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0.01.02 11:08
지난 1일 홍콩 완차이 지역에서 시위가 진행되는 모습. (사진=South China Morning Post 유튜브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새해 첫날인 1일 홍콩에서 주최 측 추산 100만여 명이 참여한 대규모 도심 시위가 벌어졌다.  도심 곳곳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이 벌어지고 400여명이 체포돼 올 한해도 순탄지 않을 홍콩 정국을 예고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은 1일 오후 빅토리아 공원에서 수십만 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홍콩 정부에 시위대의 5대 요구 수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 주제는 '약속을 잊지 말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가자'였다. 주최 측은 이날 시위에 103만 명이 참여한 지난 6월 9일 시위보다 더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고 추산했다. 반면에 경찰은 6만여 명이 참여했다고 추산했다.

빅토리아 공원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팔을 들어 다섯 손가락을 쫙 편 채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쫙 편 다섯 손가락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시위대의 5대 요구를 가리킨다.

이날 집회와 행진을 허가한 홍콩 경찰은 행진 과정에서 폭력 사태 등이 발생할 경우 행진을 즉각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이에 민간인권전선은 행진을 평화롭게 진행하자고 호소하면서 200여 명의 질서유지 요원을 현장에 투입했다. 하지만 일부 시위대는 주최 측의 호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격렬한 반중국 정서를 드러내면서 과격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완차이 지역에 있는 중국 보험사인 중국인수(人壽)보험 건물 유리창과 구내 커피숍 기물을 파손했으며, 친중 재벌로 비난받는 맥심 그룹이 운영하는 스타벅스 매장에 화염병을 던졌다.

또 시위대는 HSBC은행 완차이 지점에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유리벽 등을 부쉈으며, 센트럴 지점에는 불을 질렀다. 이에 소방대가 출동해 곧바로 진화했다.

경찰은 시위대의 과격 행위가 이어지자 오후 5시 30분 무렵 주최 측인 민간인권전선에 행진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민간인권전선은 시민들에게 시위 현장을 즉시 떠날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민간인권전선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위대는 밤늦게까지 도심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대는 완차이, 코즈웨이베이 지역 등에서 화염병을 던졌으며, 이에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다. 경찰은 코즈웨이베이와 센트럴 지역에 물대포 차를 투입해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경찰 측은 이날 하루 동안 최소 400명의 시위대가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 18∼19일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던 홍콩이공대와 그 인근에서 1100여 명의 시위대가 체포된 후 최대 규모의 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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