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20.01.04 11:00

무주·진안, 천혜 자연환경과 문화재 풍부한 곳…에코여행과 치유여행 최적지

덕유산 향적봉에서 바라본 전경. 멀리 지리산과 무등산이 보인다. (사진=손진석 기자)
덕유산 향적봉에서 바라본 전경. 멀리 지리산과 무등산이 보인다. (사진=손진석 기자)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이번 무주·진안 여행은 숨 가쁘게 보낸 지난해를 정리하고 풍요와 번영을 위한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맞이하는 특별한 선물이었다. 일상의 수레바퀴 속에서 등 떠밀려 살고 있는 나를 돌아보고 마음에 여유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여정이었다.

무주와 진안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문화재가 풍부한 여행지로 서울에서 통영대전고속도로를 이용해 차로 약 3시간가량 소요되며, 서울과 부산의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주말 여행지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전라북도의 무주군과 진안군은 삼남지방(三南, 전라, 경상, 충청 지역)의 개마고원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평균 해발 500m의 진안고원에 자리하고 있다. 진안고원에는 무주 덕유산, 진안 마이산 등 명산이 자리잡고 있으며 관광 명소와 문화재 등도 많아 추천 여행지 중 한 곳으로 자연 그대로를 즐길 수 있는 에코여행과 치유여행의 최적지다.

설천봉 케이블카 탑승장 너머로 펼처진 진안고원 모습과 푸른 하늘이 매력적이다. (사진=손진석 기자)
설천봉 케이블카 탑승장 너머로 펼쳐진 진안고원 모습과 푸른 하늘이 매력적이다. (사진=손진석 기자)

◆ 덕유산 향적봉 상쾌한 겨울바람, 가슴속 응어리진 한숨 날려줘

서울에서 차를 달려 무주 덕유산 리조트에 도착하면, 멀리 슬로프에서 겨울을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서울에서 이동하느라 쌓였던 피로가 잠시 풀리는 듯하다. 

해발 1614m의 향적봉을 주산으로 하는 국내 12대 명산 중 하나인 덕유산은 산세가 장중하면서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넉넉함을 가지고 있다. 향적봉을 중심으로 산줄기가 전북 무주와 장수, 경남 함양과 거창에 까지 30㎞가 뻗어 경상도와 전라도의 경계를 이룬다.

덕유산은 구천동 33경과 산 북쪽의 무주리조트, 서남쪽 칠연계곡을 품고 있다. 봄에는 철쭉꽃과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이 많은 관광객을 불러온다. 가을 단풍과 겨울 설경의 황홀한 경관은 덕유산의 이름을 기억하게 하는 요소다.

덕유산을 손쉽게 즐기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정상으로 오르는 방법이다. 곤돌라는 1520m 설천봉 정산까지 15분 정도면 도착한다. 이후 향적봉까지는 설천봉에서 20~30여분 걸으면 도착한다.

덕유산 향적봉으로 향하는 입구에서 바라본 상제루와 곤돌라 탑습장 모습 (사진=손진석 기자)
덕유산 향적봉으로 향하는 입구에서 바라본 상제루와 곤돌라 탑습장 모습 (사진=손진석 기자)

설천봉 곤도라 탑승장에서 내리면 상제루(上帝樓)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모습에 잠시 멈춰 바라보게 된다. 다시 몇 발자국 가지 못하고 설천봉 주변의 고사목 너머로 펼쳐지는 풍경에 사진을 찍어 본다.

이 설천봉 코스는 길이 험하지 않아 주말에는 방문객이 많아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한다. 탐방지원센터 옆으로 난 진입로를 따라서 산책을 즐기듯 가볍게 산행을 즐기면 된다. 향적봉으로 가는 동안 멀리 적상산, 마이산, 가양산, 지리산, 계룡산, 무등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들어와 정상까지 한걸음에 도착하게 된다. 

