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0.01.05 07:40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우리은행장을 겸직했던 손태승 회장이 은행장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이에 차기 우리은행장이 누가 될 지가 연초 금융권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그동안 우리은행장은 상업은행, 한일은행 출신이 번갈아 맡는 것이 관례였다. 현 시점에서 손태승 회장이 한일은행 출신인 만큼 상업은행 출신이 행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확고한 3위 은행로 자리매김한 뒤 리딩뱅크 경쟁에 뛰어 들기 위해서는 관행에 따르기 보다는 성과와 혁신을 중시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마디로 ‘나눠 먹기’가 아닌 ‘능력’으로 행장을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장 순번제의 역사는 1999년부터 시작된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1998년 대등합병한 뒤 상업은행 출신 김진만(1999~2001년) 전 행장 이후 이덕훈(2001~2004년), 황영기(2004~2007년), 박해춘(2007~2008년) 외부 출신 행장이 근무했다. 그뒤 '낙하산 행장' 시대를 끊고 내부인사인 이종휘(한일, 2008~2011년), 이순우(상업, 2011~2014년) 이광구(상업, 2014~2017년), 손태승(한일, 2017년~) 회장이 행장을 역임했다.

상업은행 출신 행장이 3명(김진만·이순우·이광구)으로 한일은행 출신 행장(이종휘·손태승)보다 1명 많다. 다만 손태승 행장이 2019년 지주사로 재출범한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올라 은행장을 겸직했던 점을 고려하면 횟수는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우리금융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행장 선임을 위한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차기 회장 후보 숏리스트에 올랐던 후보 가운데 내부인사인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 조운행 우리종합금융 사장, 이동연 우리에프아이에스 사장 등을 행장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정원재·이동연 사장은 한일은행, 조운행 사장은 상업은행 출신이다. 또 우리은행 임원 중 행장 후보로 오르내리는 김정기 HR그룹 부문장은 상업은행 출신이다. 관례를 보면 상업은행 출신인 조운행 사장과 김정기 부문장에 배팅해야 한다.

물론 이번에 상업은행 출신이 행장이 된다고 해서 나눠 먹기라고 폄하하면 안 된다. 그들이 거기까지 오르기 위한 성취와 노력을 감안한다면 그저 순번제에 따른 임명이라고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다.

다만 이제 보다 멀리 볼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된 지 20년이 넘었다. 화학적으로, 물리적으로 한 몸이 되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출신은행 순번에 따라 은행장이 결정된다는 이야기가 더이상 나오지 않을 때도 되지 않았을까.   

현재 핀테크 등 금융의 디지털화 및 오픈뱅킹 등 금융플랫폼의 혁신이 금융 판도를 바꾸고 있다. 급변하는 기술 환경 변화에 맞서 시중은행들은 한창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어느 순간, 누가 낙마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녹록지 않은 금융시장을 헤쳐 나가려면 모두가 따를 수 있는 능력 있는 은행장이 필요하다. 차기 우리은행장은 순번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우리은행 구성원 모두의 박수를 받을만한 인물이 임명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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