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12.24 17:53

한국당, '비례한국당' 포함해 '비례민주당·비례정의당' 명칭 선점 가능성도
김재원 "해괴한 선거법이 반헌법·반문명적이라는 점을 만천하에 공개"

'4+1' 협의체의 선거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가운데, 한국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항의하며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사진출처= 한국당 홈페이지 캡처)
'4+1' 협의체의 선거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가운데, 한국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항의하며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사진출처= 한국당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3년 10개월만에 다시 시작된 필리버스터(국회에서의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24일 현재 이틀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야 각 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비해 위성정당 격인 '비례민주당', '비례한국당', '비례정의당' 등을 구체적으로 언제 띄울지 고심하고 있는 양상이다.

국회에선 이날 오후 5시까지 한국당 2명, 더불어민주당 2명, 바른미래당 1명 등 여야 5명의 의원이 번갈아 가며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며 19시간 이상이 지나갔다.  

일반적으로 필리버스터는 소수 정당이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의사 진행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행위인데, 이번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까지 필리버스터에 참여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공간으로 국회를 활용하고 있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이번 선거제 개혁으로는 양질의 대표 활동을 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드는 욕심을 채울 수 없다"며 "한국당 의원님들, 다시 논의해서 제대로 된 선거제 개혁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4+1 협의체에 대한 한국당의 비판에 대해서 "교섭단체는 국회 운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방편일 뿐 권력이 아니다"라며 "국회에서의 권력은 과반수가 유일하며, 4+1은 과반수 연합"이라고 강조했다.

최인호 의원은 한국당을 겨냥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것은 비례성을 높이는 데에 있어 한국 정치제도사에 큰 획을 긋는 소중한 의미를 담고 있다"며 "역대 20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무책임한 제1야당의 모습, 그것도 선거법 개정에 임하는 이런 모습은 전무후무했다"고 평가했다.

최 의원은 특히 '비례한국당' 결성 계획에 비난의 화살을 쏟아 부었다. 한국당 임이자 의원이 "정의당은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라고 꼬집자 최 의원은 "정의당에 최소한의 정치적 인격을 보장하며 주장해달라. 정의당은 정의당대로 목표와 활동 방식이 있는 정당"이라고 옹호했다.

현재까지 이틀간 무제한 토론에 참여한 의원 중 권성동 의원이 4시간 55분으로 최장 발언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 토론 중인 지상욱 의원이 발언을 마치면 한국당 전희경·민주당 기동민·정의당 이정미 의원 등 순서로 필리버스터가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당이 비록 23일 본회의에 돌발 상정된 선거법 개정안에 필리버스터를 걸어 표결을 지연시키고 있지만 사실상 26일에는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잖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가 적용된 안건은 다음 회기에서 바로 표결해야 하는데, 민주당은 오는 26일 시작하는 임시회 소집 요구서를 이미 제출했기 때문이다. 새 임시회가 열리면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의 공조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비해 전방위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의석 확보를 위한 위성정당 '비례한국당'의 창당은 물론이고 심하면 '비례민주당·비례정의당'이라는 이름까지 선점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무색케 만들면서 선거판을 흔들 확률이 있다는 얘기가 적잖게 회자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24일 국회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우리 당이 수없이 경고한 반헌법적인 비례대표제가 통과되면 곧바로 저희는 비례대표 전담 정당을 결성할 것"이라며 "이미 알려진 '비례한국당'이라는 이름은 다른 분이 사용하고 있어 함께할 수 있다면 당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뜻이 같지 않다면 우리 당의 독자적 비례정당을 만들겠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에서 이 해괴한 선거법이 반헌법·반문명적이라는 점을 만천하에 공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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