덕유산은 봄에도 향기로운 꽃들이 피어나고, 가을에는 더욱 붉은 단풍으로 힘들고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지만, 겨울의 덕유산은 상쾌한 겨울바람으로 스트레스에 지친 심신을 식혀주며 복잡한 머릿속 깊이 청량한 휴식을 제공한다. 가슴 속에 응어리진 한숨이 향적봉에 불어오는 바람결에 모두 날아갔다.

먼 산 바라보며 잠시 망중한을 즐기면 어느새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사진작가로 변신하게 된다. 향적봉에서 바라본 모든 것을 사진에 담아오고 싶은 정도로 시간이 매우 짧았다.

덕유산 향적봉 정상을 찾은 관광객이 조망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덕유산 향적봉 정상을 찾은 관광객이 조망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 태권도원, 체험·연수·공연·숙박 등 풍부한 컨텐츠

태권도의 체계적 보존과 진흥을 위해 정부가 태권도 진흥 기본계획에 따라 태권도 중심지로 적극 육성하고 있는 곳으로 태권도 종주국의 자긍심이 담긴 장소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태권도원 체험관, 태권도원 T1 공연장, 전망대를 오가는 모로레일, 태권도원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사진=손진석 기자)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태권도원 체험관, 태권도원 T1 공연장, 전망대를 오가는 모노레일, 태권도원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사진=손진석 기자)

무주 백운산 자락에 자리한 태권도원은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 10배 크기의 231만4000㎡ 규모 수련 공간과 세계 최대 크기의 4500석  태권도 전용 경기장, 태권도박물관, 연수원, 공연장, 체험관 등을 갖추고 있다.

교육·수련·연구는 물론 태권도의 정신과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태권도의 성지로 아이들뿐만 아니라 아빠들의 여행지로도 좋다. 또 1인실, 2인실, 4인실. 8인실 등 총 265실에 다양한 규격의 숙박 시설인 도약관을 보유하고 있다.

태권도원의 백미는 상설공연이다. 지난해 3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태권 더 원’은 격파, 품세, 국악이 어우러져 신명나는 태권도 퍼포먼스 공연이다. 공연은 주중에는 오후 2시에 1회, 주말에는 오전 11시, 오후 2시에 걸쳐 2회 실시한다.

공연은 고난도 격파, 창작 품새, 국악 장단의 타악·사물놀이 등이 30여 분간 펼쳐진다. 태권도의 강인한 힘과 신명나는 국악장단에 관람객 모두 공연이 끝날 때까지 눈을 떼기 어렵다. 공연이 끝난 후 공연단과 기념촬영과 태권도 체험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태권도원 투어의 필수 코스 태권도 상설공연 '태권 더 원' 공연모습 (사진=손진석 기자)
태권도원 투어의 필수 코스 태권도 상설공연 '태권 더 원' 공연모습 (사진=손진석 기자)

이곳 태권도원 투어는 숙박 후 다음날 오전 태권도원의 체험관, 전시관, 공연을 관람 후 태권도원의 제일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전망대에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태권도원과 백운산의 전경을 보며 마무리하는 일정을 추천한다.

◆ 진안홍삼스파, 홍삼한방·음양오행 가미한 양생(養生)을 위한 스파테라피   
    
오전에 태권도원의 투어를 마치면 1시간여 거리에 있는 진안에서 치유여행을 이어가자.

진안은 전라북도 동북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용담호, 마이산, 마이산 탑사, 홍삼스파랜드, 부귀메타세콰이어길, 진안고원 치유숲 등의 관광지와 홍삼을 비롯한 각종 약초들을 활용한 건강과 치유의 도시로 알려진 곳이다.  

마이산과 지는 해를 배경으로 홍삼스파랜드 옥삼 야외스파를 즐기는 관광객들(사진 제공=조용식 기자)
마이산과 지는 해를 배경으로 홍삼스파랜드 옥상에서 야외스파를 즐기는 관광객들(사진 제공=조용식 기자)

진안에 도착하면 제일먼저 홍삼한방과 음양오행을 가미한 양생(養生)을 위한 스파테라피와 옥상 야외 노천탕에서 마이산을 바라보며 스파를 즐겨보자. 이곳은 나를 위한 치유여행에서 필수 코스다.

