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12.25 05:55

카카오·네이버의 금융 영향력 확대…금융사도 영업채널로 활용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올해 화두가 오픈뱅킹이었다면 내년의 경우 '금융 플랫폼'이 될 전망이다. 인터넷 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 웹브라우저로 의류 등 재화를 살 수 있게 됐듯 고도화되는 플랫폼에서 금융서비스를 가입하는 일 역시 흔한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 플랫폼은 IT기업이 금융업으로 외연을 넓혀 금융소비자와 거래하고 금융사와 경쟁하는 장(場)이다.  금융사는 이 장을 일종의 영업채널로 적극 활용할 태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기업, 금융사들은 자사 앱을 금융상품이 연결된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분주하다. 

우선 네이버가 분사한 네이버파이낸셜이 내년 대형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한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가 금융권 공략을 위해 네이버간편결제사업부문을 지난 11월 분사한 금융 전문 자회사다. 금융권과 제휴해 계좌, 주식, 보험 등의 금융상품을 출시하고 국내 최대 검색 포털, 상위권 쇼핑채널, 네이버페이를 연계한 결제 비즈니스도 강화할 예정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의 가능성은 금융투자업계에서 먼저 알아봤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 13일 네이버파이낸셜에 8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공언했다. 이 같은 투자 규모는 지난 7월 밝힌 계획(5000억원)보다 무려 3000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핀테크 스타업에 투자된 금액(5800억원)을 크게 앞서는 수준이다.

시장관계자들은 네이버파이낸셜이 안정적인 자금력을 바탕으로 신흥 핀테크 기업을 압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월 말 1주당 15만원대였던 네이버의 주가는 23일 기준 18만원대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네이버 시가총액은 현대차,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끼고 3위에 올랐다.

네이버에 대한 시장의 높은 평가는 해외사업 성공 가능성에 힘 입었다.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 라인을 통해 일본, 대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눈 앞에 두고 있고, 소프트뱅크와 함께 라인-야후재판 관련 경영 통합을 추진한다. 동남아시아에서도 모바일 앱 라인, 라인 캐릭터 등으로 입지를 확보하고 있어 신남방 시장에서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 받는다. 국내 시중은행의 글로벌 사업에도 이용 가치가 높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시장으로부터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면 카카오는 금융 플랫폼 시장에서 가치를 입증했다. 카카오는 금융부문을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로 나눠 공략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생활금융을 기치로 플랫폼 영역을 확대하고 있고 카카오뱅크는 여신잔액 기준으로 4대 시중은행 평균의 10% 수준까지 덩치를 키웠다.

특히 내년 카카오뱅크의 플랫폼화 속도가 빨라질 예정이다. 올해 3월부터 카카오뱅크으로 연결한 한국투자증권 계좌 수는 110만좌를 돌파하며 기존 한국투자증권의 뱅키스 계좌로 유치한 고객보다 많았다. 카카오뱅크가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을 입증한 결과다.

카카오뱅크가 오픈뱅킹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카카오뱅크 앱으로 다른 은행 업무를 보는 고객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카카오뱅크 앱은 관계사 상품과 이벤트 홍보로 복잡한 시중은행과 달리 디자인이 간략해서 다른 은행 고객들도 이용하기 좋다. 이 같은 앱은 오픈뱅킹으로 인한 수수료 수입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카카오뱅크는 현 실적뿐만 아니라 미래 기대치도 높은 편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순이익 기준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3분기 연속 흑자를 시현 중이다. 또 증시 상장을 위해 2020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방침이다. 또 11월 최대주주였던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카뱅 지분 16%를 매입해 인터넷은행법상 최대 보유 한도인 지분 34%를 보유하며 경영 불확실성을 없앴다. 이 같은 호재에 카카오뱅크 기업가치는 6조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올해 배송 등 생활결제서비스, 소액 투자와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투자 서비스 등으로 외연을 넓혔다. 대형 업체부터 소형 업체에 이르기까지 제휴사를 확대하며 금융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IT기술력, 소비자와의 접점에서 국내 대형금융사보다 앞서 금융사들도 긴장하는 눈치를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금융권과 플랫폼은 경쟁하기보다는 협력으로 손을 맞잡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경쟁력 협력(Co-Petition)이라고 일컫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오픈뱅킹이) 은행과 은행, 은행과 핀테크 기업간 벽을 허물고 경쟁력 협력을 유도할 것”이라며 “나아가 금융업의 분화와 재결합이 촉발되고 역동성 있는 시장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라고 봤다.

IT업계 관계자 역시 "대형 플랫폼을 가진 IT기업은 금융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단독 상품을 만들 수 없어 어디까지나 플랫폼 입점사인 금융사가 필요하다"며 "금융사와의 협력으로 금융 서비스를 운영하는 노하우를 학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도 플랫폼 기업을 적대시 하지 않는다. 황원철 우리금융 디지털총괄 상무는 “트렌드를 잡아내는 IT기업과의 협업으로 고객 니즈를 알아낼 수 있고 추가적인 인적, 물적 비용을 줄이기 않고도 영업 채널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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