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3.14 17:41
대한민국 육군의 230미리 다연장로켓이 화염을 뿜으며 날아가고 있다. 적의 도발에 대응하는 반격의 자세는 우리에게 항상 필요하다. <사진=대한민국육군 홈페이지>

무엇인가를 때린다는 의미의 격(擊)은 쓸모가 많은 한자다. 이 글자로 조합할 수 있는 단어가 제법 많다. 전체적으로 볼 때는 완연한 전쟁 글자다. 우선 상대를 몰아가는 흐름에서 펼치는 공격(攻擊)이 눈에 띈다. 때림의 동작을 어딘가에 붙일 때가 가격(加擊)이다. 그냥 때리는 일은 타격(打擊)이다.

습격(襲擊)은 뭘까. 앞의 글자 襲에는 ‘죽은 사람에게 걸치는 옷’이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이어 옷 걸치는 일을 가리키기도 했다. 사전적으로 보면 襲擊은 위장용 옷을 걸치고 몰래 상대를 치는 일이다. 종이나 북을 울리면서 공격을 벌이면 벌(伐), 조용히 펼치는 공격은 침(侵), 그런 侵보다 더 가볍게 공격을 벌이는 일을 襲이라고 했다는 설명도 있다. 어쨌거나 몰래 남을 때리는 일이 襲擊이다.

저격(狙擊)도 그렇다. 서양에서 나온 개념을 한자로 푼 것이다. 원래는 snipe라는 도요새 과의 늪에 사는 작은 새를 사냥하는 사람인 sniper의 번역어다. 狙는 사냥개를 가리켰다. 우거진 풀 등에 숨어 있다가 불쑥 튀어나와 사냥하는 개라는 설명이다. 멀리서 조준해서 상대를 넘어뜨리는 sniper를 저격수(狙擊手)로 적으니 제법 그럴 듯하다.

충격(衝擊)은 어떨까. 이 앞의 衝이라는 글자는 옛 시절의 거대한 전차(戰車)다. 사람이나 말을 공격하는 가벼운 전차가 아니라, 성문(城門)이나 성벽(城壁)을 무너뜨릴 때 동원하는 큰 전차다. 그래서 웬만한 타격보다 커다란 게 바로 衝擊이다. 우리는 이 단어 자주 쓴다. “아주 충격적(衝擊的)이야…”라면서 말이다. 그러나 실제 맞으면 큰일 나는 셈이니, 衝擊이라는 말 마구 쓸 일은 아니다.^^

그 밖에도 나아가서 때리는 진격(進擊), 좇아가 때리는 추격(追擊), 갑자기 때리는 돌격(突擊), 때려 물리치는 격퇴(擊退), 밀치면서 때리는 배격(排擊), 가운데 몰아넣고 때리는 협격(挾擊), 번개처럼 때리는 전격(電擊), 다가오는 물체를 보며 나아가 때리는 요격(邀擊), 어딘가 이동하거나 머물면서 때리는 유격(遊擊) 등이 줄줄이 이어진다. 그러나 擊이라는 글자를 두고 너무 때리는 일에만 몰두할 필요는 없다. 목격(目擊)이라 해서 ‘눈으로 직접 닿는(보는) 일’을 가리키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격양(擊壤)이라는 말이 있다. 전설상의 요(堯) 임금 때 그 태평성세를 읊었다는 노래의 제목이라고 알려져 있다. “해 뜨면 나가 일하고, 해 지면 들어와 쉰다(日出而作, 日入而息)”며 “황제가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냐”라고 했던 그 노래 말이다.

여기서 擊壤을 엉뚱하게 풀었던 기억이 있다. ‘땅을 두드리다(때리다)’로 번역했는데, 사실은 擊壤의 壤은 흙이나 땅을 가리키지 않는다. 예전의 ‘비석놀이’처럼 뭔가를 던지거나 세워두고 그를 맞추는 게임이다. 중국 고대의 ‘비석놀이’라고 보면 좋다.

