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19.12.27 16:46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 위한 '정치적 합의'…청구권 등 기본권 침해 없어"

일본대사관 앞에 위치한 위안부 동상
일본대사관 앞에 위치한 위안부 동상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5년 한국과 일본 정부가 발표한 '위안부 합의'는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2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9명과 피해자 유족·가족 12명이 한·일위안부 합의는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제기된 경우 주장을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헌재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절차와 형식 및 실질에 있어서 구체적 권리·의무의 창설이 인정되지 않았다"며 "이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권리가 처분됐다거나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적 보호권한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심판 청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숨진 청구인들을 제외한 나머지 청구인들의 심판 청구를 각하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이 사건 합의는 양국 외교부 장관 공동발표와 정상 추인 거친 공식적 약속"이라며 "그러나 이 사건 합의는 서면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통상적으로 조약에 부여되는 명칭, 주로 쓰이는 조문 형식을 사용하지 않았고 조약 체결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합의 효력에 관한 양 당사자의 의사가 표시돼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 법적 권리의무 창설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도 않다"며 "이 사건 합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어 청구권 등 기본권 침해 가능성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사건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해결을 위한 외교적 협의 과정에서의 정치적 합의"라며 "이에 대한 다양한 평가는 정치 영역에 국한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 사건 심판청구 이후 사망한 일부 청구인들에 대한 심판절차에 대해선 소송절차종료를 선언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5년 12월 이뤄졌다. 

당시 양국 외교부 장관은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한·일 양국은 일본 정부가 사죄를 표명하고,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에 10억 엔(약 100억원)을 출연하는 대신 이 문제를 최종적·불가역적으로 마무리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피해자를 배제한 당시 합의에 정치권과 시민단체, 언론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2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양국 합의를 뒤집는 주장을 반복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지난 2016년 3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생존 및 사망 피해자와 그 가족을 대리해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민변은 당시 "합의와 공표로 인해 일본 정부가 앞으로 청구인들로부터 개인적인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도 배상 청구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할 근거를 제공했다"며 "청구인들의 기본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실상의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 정부는 합의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오랜 세월 힘겨운 시간을 보낸 청구인들을 배제했고, 합의 이후에도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헌법 제10조와 제21조, 37조 제1항으로부터 도출되는 절차적 참여권과 알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11월 양국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 출연금을 바탕으로 세운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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