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20.01.02 00:00

미국, 생산·산업·소비까지 통합적 계획…한국, 자동차 위주 '한계' 새로운 방향성 정립 필요

2019서울모터쇼 수소에너지 특별홍보관(사진 제공=현대자동차)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의 환경 및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수소를 에너지로 하는 수소경제가 부각되고 있다. 사진은 2019서울모터쇼 수소에너지 특별홍보관(사진 제공=서울모터쇼 운영위)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2020년은 한·중·일의 수소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일본의 기술력과 중국의 물량이 수소자동차의 원조인 우리나라를 위협하며 추격하고 있다.

맥킨지의 세계 수소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수소시장 규모는 2017년 1292억달러에서 연평균 약 6% 성장해 2050년에는 2500조원의 매출과 누적 3000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수소경제규모도 2050년 70조원 매출과 누적 60만명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전망하고 있어 향후 지속적인 수소경제 관련 산업의 성장을 예견하고 있다.

수소경제는 환경문제와 고갈되어 가는 석탄·석유에 의존했던 에너지원을 수소로 변경하면서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의 전통적인 주력 사업과 연계해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것을 말한다. 즉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하는 경제·산업 구조를 말한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철도‧선박 등에 수소 활용분야를 넓히고 있는 상황이고, 일본도 수소를 통한 전력 확보에 중점을 둔 수소경제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 속에 전기차와 같이 수소경제도 ‘수소경제시범도시’ 조성‧50여개 충전소 설치와 같은 인프라 구축 등 작심하고 ‘수소굴기’라는 명목으로 산업을 키우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수소경제를 목표로 한 에너지 전환 정책이 각국에서 진행되면서 수소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시장의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동아시아 3국 중 가장 먼저 수소경제에 주목한 나라는 다름 아닌 일본이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 전역에 원전 문제와 에너지 부족이라는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이에 일본은 지난 2014년 ‘수소 연료전지 전략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어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을 통해 수소 사회를 실현할 것임을 공표했다. 

2020년에는 수소관련 산업을 둘러싼 한중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사진 출처=픽사베이)
2020년에는 수소관련 산업을 둘러싼 한중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사진 출처=픽사베이)

2018년 7월 발표한 ‘5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수소차 4만대, 수소충전소 160기를 설치하고, 2025년에는 수소차 20만 대, 수소충전소 320기로 확충할 계획이다. 

일본의 현재 목표는 올해 도쿄 올림픽을 수소 올림픽으로 개최하는 것이다. 이미 역대 올림픽 최초로 성화대 및 성화봉 연료로 수소를 사용하는 등 전 세계에 수소 에너지 선진국으로서의 이미지를 고취시킬 것이라고 알린 바 있다.

이번 도쿄올림픽이 성황리에 마무리되면, 2025년 오사카엑스포에서도 스마트시티 모빌리티 사회와 수소차, 수소경제가 연동된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중국의 추격도 무섭다. 한국과 일본의 뒤를 바짝 따라오고 있는 중국은 그동안 전기차 산업에 집중 했지만, 지난해 전기차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수소산업의 패권을 노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은 2025년까지 수소차 5만대, 2030년까지는 한국과 일본의 목표치보다 높은 100만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매년 10개 시범 도시를 선정해 3년간 1000대 규모의 수소차를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만리장성자동차는 약 5억7000만 위안(한화 약 945억8500만원)을 투자해 허베이성 바우딩시에 수소 에너지 연구개발 센터를 구축했다.  중국 상하이자동차는 지난 2017년 첫 수소 승용차 로위950과 수소 버스 맥서스FC80을 선보였다. 둥펑자동차와 정저우위퉁 등의 기업들도 수소차 버스 또는 트럭을 제작하고 있다. 지난해에 광저우자동차가 수소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을 선보였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중국과 일본의 수소경제를 위한 민간과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우리나라는 안전‧인프라‧소재 개발(R&D)을 통해 경쟁에 맞서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수소에너지를 차세대에너지로 적극 육성해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선도국가로 도약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15일, ‘2030 미래차 산업 발전전략’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하고 경기 화성시에 있는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미래자동차 비전선포식’을 가졌다. 이날 선포식에서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전기·수소차 신차 판매 비중을 33%까지 끌어올려 미래차 경쟁력 1등 국가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수소산업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가장 먼저 지적된 문제는 바로 인프라다. 수소차 수를 늘려도, 수소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충전소가 부족하면 제품의 수요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소관련 기술경쟁에서 수소자동차에 대한 기술은 우리나라가 앞서 있다. 수소차의 성능과 생산면에서는 뛰어나다고 인정받고 있다. 인프라 부분에서는 일본에 뒤처진다. 일본은 수소차 보다는 인프라 구축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 2018년 말 일본의 충전소는 110여개소인데 비해 한국은 30개소에 불과 했고, 지난해 말 40개소로 증가 했을 뿐이다.

