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0.01.03 15:06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 (사진=France 24 News 유튜브 캡처)&nbsp;<br>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 (사진=France 24 News 유튜브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한 편의 영화처럼 일본에서 레바논으로 탈출한 카를로스 곤 전(前) 르노·닛산·미쓰비시 회장이 탈출 직전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를 만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지난달 도쿄의 자택에서 2014년 오스카 상을 받은 영화 ‘버드맨’ 제작자인 존 레셔를 만났다. 그를 만나 일본 정부가 본인을 불합리하게 구금했으며 결백을 입증하고자 싸우고 있다고 강변했다는 것이 곤 전 회장 측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는 횡령과 배임 혐의로 자신을 감옥에 보내려는 일본의 사법체계를 악당으로 묘사하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고 한다.

대화 과정에서 곤 전 회장은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될 경우 본인에 대한 동정 여론이 확산될 수 있을 지 궁금해 했다고 한다. 이후 이야기는 진전되지 않았지만, 곤 전 회장이 탈출극을 펼치기 전에 충격적인 이야기를 구상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NYT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당초 본인의 결백을 입증하겠다는 의지가 강했지만, 성탄절 무렵 급격한 심경의 변화를 겪었다. 일본 법원이 성탄 시즌에 아내와 휴일을 보내고 싶다는 곤 전 회장의 요청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하반기 예상되는 재판에서 패소할 확률이 99%라고 판단해 탈출극을 벌였다는 분석이다.

한편, 국제형사기구(인터폴)는 레바논으로 탈출한 곤 전 회장에 적색 수배령을 내렸으며, 알베르트 세르한 법무장관은 2일 인터폴의 적색 수배 요청에 따라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세르한 장관은 레바논과 일본은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언급함에 따라 곤 전 회장이 레바논 검찰에 체포되더라도 일본에 넘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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