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왕진화 기자
  • 입력 2020.01.02 18:40

[뉴스웍스=왕진화 기자] 기자의 집에는 10여 년째 코웨이 정수기, 비데가 설치돼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장이 난 채 1달을 넘게 꾸역꾸역 사용 중이지만 CS닥터(설치·수리 기사)와 통화 한 번을 속 시원하게 못 해봤다. 홈페이지로 AS 신청을 해도 수리 기사가 연락도 없이 오지 않아 소용이 없었다.

CS닥터 노조는 본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 상태였고, 10분만에 겨우 전화연결이 된 고객센터 상담사는 그저 난감해 하며 다시 AS 날짜를 배정해줄 뿐이었다. 렌털비용은 꼬박꼬박 빠져나가고 있는데 말이다. 

코웨이 관계자는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CS닥터와의 공조가 꼭 필요한 코웨이 현장서비스직의 경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욱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고객이 이들에게 불만을 아무리 털어놔도 설치나 수리는 해결해줄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저 상담사와 방문판매원(코디)는 이유 없이 고객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고, 영업관리직은 CS닥터들의 눈치를 보면서 상품 설치 날짜를 정하고 있었다. 

이러한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CS닥터들이 어쩔 수 없이 파업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한 CS닥터는 "입사할 때도 3번의 면접과 4주의 교육을 받고, 1주일에 한 번 시험에서 탈락하면 집에 가기까지 한 동기들도 있다"며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웅진 측은 우리를 가리켜 '정상적으로 입사를 한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개인사업자 번호도 없는데 말이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지금 대체인력들에게는 하루 차량비 10만원, 주유비 3만원, 설치 및 AS 1건당 2만원을 지급하고 있지만 정작 정식으로 고용된 우리는 유류비는커녕 대체인력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웅진코웨이가 그동안 관리하지 못했던 내부 잡음으로 고스란히 피해를 떠앉는 건 소비자였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1월 소비자상담 품목 중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 높았던 품목은 '정수기대여(렌트)'(95.3%), '기타 대여(렌트)'(69.7%) 순이었다. '정수기대여(렌트)'는 정수기업체의 파업으로 인한 AS 지연과 정수기 내부 위생 불만으로 인한 계약해지 및 위약금 관련 상담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웅진코웨이를 포털에 검색하면 AS 지연, 이전 설치 불가와 관련한 불만 글로 뒤덮여 있다. 

심지어 "***는 고객에 대한 책임을 다하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고, 이는 현재 1300여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해당 글쓴이는 "보상을 바란 게 아니었고 그저 회사의 귀책사유니 위약금 없이 제품을 반환하겠다고만 했을 뿐인데, 연락 한 번 먼저 없던 담당부서 측에서 'CS닥터의 파업은 회사의 뜻이 아니니 귀책사유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니 해지위약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라고 주장하며 황당해 했다.

소비자들은 좋은 제품을 임대 기간동안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분기마다 한 번씩 찾아와 제품을 케어해주는 서비스 등에 매력을 느끼고 웅진코웨이와 렌털 계약을 맺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본사는 CS닥터의 파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식으로 말하며 해지를 완강히 거부하는 형국이다. 소비자들이 렌털제품의 서비스 구조까지 알아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늘 제대로 서비스 되도록 하는 것은 본사의 책임이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갈 때의 마음이 너무도 다른 코웨이에 실망한 고객들은 화가 날 대로 난 상황이다. AS가 되지 않는 물품을 구매·렌털하는 소비자는 아무도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가운데 웅진코웨이의 CS닥터 노조가 지난 30일 넷마블 본사 앞 천막농성을 중단한 데에 이어 잠정 파업을 철회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일부터 15일까지 노조의 요구사항에 대해 본사와 노조의 집중교섭이 진행되며, 이에 따라 해당 기간 동안 CS닥터의 업무도 정상진행될 예정이다. 그동안 더뎠던 AS도 순차적으로 처리될 계획이다. 다만 15일까지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파업 자체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최근 매각 이슈도 생겼다. 웅진그룹이 위기에 빠지자 1조7400억원이라는 거액에 코웨이를 넷마블에 판 것이다. 넷마블 입장에서는 단순한 실적뿐만 아니라 평판까지 고려해서 좋은 기업을 인수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웅진그룹 본사는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시키는 데에 뜻을 두고 노조와 소통을 해야 한다. 판매자로서의 도덕적인 책임을 지고 고객과의 신뢰도 더이상 잃지 않기 위해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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