홍삼스파에 들어서면 다른 스파들과 달리 홍삼의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입구에서 스파 이용권 구매에서 잠시 고민이 되기는 하지만 큰 마음 먹고 최소 5가지 이상 테라피를 체험해 보기를 권한다. 이건 말로 표현하기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나도 모르게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가 버렸다.

진안홍삼스파는 2009년 조성 후 10여년간 사용되며 노후화로 지적되어 오다 지난해 12월 보수공사를 마쳐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게 됐다. 스파는 태극‧음양‧오행‧명상을 테마로 10가지의 테라피 존이 있다. 각 테라피 존의 체험시간은 10~15분 정도 소요되는데, 항상 대기인원이 많아 약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테라피로는 홍삼가루를 섞어 만든 머드팩를 바르고 휴식을 취하는 하모니 테라피, 홍삼거품을 이용해 온몸을 마사지하는 버블센스 테라피, 홍삼입욕제를 넣고 개인 스파를 즐기는 아로마 테라피 등이 인기 테라피 존이다.
 
실내에서 스파를 충분히 즐기고 나면 건물 옥상에 마련된 야외 노천탕으로 이동해 보자. 겨울의 알싸한 바람이 뜨거워진 몸을 식혀주며 색다른 휴식을 전해준다. 옥상의 야외 노천탕에서 마이산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을 바라보며 스파를 즐길 수 있는 이곳은 최고의 추천 코스다.

서산으로 지는 노을과 마이산 그리고 따듯한 노천탕에 몸을 깊숙이 담그고 불어오는 상쾌한 겨울바람을 만끽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된다. 더욱이 사랑하는 가족 혹은 친한 친구 등과 함께하면 더할 수 없는 행복의 순간이다.

홍삼스파를 즐기다 보면 노을이 모두 진 뒤에 어둠이 깊어 질 때 쯤 스파를 나서게 된다. 몸 속 깊은 피로를 풀었다면 이제 스파에서 제공해 주는 홍삼액 한 팩을 아낌없이 나를 위해 마시며 경자년(庚子年)을 힘차게 뛸 에너지를 충전해보자.

멀리 숫마이봉을 배경으로한 운수사가 보인다. (사진=손진석 기자)
멀리 숫마이봉 아래 운수사가 보인다. (사진=손진석 기자)

◆ 마이산‧마이산 탑사 탐방…새해 소망 빌며, 나를 돌아보는 기회 가져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마이산에 올라 한해의 소망을 기원해보자. 영험함이 깃들어 있는 마이산 산행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마이산 탑사에서 80여개의 돌탑들에 소망하는 것들을 새겨보며 일정을 마무리하면 최고의 여행이라 말할 수 있다.

지난 2003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12호로 지정된 마이산(馬耳山)은 해발 686m의 암마이봉과 680m의 수마이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라시대부터 나라에서 제향을 올리던 명산으로 진안 읍내 어느 방면에서나 잘 보인다.

마이산 탐방로 중 북부주차장 방면에서 올라가는 길은 508개의 계단만 넘으면 나머지는 모두 내리막으로 편한 길이다. (사진=손진석 기자)
마이산 탐방로 중 북부주차장 방면에서 올라가는 길은 508개의 계단만 넘으면 나머지는 모두 내리막으로 편한 길이다. (사진=손진석 기자)

마이산은 봄에는 안개를 뚫고 나온 두 봉우리가 쌍돛배 같다고 해 ‘돛대봉’, 여름에는 수목이 울창해지면 용의 뿔처럼 보인다고 해서 ‘용각봉’, 겨울에는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여 ‘문필봉’이라고 계절에 따라 이름을 다르게 부른다.

탐방코스는 남부주차장과 북부주차장 두 곳에서 진입하는 코스가 있다. 가족들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왔다면 남부주차장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소풍 수준의 산책길에 안성맞춤이다. 남부주차장 코스는 금당사, 탑영제, 천지탑과 돌탑군, 은수사, 천황문, 연인의 길로 이어지는 완만한 길이다.

