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1.04 00:05

경희대병원 최혜숙(호흡기내과)·정은진(가정의학)교수

최혜숙(왼쪽)교수와 정은진 교수.
최혜숙(왼쪽)교수와 정은진 교수.

올해도 작심삼일일까. 새해 들어 금연을 결심하지만 성공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오히려 금연 실패로 이어질 때 자괴감만 크고, 다시 피우기 시작하면 흡연량이 더 늘어나 아니함만 못한 상황이 될 수 있다. 경희대병원 정은진 교수(가정의학)와 최혜숙 교수(호흡기알레르기)가 흡연자가 금연에 성공하는 몇 가지 팁을 소개했다.

실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

마음을 굳게 먹고 시작한 금연이지만 며칠이 지나면 쉽게 무너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보통 금연 성공까지 평균 4~5회는 실패하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금연실패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복수응답) 스트레스(78.9%), 의지부족(72.2%), 금단증상(45.3%) 등이 꼽혔다. 금단증상보다 스트레스가 금연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따라서 금연을 방해하는 스트레스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뒤 스트레스 요인을 줄이거나,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 다시 금연에 도전해보자. 한번 금연에 실패했다고 내년 새해까지 기다려서야 되겠는가.

금연 동지를 만들자

개인 의지만으로 금연에 성공할 확률은 3~7%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주위 사람과 함께 금연 과정을 공유하고, 지지를 받는다면 성공률을 30%까지 높일 수 있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에겐 스트레스나 생활습관과 같이 통제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가족과 직장 동료에게 금연계획을 알리고, 격려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의사와 같은 전문가의 지지를 받은 것도 중요하다. 보건소나 의료기관 금연클리닉을 이용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전문가는 흡연자의 주변 환경과 니코틴 중독정도를 평가해 개별화된 맞춤 프로그램을 짜 준다. 여기에 금단증상을 줄여주는 약물요법도 금연을 도와줄 수 있다.

건강이 좋아지는 과정을 즐기자

금연을 시작하면 여러 가지 변화가 찾아온다. 우선 입이나 손은 물론 옷에서 담배냄새가 사라진다. 가족들의 반응부터 달라질 것이다. 담배 값이 절약되는 짭짤한 즐거움도 있다. 며칠 절약한 돈으로 주위사람에게 커피를 한번 쏘는 것은 어떨까.

의학적으로 2~12주 정도가 지나면 폐기능이 좋아지고, 한 달 뒤부터 면역력이 높아지면서 폐와 기관지섬모 기능이 회복되기 시작한다. 금연이 계속되면 잔기침이 줄면서 피로감도 현저히 감소하는 것을 느낀다. 몸의 모든 장기들이 제 기능을 발휘해 아침 기상이 거뜬해지고, 밥맛도 좋아진다. 평소 신체활동이 적었던 사람이라면 이때부터 운동을 시작하자. 심폐기능은 물론 신체활력이 배가된다.

스트레스와 정면 승부를

흡연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부터 금연을 방해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다.

흡연을 하면 7초 내로 니코틴이 뇌까지 전달된다. 여기서 쾌감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를 활성화시킨다. 이로 인해 불안이나 스트레스, 분노, 우울감이 줄거나 긍정적인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이때부터 상황이 반전된다. 도파민 활성화에 따른 스트레스 해소심리는 20~40분만 지속되기 때문이다. 흡연 후 시간이 지나면 뇌는 니코틴 보충을 요구하고, 이를 위해 재흡연 욕구가 발생한다. 다시 말해 내성이 흡연량을 늘리는 악의 연결고리가 돼 정신과 몸이 니코틴에 의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담배에 의존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담배를 피우면 체중이 준다?

이 또한 잘못 알고 있는 속설이다. 체중 증가의 원인은 금연이 아니라 금단 현상을 줄이기 위해 먹는 과자나 사탕, 초콜릿 등일 것이다. 입이 허전해지고 공복감이 들어 이것저것 입맛이 당기는 대로 주전부리를 하게 된다.

이때 칼로리가 높거나 카페인 함량이 높은 커피 또는 청량음료를 삼가야 한다. 혹여 가미된 음료를 먹었다면 양치질을 해서 입안을 헹군다. 입안이 청결하면 훨씬 식탐을 줄일 수 있다. 우리 몸은 사실 단 음료보다 순수한 물을 원한다.

고지방식 역시 흡연을 부추긴다. 모두 비만 또는 고혈압·당뇨병 열차를 타는 티켓들이다. 금연 시작후 24시간 이내 금단현상이 발생한다. 그리고 3일째에는 최고조에 이르며, 흡연욕구는 3주까지 지속된다. 나를 바꾸는데 ‘한 달이면 된다’는 생각으로 견뎌보자.

전자담배가 대체물은 아니다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해롭지 않겠지라는 생각을 했다면 지금 당장 버리자. 이미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전자담배의 폐해를 공식화하고, 판매금지라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미국에서 발표된 실험논문에 따르면 일반담배보다 전자담배에 노출된 호흡기 상피세포에서 유전자의 변형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담배가 안전하다는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전자담배 역시 만성호흡기성폐질환을 증가시키고, 발암물질이 모든 세포의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환상을 버리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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