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사설] '뉴 코리아' 만들려면 경제부터 살려라
[신년 사설] '뉴 코리아' 만들려면 경제부터 살려라
  • 최승욱 국장
  • 승인 2020.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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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7시42분께 부산 송정동에서 새해 첫 해가 떠오르고 있다. (사진제공=유순희 사진작가)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수출이 재작년보다 줄어드는 수모를 당했다. 그나마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수출마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잠재성장률에 한참 못 미치는 경제성장률 위축은 더 큰 문제다. 지난해 미국은 연간 2%를 뛰어넘었던 것으로 예상되는데 비해 한국은 2% 달성조차 쉽지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도 사라졌다. 북한은 한국을 협상대상에서 배제하면서 긴장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일관계도 뒤늦은 두 정상간 만남으로 최악의 상황에선 벗어났다지만 언제 정상화 국면으로 되돌아 갈지 불투명한 상태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은 더욱 심화됐다. 각 정당마다 21대 총선 의석만 챙기는 이기주의가 판 치면서 극한 대결로 치달았다. 이제 정치는 두통거리일 뿐이다.

총선을 앞두고 재정투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예산 편성도 이뤄졌다. 시장경제원리와는 달리 복지선심성 정책이 남발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온갖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혈세 쓰기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상당수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청년수당은 일자리를 찾는 노력과 연계된다는 점에서 나름 정당성을 찾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가 또 등장했다.

전북 정읍시는 올해부터 동학농민운동 참여자 유족에게 매월 10만원씩 수당을 주기로 결정했다. 동학농민혁명의 중심지로 알려지면서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된 만큼 이로 인한 이득을 유족과 나누겠다는 것이다. 연간 예산은 1억원이라지만 추가조사를 해서 발견되는 유족에게도 지급한다고 하니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장 후보마다 어떤 명목을 내걸고 퍼주기 공약이 나올지 아찔할 뿐이다.

그나마 저소득계층의 살림이 다소 나아진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분배상황을 보여주는 5분위 배율(하위 20% 대비 상위 20% 소득 비율) 지표가 지난해 11.15배를 기록, 5년만에 전년 대비 0.12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다만 혈세 투입에 따른 인위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일 가능성이 크다. 일시적 조치로 끝날 우려가 적지 않다. 경제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져야만 없는 사람들의 형편도 나아진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급속한 성장사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가장 큰 걱정은 각종 통계지표는 경기가 바닥을 친 것을 시사하지만 과연 언제부터 반등할지 누구도 자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미 경기부진의 여파는 지자체 예산 감소에서 확인된다. 경기도 이천시는 올해 본예산 지방세 수입을 작년보다 무려 30% 줄어든 2940억원을 계상했다. 전체 예산도 9488억원으로 전년 대비 6.8% 줄어들었다. 화성시 예산도 2조4583억원으로 작년보다 586억원 감소했다.

최근 수년간 급등한 최저임금과 사회보험료 부담으로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월급 300만원을 주는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4대 사회보험료와 사무실 유지비, 퇴직금 적립 부담까지 감안하면 매월 450~500만원 지출을 각오해야 한다. 이런 시장 환경에서 돈을 빌려 투자할만한 용기를 지닌 사업가가 갈수록 드물어질 수밖에 없다.

1일 오전 경남 남해군 보리암에서 새해 첫 해가 떠오르고 있다. (사진제공=최영조 작가)

국내외 조건이 어렵다고 해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을 위해 뉴 코리아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영업자와 기업인들이 돈을 벌수 있는 여건부터 조성하자.

기업마다 쓸만한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대규모 제조업체는 인건비가 낮고 청년인구가 많은 곳으로 생산거점을 옮긴데 이어 디자인과 연구센터까지 이전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크게 낮은 임금 수준과 고질화된 대기업 선호 현상으로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우리 경제 수준에 비해 턱없이 높은 대기업 임금부터 상당기간 동결하는 조치가 절실하다. 모 손해보험사 대졸 초임은 중견제조업체 차장급 연봉과 맞먹는다. 직원 10~99인 기업의 대졸 초임을 100으로 기준 삼아 비교하면 중소기업은 111.6이고 대기업은 152.1에 달한다. 이에 비해 일본 중소기업은 106.3, 일본 대기업은 112.9에 그친다. 초과급여를 제외하고 한국 대기업(500인 이상) 평균은 3만6228달러인데 비해 일본 대기업(1000인 이상)은 2만7647달러다. 대기업 노조의 희생과 결단이 뒤따라야할 근거가 아닐 수 없다.