그나저나 요즘 반격(反擊)이라는 말 자주 오른다. 상대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때 되갚음으로 때리는 일이다. 북한의 도발이 한창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군의 이 反擊능력이 듬직하리라 믿는다. 때려서 없애는 일이 격멸(擊滅)일진대, 저들의 도발이 더 도질 경우 그런 정도의 능력도 선보여야 한다.

도발에 관한 북한의 역사를 외면하면 우리의 안보전선에는 곧 이상이 생긴다. 그에 조금이라도 마음 줄 놓는 이, 그래서 사리(事理)까지 어두운 이의 상태는 몽(蒙)이다. 그런 어둡고 미욱한 상태를 때려서 깨는 일이 격몽(擊蒙)이다. 조선의 율곡(栗谷) 이이(李珥)가 지은 아동 교육서 <격몽요결(擊蒙要訣 격몽의 중요한 비법)>로 우리에게 친근한 단어다.

꽃피는 계절에 날아다니는 북한의 미사일과 포탄, 무인 비행기가 혼란스럽다. 그에 덧붙여 핵 위협까지 서슴지 않는 북한의 행위 자체가 현대판 안보 교육용 <擊蒙要訣>이리라. 그러나 안보에 관해서는 이제 더 이상 擊蒙이 필요 없는 듯한데…. 그럴까 아닐까.

 

<한자풀이>

擊 (칠 격): 때리다, 치다. 부딪치다. 공격하다. 마주치다. 보다. 지탱하다. 죽이다.

襲 (엄습할 습): 습격하다, 엄습하다. 치다. 그대로 따르다(因襲하다). 잇다, 물려받다. 말미암다.

狙 (원숭이 저, 엿볼 저): 원숭이. 엿보다. 노리다. 교활하다. 찾다.

衝 (찌를 충, 뒤얽힐 종): 찌르다, 치다. 부딪치다. 향하다. 움직이다. 돌다, 회전하다. 용솟음치다. 목, 요긴(要緊)한 곳. 길. 거리. 옛 전차(戰車)의 이름.

挾 (낄 협): 끼다. 끼우다. 끼어 넣다. 두루 미치다. 두루 통하다. 돌다. 만나다. 모이다.

邀 (맞을 요): 맞다. 맞이하다. 만나다, 마주치다. 구하다, 요구하다. 부르다, 초래하다.

壤 (흙덩이 양): 흙덩이. 부드러운 흙. 땅. 경작지. 국토.

蒙 (어두울 몽): 사리에 어둡다. 어리석다. 어리다. 무릅쓰다. 덮다. 받다. 속이다. 입다. 괘 이름. 몽골(Mongol).

 

<중국어&성어>

拳击(擊) quán jī: 권투, 복싱.

冲击(衝擊) chōng jī: 충격.

狙击 jū jī: 저격.

袭(襲)击xí jī: 습격.

迫击炮pǎi jī pào: 박격포. …………

无(無)懈可击 wú xiè kě jī: 나태하거나 게을러서(懈) 공격할(擊) 만한(可) 데가 없다(無)는 엮음이다. 만만한 곳이 없는 상대 또는 상황 등을 일컫는다. 자주 쓴다.

中流击楫 zhōng liú jī jí: 배를 타고 가다가(中流: 물 가운데) 노(楫)를 두드린다(擊)의 엮음. 전쟁터에서 필승을 이루기 위해 다짐하는 일이다. 동진(東晋)의 명장 조적(祖逖)이 원정을 가는 길에 배를 타고 손으로 노를 치면서 그런 필승의 결의를 다졌다는 데서 나온 성어. 자주 쓴다.

旁敲侧击 páng qiāo cè jī: 옆(旁)에서 두드리고(敲) 곁(側)에서 때린다(擊)의 엮음. 정면으로 나서지 않고 옆이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고 들어가는 일. 흔히 문장을 작성할 때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으며 풀어가는 기법을 가리킨다.

声东击西(聲東擊西) shēng dōng jī xī: 동쪽을 치는 척하다가 실제로는 서쪽을 공격하다는 ‘성동격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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