수소전기차 넥쏘는 완성도 높은 친환경 파워트레인과 자율주행 기술력을 겸비한 미래형 자동차다. (사진=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넥쏘는 완성도 높은 친환경 파워트레인과 자율주행 기술력을 겸비한 미래형 자동차다. (사진=현대자동차)

국내 수소에너지 기술 수준은 꾸준히 연구개발을 통해 향상되고 있지만 수소생산, 저장, 운송 분야에서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기존 기술의 고도화 작업과 동시에 다양한 기술 개발을 통해 국내환경에 적합한 기술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다.

실제로 수소차 구매 예정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 바로 수소 충전 인프라의 부족이다. 201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팔린 수소차는 모두 3300여대다. 하지만 전국 충전소는 31곳에 불과하다. 서울에 있는 충전소는 총 3곳이며. 대구광역시와 강원도, 제주도에는 충전소 자체가 없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수소 인프라 및 충전소 구축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3년 안에 전국에 총 310기의 충전소를 만들기로 했다. 이와 함께 ‘수소유통센터’를 구축해 현재 1㎏에 8000원 수준인 수소 가격을 2022년에는 6000원, 2040년에는 3000원까지 낮출 계획이다.

수소 관련 인프라 구축에서 지적되고 있는 안전성과 가격 절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높아지고 있다. 이에 관련 기업은 원천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말 스위스의 수소 저장·압축 기술 기업 ‘GRZ 테크놀러지스’와의 업무협력을 맺는다고 밝혔다. 저압 수소저장 기술과 수소압축‧충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GRZ 테크놀러지스와의 기술협약을 바탕으로 국내 수소충전소의 안전성과 수소충전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소추출기 제조기업 J&K히터는 하임리움산업과 업무 협약을 맺고 각각 수소생산과 수소 액화 및 저장 부문으로 업무를 분담하기로 했다. J&K히터는 이번 협약을 통해 각자의 원천기술을 결합해 수소산업계의 높은 해외 장비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제품 사용을 권장할 것이라 전했다. 

이와 더불어 안전성과 효율성에서 미래 수소저장방식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고체수소저장소재에 대한 연구 또한 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 복합재료 제조 및 가공 업체인 EG는 지난 2015년부터 정부 국책과제에 선정돼 수소차량용 고체수소저장소재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EG의 고체수소저장소재가 상용화가 되면, 수소차의 안전성과 공간 활용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체수소저장소재를 이용한 수소저장기술의 상용화는 기존 기체 저장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인 공간 활용성을 가져온다. 뿐만 아니라 고용량의 수소 저장이 가능하고 안전성도 향상된다.

시작 단계에 놓여있는 수소경제가 올바르게 실행이 되려면 민간·기업·정부가 서로 협력하고 각자 제몫을 다해야한다. 다만, 우리나라의 수소차 정책은 유독 자동차 중심으로 세워져 있어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하는 수소 경제 전체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에는 한계가 적지않다.

미국은 수소관련 정책이 생산에서 산업, 소비에 이르기 까지 전체 시스템이 통합적으로 세워져 있어 지속가능한 수소경제를 그리기가 수월하다. 전 세계적으로 수소경제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우리 정부의 수소경제에 대한 정책 방향성 설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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