기업의 경영의욕을 되살리려면 기업이 부담한 실제 세율을 의미하는 법인세 실효세율도 미국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초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춘 덕분에 500대 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지난해 11.3%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이에 반해 한국 32개 재벌그룹의 실효세율은 19.9%에 달한다. 세법 개정은 국회 몫이지만 시행령 개정을 통한 감면폭 확대는 청와대와 여당, 기획재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최저임금은 물론 사회보험료도 당분간 올려서는 안된다. 건강보험기금이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자 보험료 쓰기 경쟁이 펼쳐졌다. MRI까지 건보 혜택을 제공하자 '의료쇼핑'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건보 적자 전환도 시간문제다. 고용보험도 곳간에 보험료가 쌓이자 지원사업이 급증했다. 지출항목을 늘리는 것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아울러 온라인 서비스가 확대되는 추세를 감안해 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등은 임대료가 낮은 곳으로 사무실을 옮겨 관리비부터 줄이는 등 솔선수범에 나서야 할 때다.

법률 구조조정도 이뤄져야 한다. 단체들이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법안 제출 건수 위주로 따지다보니 함량 미달, 규제 위주의 입법안이 쏟아지는 실정이다. 20대 국회 들어 총 2만4321건이 접수됐다. 이중 본회의에 오른 것은 187건에 불과했고 최종 처리된 것은 177건에 그쳤다. 불과 0.072%만이 국회를 통과한 셈이다. 대부분의 법안은 해당 상임위원회에 제대로 심의조차 받지 못한채 국회 회기가 끝나면 쓰레기통으로 가기 일쑤다. 이런 낭비를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공무원이 제출하기 애매한 법률안을 관련 상임위 의원의 이름을 빌려 제출하는 일도 다반사다. 정치인이 도서 출판회 당시 신세를 진 단체나 기관의 로비를 받아 내놓는 법률 개정안도 넘쳐난다. 이런 제정안이나 개정안은 대부분 규제에 규제를 더하는 내용이다. 실물경제를 위축시키는 성격이 짙다.

예산이 소요되는 법률안을 마련할 때 그 재원을 염출하는 방안을 반드시 확보하는 것처럼 새로운 법률을 만들려면 기존 관련 법률을 없애거나 통폐합하는 원칙을 수립해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한민국 법률 수는 지난해 12월 2일 기준으로 11만661개에 달한다. 충분히 많은 숫자 아닌가.

정부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것도 절실하다. 지난 12·16 부동산 시장 안정화방안처럼 "내일부터 시가 15억원 이상 주택은 담보대출을 금지한다"는 식의 폭탄선언이 앞으로도 반복된다면 선진국 진입은 요원할 뿐이다. 아무런 준비기간조차 주지 않고 국민에게 당장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결정을 군사작전 하듯이 전격적으로 시행했기 때문이다. 이러면서 민주주의를 운운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보리암에서의 경자년 첫 일출 장면. (사진제공=최영조 작가)

이념갈등으로 인한 부작용 감소도 시급한 과제다. 최근 경기도가 ‘사회 갈등’에 대한 도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도민 55%가 가장 심각한 갈등으로 이념갈등을 지목했다. 2017년만 해도 이념갈등을 손꼽은 비율은 15%에 그쳤다. 갈등해소에 앞장선 국회의원들이 다음 선거에 유리한 고지에 서도록 공천 심사과정에서 우대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제도 등 동반성장프로그램의 확충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기술개발을 위한 자금지원과 판로 보장처럼 근본적으로 하청업체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평등과 양극화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의 사회연대 활동처럼 사회연대의식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 사회통합 여건도 개선된다.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것도 시급하다. 이를 위해 대학입시제도 전반에 걸친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대입에서 기득권층이 특혜를 누리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혁파하면서 동시에 '학벌 프리미엄'의 거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노력이 펼쳐져야 할 것이다. 이래야만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될 뿐만 아니라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확고히 세워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북정책도 호혜평등의 원칙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일방적인 인내 또는 굴종은 곤란하다. 자주국방 기반을 확실히 다지면서 평화통일의 초석을 단단히 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최근 방위분담금 요구에 드러난 것처럼 자국 이기주의 성향을 노골화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맹목적인 의존과 장밋빛 기대에서도 벗어날 때다. 이를 위한 첫 걸음은 한미행정협정(SOFA) 개정과 한미연합사 기능 재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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