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0.01.02 20:15
10년 동안 함께 집회를 했지만 보상에선 제외된 사람들. (사진=KBS '제보자들')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2일 방송되는 KBS '제보자들'에서 공해 문제에 대한 보상으로 세워진 마을 기업의 혜택에서 제외된 사람들의 사연들 들여다 본다.

경상북도 포항시 해도동은 1970년대 초 세워진 포스코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다.

큰 기업이 들어서면서 인구도 늘고 마을도 커졌지만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한다.

늘 분진과 냄새 등 환경피해로 마을 사람들은 피부병 등 다양한 질병을 앓게 된 것. 하지만 환경문제에 대한 자각 없이 생활해 오다가 지난 2005년 드디어 공해 문제에 대해 포스코를 상대로 책임을 묻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김재덕(가명) 씨를 필두로 마을 사람들 1500여 명으로 구성된 공해 대책협의회를 설립하여 포항시와 포스코를 상대로 4년 넘게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격렬한 시위를 이어나갔다고 한다.

이렇듯 집회와 시위가 장기간 지속되자 급기야 포스코 측은 마을 주민들과 합의에 나섰고, 포스코 제철공장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를 낮춰주는 화학제품인 '표면경화제'를 마을 기업에서 생산 납품하기로 하고 그 수익금을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협의했다.

즉, 포항 해도 동 상생협력발전을 위해 마련된 공익법인인 ㈜하이릭이 세워진 것이다. 이러한 조건으로 주민들은 장기간의 시위를 멈추었다.

이후 해도 동 주민들은 마을 기업에서 발생하는 보상금을 배분해 줄 것이라 기다렸지만, 결과는 예상과는 달랐다고 한다.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주민들 가운데 일부는 10원 한 푼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동안 마을 주민들은 시위 참가 당시 적게는 2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까지 회비를 내면서 시위에 동원되어 왔는데, 정작 하이릭이 포스코에 납품을 시작하고 수익금이 나왔을 무렵, 정작 다수 회원들에게는 예정됐던 보상금이 배분, 지급되지 않았다는 게 일부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 수익금은 앞서 대책협의회를 대표하고 집회시위를 주도했던 하이릭 이사와 주주로 등재된 몇 사람과 일부 주민들에게만 보상금이 분배됐다는 얘기다.

보상금을 분배받지 못한 회원들은 하이릭을 상대로 "회사 장부와 서류 등의 관리, 열람, 등사를 하게 해 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하며 시위도 이어나갔다고 한다.

그러나 사측에서는 이들 주민들을 상대로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 고발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해도동 공익법인 하이릭을 두고 벌어진 주민 간 대립과 다툼은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처음 시위에 참가할 당시 60대였던 이들은 어느덧 80대가 되었고, 그 사이 이들의 삶도 이미 피폐해져 버린 상황이다.

할머니들은 노령이라 별다른 수입 없어 시장 노점에서 과일을 팔고, 폐지를 주워 팔아 힘들게 생활을 이어간다.

4년의 시위 동원과 이후 10년 동안 지속된 법적 공방에 지칠 대로 지친 할머니들은 더 이상 고소 고발당하는 일 없이 그저 조용히 살고 싶은 것이 마지막 소망이라고 말한다.

상생 협약을 맺었지만 상생에서 제외된 사람들의 아픈 사연을 들여다본다. 

KBS '제보자들'은 2일 저녁 8시 5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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