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0.01.06 13:15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현금없는 사회로 진입한 나라들에서 국민의 현금접근성 약화, 취약계층 소비활동 제약, 공정 화폐유통시스템 약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6일 한국은행의 ‘최근 현금없는 사회 진전 국가들의 주요 이슈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 영국, 뉴질랜드 등 3개국은 2000년대 이후 비현금 지급수단(신용카드, 모바일 지급수단 등) 이용 활성화로 현금사용이 감소하면서 현금없는 사회로 빠르게 진입했다.

‘현금없는 사회’에 대한 합의된 정의는 없지만 대체로 동전 및 지폐를 사용하지 않고 신용카드 등 비현금 지급수단을 주로 사용(약 90% 수준)하는 사회를 지칭하고 있다.

최근 스웨덴, 영국, 뉴질랜드 등 3개국 모두 상거래에서 현금결제 비중이 낮은 수준이다. 스웨덴은 소매업체를 중심으로 현금결제를 거부하는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다만 이들 3개국의 경우 상업은행들이 현금사용 감소에 따른 현금취급비용 증가를 우려해 주요 현금공급 창구인 지점 및 ATM 수를 축소함에 따라 국민들의 현금접근성이 약화되고 있었다.

2018년 현재 스웨덴, 영국, 뉴질랜드의 상업은행 지점 수가 2011년 대비(영국은 2012년 대비) 각각 33.2%, 23.4%, 29.0% 감소했다. ATM 수도 2014년 대비 스웨덴은 21.2%, 영국은 11.4%, 뉴질랜드는 7.3% 각각 줄었다.

화폐발행잔액은 경제성장과 함께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스웨덴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스웨덴과 달리 우리나라, 일본, 미국 등 대부분 국가의 화폐발행잔액은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 중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 5만원권 도입을 계기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현금없는 사회로 진입한 3개국의 경우 현금접근성 약화로 현금을 주된 지급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 벽지지역 거주자 등 취약계층의 금융소외와 소비활동 제약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스웨덴은 21개주 가운데 15개주에서 기본결제 서비스에 대한 고령층의 만족도가 낮았고 현금사용 감소에 대한 부정적 입장도 벽지지역 주민들(35%)이 전체 평균(27%)을 상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뉴질랜드도 중앙은행(RBNZ) 서베이 결과 응답자의 45%는 현금없는 사회에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은 은행계좌가 없거나 디지털 결제수단 활용에 소외돼 현금이 사라질 경우 대응하기 곤란한 국민들의 수가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성인 130만명(전체 성인의 2.4%, 2017년 기준)은 은행계좌가 없으며 성인 430만명(8%, 2019년 기준)은 기본적인 디지털 지식조차 없어 최신 디지털 결제수단 이용이 어려웠다.

이외에도 현금사용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화폐유통시스템 주요 참가기관들이 화폐취급업무를 축소함에 따라 경제적 거래 등에 현금사용을 보장하는 공적 화폐유통시스템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화폐유통시스템은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데 최근 현금사용 감소로 화폐취급업무가 줄고 화폐인프라(금고, 자동정사기 등)에 대한 투자도 위축되면서 소매점에서 현금사용을 배제하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현금없는 사회’로의 진행과정에서 취약계층의 금융소외 및 소비활동 제약, 공적 화폐유통시스템 약화 등의 문제가 나타나지 않도록 미리 필요한 대응책 마련에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은은 ‘모든 국민들의 화폐사용에 어떠한 불편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 하에 ‘현금없는 사회’ 관련 국내외 동향과 주요국의 대응조치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국민의 현금접근성 및 현금사용 선택권 유지를 위해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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