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0.01.04 06:45

작년 수출, 10년 만에 두 자릿수 감소…반도체 25.9%↓
1분기 D램·낸드 가격 증가율…기존 예상치보다 높을 듯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지난해 수출이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였다. 2018년 12월부터 시작된 월별 수출 감소세가 2019년 내내 이어지면서 이 같은 성적표를 받게 됐다. 이에 2018년 역대 최초로 6000억 달러를 돌파한 수출이 1년 만에 다시 5000억 달러대로 축소됐다. 다만 바닥을 친 만큼 올해 수출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강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9년 수출은 5424억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3% 감소했다. 수입은 5032억3000만 달러로 6.0% 줄었다. 이에 무역수지는 391억9000만 달러 흑자를 시현했다. 무역수지가 11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가운데 무역(수출+수입) 규모도 3년 연속 1조 달러를 돌파했다.

다만 연간 수출이 하락한 것은 지난 2016년(-5.9%) 이후 3년 만이며 10%대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13.9%) 이후 10년 만이다. 이는 2018년 단일품목 최초로 1000억 달러가 넘었던 수출 1등 공신 반도체의 가격하락에 따른 부진과 더불어 미중 무역분쟁 지속에 따른 세계 교역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반부터 시작된 일본과의 무역전쟁도 소폭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상황 속에 한국은행이 제시한 2019년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은 1월 2.6%에서 4월 2.5%, 7월 2.2%, 11월 2.0%로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에 지난해 성장률은 최종적으로 2.0%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2일 성장률 2.0% 달성 질문에 “가늠하기 어렵다”고 답하면서 2.0%를 하회했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2019년 12월 수출은 2018년 12월부터 시작된 수출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 및 14개월 만에 증가한 중국 수출 등에 힘입어 지난 5월(-9.8%) 이후 처음으로 하락폭이 한 자릿수(-5.2%)로 축소됐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12월 수출이 빠른 속도로 회복돼 7개월 만에 수출 감소폭이 한 자릿수로 진입했고 점차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바이오헬스·이차전지 등 신수출성장 품목 호조, 신남방 지역 수출 비중 20% 돌파, 신북방 지역 3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로 수출품목 다각화 및 수출시장 다변화 성과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수출이 13개월 연속 역성장을 이어갔지만 5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율이 한 자릿수에 진입했다”며 “기저효과, 특히 올해 2월 조업일수가 22.5일로 전년보다 3.5일 늘어난다는 점에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12월 한 자릿수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회복조짐 형성에는 미흡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월간 수출액이 10~11월 평균인 450억 달러대에 그쳤다”며 “대중 수출은 14개월 만에 증가세로 반전되고 반도체 수출이 30%대에서 10%대 후반 감소로 개선됐으나 월간 수출액 측면에서 모멘텀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주열 총재는 “세계교역 부진이 어느 정도 완화되고 반도체 경기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여 국내경제는 완만하나마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한국경제가 세계 경제에 편입된 상황에서 급격한 경기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오는 15일 백악관에서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할 예정인 만큼 미중 무역분쟁 격화에 대한 우려는 다소 축소됐다. 실제 미중 무역분쟁 스몰딜 영향으로 중국 제조업 PMI 지수가 5개월 연속 오르는 등 중국 내 투자심리는 회복 중이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도 13개월 연속 감소세에서 벗어나 12월 3.3% 증가세로 반전했다.

(일러스트=픽사베이)
(일러스트=픽사베이)

결국 2020년 우리나라 수출 향방은 반도체, 특히 메모리반도체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D램·낸드 등의 단가 하락으로 25.9% 대폭 감소했다. 다만 물량은 7월부터 6개월 연속 지속 증가하면서 7.9% 늘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2020년 반도체 시황은 제한적인 공급 증가와 수요 개선에 따라 2019년보다 좋을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 업계・전문가들의 분석”이라며 “주요 전망기관들의 경우 2020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2019년 대비 5~12% 증가를 예상하는데 특히 메모리 시장은 4~22% 늘어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내년 전체 반도체 시장이 4480억 달러로 올해보다 5% 증가하고 메모리 시장은 1284억 달러로 15.1%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가트너의 경우 전체 반도체시장은 4707억 달러로 12.5%, 메모리는 1361억 달러로 22.0% 각각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각각 4707억 달러, 1103억 달러로 5.9%, 4.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전망 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매출액의 뚜렷한 증가 전환이 예상된다”며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면서 한국 수출의 단가 하락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은은 최근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단가 및 전방산업 수요 변화, 반도체 제조용장비 주문과 같은 선행지표 움직임 등을 감안할 때 메모리 경기는 회복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글로벌 메모리 경기와 우리 반도체 수출은 내년 중반경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D램 가격은 서버 및 그래픽 D램의 상승 전환과 PC D램의 강보합세가 나타나면서 기존 예상치(분기 대비 2% 감소)를 소폭 상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낸드 가격은 전달 대비 9% 올랐는데 3D TLC 제품의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며 “1분기 낸드 가격은 기존 예상치(분기 대비 9% 증가)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반도체 업황 회복세가 강하게 예상되면서 올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도 반등이 기대된다.

주요 기관들은 2020년 수출이 2019년 대비 2~3%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수출이 3.0% 늘어난 5600억 달러 내외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외에도 현대경제연구원은 전년대비 수출 증가율을 2.3%, 산업연구원은 2.5%, 한은은 2.7%, KOTRA는 3.1%로 각각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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