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9.12.24 12:50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혐의를 받는 용의자들의 CCTV 사진. (사진=CBS Evening News 유튜브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법원이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혐의로 5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 '꼬리 자르기’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법원은 이날 카슈끄지 살해 혐의로 5명에게 사형, 3명에게는 총 24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3명은 석방됐다.

사우디 법원은 “카슈끄지 살해에 직접 가담한 5명은 사형, 이 사건의 은폐를 시도한 3명은 징역형을 선고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측근들이 불기소되거나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면서 판결의 신뢰성이 의심받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사우디 검찰은 자체 수사 결과, 사우디 정보기관의 2인자이자 무함마드 왕세자의 최측근인 아흐마드 알 아시리가 이번 작전의 최고 책임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왕세자는 사건의 전모를 전혀 알지 못했으며 따라서 사건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왕세자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아시리가 책임을 지는 모양새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날 아시리마저 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됐다.

사우디 검찰은 용의 선상에 올랐던 왕세자의 수석 보좌관 사우드 알카흐타니도 기소하지 않은 바 있다.

사우디 법원의 이번 판결을 두고 비난 여론이 거세다.

WSJ는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이번 판결은 사형 선고 받은 피고인들이 피해자 가족들과의 협상으로 감형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슈끄지 살인사건을 조사해온 아녜스 칼라마르 유엔 초법적 사형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사우디 법원의 판결을 두고 "가식적인 정의", "정의에 대한 조롱"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청부살인업자는 유죄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주동자들은 자유롭게 걸어 나갔다"며 "심지어 주동자들은 제대로 조사를 받지도, 재판을 받지도 않았는데 이는 정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린 말루프 중동연구국장 역시 사우디 법원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됐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카슈끄지와 그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정의도, 진실도 가져다주지 못한 눈가림"이라고 비판했다.

터키 역시 비난에 가세했다. 터키 외무부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지 못한, 정의를 실현하는 데 한참 못 미치는 판결"이었다고 평가하며, 사우디 정부의 책임감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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