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0.01.06 09:25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 지키지 않겠다"

이란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Ruptly 유튜브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이란 정부는 5일(현지시간) 핵합의(JCPOA, 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정한 핵프로그램에 대한 동결·제한 규정을 더는 지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핵합의를 사실상 탈퇴한 것으로 중동에 ’핵 위기’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이날 성명에서 "이란은 핵합의에서 정한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을 더는 지키지 않는다"라며 "이는 곧 우라늄 농축 능력과 농도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란은 현재 우라늄을 5% 농도까지 농축했다.

이란 국영방송은 "이란은 이제 핵프로그램 가동에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게 됐다"라고 보도했다.

핵합의는 이란이 보유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의 수량과 성능을 제한했다. 이는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지 못하게 하거나 시간(브레이크 아웃 타임:핵무기를 제조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보유하는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도록 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서였다.

핵무기 제조의 관건은 우라늄을 농도 90% 이상으로 농축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그 만큼 원심분리기의 성능과 수량을 일정 기간 묶어 이란의 우라늄 농축 능력을 제한하는 게 핵합의의 핵심이었다.

이란 정부는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은 이란이 현재 지키는 핵합의의 마지막 핵심 부분이었다"라며 "이를 버리겠다는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이어 이란 정부는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철회한다면 이 같은 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를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핵합의는 사실상 유효하지 않게 된 셈이다.

핵합의는 지난 2015년 타결됐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시절이던 당시 주요 6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은 이를 통해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기로 하는 대신, 이란이 핵무기에 쓰일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개발을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들어섰고 미국은 2018년 5월 일방적으로 협정에서 탈퇴했다.

이란의 핵합의 탈퇴 발표는 최근 이란 군부 요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폭사하면서 나왔다. 알자지라는 "미국의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로 이란의 많은 정치인들이 충격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이란 정부는 미국에 대해 '가혹한 복수'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