사장이 결국 칼을 빼 든 셈이다. 

조 전 부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하여 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동생을 비난했다. 이어 “현재 한진그룹은 선대 회장님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며 “조원태 대표이사는 그동안 조 전 부사장과 법률대리인의 요청에 최소한의 협의도 없이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한진그룹의 주주 및 선대 회장님의 상속인으로서 선대 회장님의 유훈에 따라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단독노선을 표명했다.

한진칼의 주주 지분은 6.46%를 보유한 조원태 회장이 최대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조현아 전 부사장은 6.43%, 조현진 전무는 6.42% 순서다. 고 조양호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전 이사장은 한진칼 지분 5.27%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28.93%로 가장 많고, 이어 사모펀드 KCGI(15.98%), 미국 델타항공(10%), 반도(5.06%)의 순이다.

한진칼은 조원태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상정할 예정이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가 개선되기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2대 주주인 KCGI는 대호개발이라는 새 주주가 등장해 한진그룹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하고 있으며, 3대 주주인 델타항공은 중립을 선언한 상태다.

조원태 대표이사 체제에 반기를 든 조현아 전 부사장으로 인해 내년 3월 예정되어 있는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재선임이 불투명해졌다. KCGI에 대한 방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진그룹 경영권 다툼이 진행될 경우 2002년 한진그룹 창업주 조중훈 선대회장의 별세 이후, 한진가 2세들의 경영권 분쟁으로 계열분리를 했듯이, 3세들 또한 회사를 분리하는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