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12.26 17:56

"보수, 절박함 부족하고 탄핵 잔당 오명 씻지 못해 여론몰이 못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 (사진=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캡처)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 (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범보수 대통합'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 홍 전 대표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보수) 통합 비대위를 만들자"며 "통합하지 않고는 총선도 대선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은) 여론을 무시하고 막가는 막장 정권인데 왜 여론은 우리에게 오지 않는가, 저렇게 야당을 무시하고 깔봐도 야당이 별다른 저항 수단을 찾지 못하는 것은 왜 인가"라고 자문했다.

이어 "절박함이 부족하고 절실함이 부족한 것이 첫째 이유이고, 탄핵 잔당이라는 오명을 씻지 못한 것이 둘째 이유가 된다"며 "91년 3당 합당의 모델을 상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를 버리고 나라의 장래를 보자"며 "진정 반 역사의 길을 가고자 하느냐, 모두 내려 놓고 통합의 길로 가자"고 촉구했다.

홍 전 대표의 이 같은 주장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적잖은 정치적 실책을 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반사효과를 자유한국당이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읽혀진다. 또한, 홍 전 대표는 이 같은 현상이 보수세력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보수세력을 하나로 통합하지 않으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홍 전 대표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오히려 '범보수 대통합'이라는 명분을 통해 자신이 '제2의 김영삼 대통령'의 길을 가려는 게 아니냐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가운데, 홍 전 대표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조만간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홍 전 대표가 언급한 '91년 3당 합당'이란, 지난 1989년 민주정의당 정권을 이끌던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여소 야대의 상황을 극복하고자 1989년 말부터 통일민주당의 총재 김영삼과 신민주공화당의 총재 김종필을 상대로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등 3개 정당을 합당하기 위한 비밀협상을 전개한 결과 1990년 1월 3당합당을 공동으로 선언하고 민주자유당(약칭, 민자당)을 출범시킨 사건을 뜻한다. 다만 홍 전 대표가 언급한 91년은 잘못된 것이고, 정확한 것은 90년이다.

이후, 당내 소수 세력의 수장이었던 김영삼이 우여곡절 끝에 민자당의 대권후보가 되고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해 대통령이 됐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후 당내 계파 원칙을 무시하고 자신이 이끄는 '민주계'에 의해 독점적으로 당을 운영하면서 추후 총선을 통해 '민주계'를 당내 최대 계파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