북부주차장 코스는 진안홍삼스파랜드에서 가깝다. 이 코스는 관광버스와 대중교통 등을 이용했을 경우 추천해본다. 등산로 입구에 가위박물관이 위치하고 있어 이곳을 관람하며 액운을 몰아낸 후 마이산으로 향하면 더욱 좋다.

가위박물관은 국내에 유일하게 가위만을 주제로 한 박물관이다. 국내 및 동서양의 다양한 가위와 관련된 이야기와 당시의 역사적 관점 등에서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국내 유일 가위를 테마로한 진안가위박물관의 전시물 중 한국 가위 테마관 모습 (사진=손진석 기자)
국내 유일 가위를 테마로한 진안가위박물관의 전시물 중 한국 가위 테마관 모습 (사진=손진석 기자)

북부주차장 길은 시작이 가파르다. 마이산의 숫마이봉과 암마이봉 사이에 위치한 천황문으로 이어진 508개의 길고 긴 나무계단이 최대의 난관으로 보이는 코스다. 이곳 나무계단은 쉬엄쉬엄 올라도 20여분이면 도착해 보기보다 어렵지 않다. 이후 남부주차장까지 내리막길로 어려움이 없다.

천황문에 오르면 암마이봉과 수마이봉에 잠시 정신이 팔린다. 그리고 분수령에서 새해 소망도 빌어본다. 천황문의 한 가운데에는 북쪽으로는 금강, 남쪽으로는 섬진강이 시작되는 물줄기의 시작이 되는 분수령이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겨울이라 물이 말라 흘러가는 것을 볼 수 없음이다.

휴식과 기념사진을 찍은 후 천황문에서 은수사로 가는 계단을 내려가면 암마이봉의 바위들이 마치 콘크리트를 쏟아 부은 듯 보여 잠시 보수공사를 잘못 해 놓은 것인지 확인해보게 된다. 이곳 마이산은 신생대 제 4기의 빙하기와 한냉기에 형성된 타포니 지형으로 유명한 곳이다. 봉우리 곳곳에 폭격을 맞은 듯한 작은 굴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러한 지형을 타포니 지형이라고 하며 세계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마이산 탑사 전경. 80여개의 돌탑들이 100여년의 세월의 무게를 이기고 우뚝 솓아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마이산 탑사 전경. 80여개의 돌탑들이 100여년의 세월의 무게를 이기고 우뚝 솓아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은수사를 지나 남부주차장 방향으로 이동하다 보면 산 계곡에 돌탑들이 가득한 모습을 보게 된다. 이곳 탑사의 돌탑은 1885년대에 이갑용 처사라는 분이 오직 혼자의 힘으로 120여개의 돌탑을 쌓았는데 100여년이 지나는 동안 일부가 무너지고 현재의 80여개의 돌탑이 당시에 쌓은 그대로 모습을 유지하며 세월의 무게를 이기고 서 있는 곳이다.

크기와 높이가 다른 돌탑들이 골짜기에 빼곡히도 서있다. 무너질까 싶어 멀리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가까이서 보고 싶은 생각에 돌탑들 사이로 발길을 옮겼다. 천황문에서 빌어봤던 소원을 탑사 주변에 쌓인 돌탑들을 돌며 마음에 다시금 새겨넣어본다. 탑사의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천지탑에 올라 확답을 받아보려 서성이다가 천지탑의 자태만 감상하다가 돌아서 내려왔다.

덕유산 향적봉에서 가슴에 쌓아 두었던 찌꺼기를 풀어버리고 마이산에 올라 새해 소망을 빌며 여행을 마무리 했다. 여행을 통해 뜨거웠던 흘러간 세월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나를 돌아보고 지혜를 얻는 기회를 가지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그런 점에서 무주와 진안을 다녀온 이번 여행은 기억 속에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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